부동산에 울고 웃던 우리집…종착지는 ‘살아갈 집’제1477호 아버지가 주택을 지으면 어머니는 인테리어를 했다. 한 명은 돈 되는 부지를 찾는 수완이 좋았고 한 명은 감각적 디자인으로 고객을 사로잡았다. 둘은 착착 손발이 맞는 콤비였다. 아버지가 큰맘 먹고 투자한 부지가 묶여버리기 전까진.<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마민지 지음, 클 펴냄)...
땅이 인류를 구하리라…재생농업 아십니까제1477호 여름이 이렇게 무서운 계절이었나. 기후위기가 기후재난으로 곳곳을 덮치는 뉴스를 볼 때마다 무력감을 느낀다. 이 와중에 한가한(!) 먹을거리 고민으로 가끔 ‘미래 식량’을 검색해보는데, ‘식용 곤충’ 소식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소고기 소비가 기후위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듣고는 (그렇지 않다는 이견도 있다) 한동안…
‘한통련’이 반국가단체? 여전한 ‘야만의 시간’제1476호 ‘애국’이란 무엇인가. 반면교사로 살펴보자. 한 국회의원은 한국스카우트 대원 80여 명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주최 쪽의 성폭력 사건 부실 대처 등을 이유로 퇴영을 결정하자 이렇게 규탄했다. “최악의 국민 배신” “‘반대한민국 카르텔’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규명이 필요하다)”. 한 ...
“저 사람 미쳤어” 사이비 신자를 향한 손가락질 전에제1473호 만약 당신이 사랑하는 연인이나 친구 또는 가족이 자신이 지녀온 ‘어떤 믿음'을 고백하며 “우리 함께 믿어보자”고 애원한다면 어떨까. 당신은 분명 그 사람을 사랑하지만, 그 사람의 믿음까지 믿어줄 수 없다면 어떨까. 사랑인가 믿음인가. <탱크>(김희재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는 관계를 가로지를...
여전히 미치고 팔짝 뛸 사회제1473호 “펜이란 페니스의 은유인가?” 1979년 미국에서 발간된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백인 남성 중심의 문학과 글쓰기를 비판하고 19세기 영미권 주요 여성 작가들이 성취한 문학적 업적을 정당하게 평가한 기념비적 페미니즘 문학 이론서다. <프랑켄슈타인> 메리 ...
식민지 시대 동성애가 권장된 이유는?제1472호 식민지 시기 대중잡지엔 여학교 출신인 자신의 동성애 경험을 고백하는 글이 심심찮게 실렸다. 당시 사회 분위기상 ‘동성연애’는 용인되다 못해 권장되는 측면도 있었다. 이성 교제를 막아 여성의 순결을 지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점차 동성애는 병적인 것으로 취급된다. 이 시기에 발행된 잡지…
언제나 세상 속으로 걸어들어갔던 노회찬의 실사구시제1472호 “4년이다. 매일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 사람을 생각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이지만 내가 몰랐던 사람을 이렇게 만나 알아갈 수 있구나 싶었다.”2023년 7월23일 5주기를 앞두고 <노회찬 평전>이 나왔다.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회찬재단’이 기획한 600쪽짜리 ‘정본 평전’인 ...
더 좋은 사랑을 찾아서…성소수자 인권활동가 한채윤제1471호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점쟁이는 ‘분명 아들’이라고 확신했다. 1970년대 가부장 문화가 강한 경상도였다. 의사는 말했다. “축하합니다. 딸입니더.” 아기를 받아든 부모는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인형놀이보다 칼싸움을 주로 하며 ‘머스마’처럼 자랐다.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끈덕지게...
서촌에서 펼쳐진 ‘영광’과 ‘치욕’의 이야기제1471호 서촌은 북촌과 함께 나라 안팎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서울의 오래된 마을이다. 조선시대 사대부 일색이던 북촌과 달리, 서촌은 다양한 계층이 섞여 살던 곳이다. 왕가와 사대부가 접속하는 공간이자 사대부와 중인이 어울린 곳이기도 했다. <오래된 서촌 오래된 서울>(미세움 펴냄)은 서울 서촌...
군사를 자처한 정조가 “뒤쥭박쥭”이라고 쓴 이유제1470호 흔히 언어를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얼핏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 말에 사실 어폐가 있다. 언어와 생각이 별개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언어를 벗어난 생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어떤 언어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느냐는 그 자체로 역사 연구의 중요한 주제다. 장지연의 <한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