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은 언제 ‘혐오’로 넘어가는가제1409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혐오 메시지의 파급 효과는 컸다. 2016년 11월 대통령 당선 전후 시기인 2015년 7월에서 2018년 2월 사이, 트럼프가 무슬림을 언급한 트위트 수와 무슬림에 대한 혐오범죄 빈도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유사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 상관...
이참에 ‘공공’ 회복을제1408호 그리스 신화에서 티탄족 거인 아틀라스는 제우스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뒤 가이아(대지·지구)의 서쪽 끝에서 우라노스(하늘·천구)를 떠받치는 형벌을 받는다. 벌써 3년째 지구촌을 휩쓰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최전선에 선 세계 보건·의료인들이야말로 ‘21세기 아틀라스’일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감…
달콤쌉싸름한 바닷물고기 이야기제1407호 책갈피에서 짠내가 난다. 새해 첫날 강원도 삼척 장호항에서 도루묵을 그물에서 떼어내는 어민의 손에서, 전남 무안군 도리포에서 맑은 숭어탕을 끓여 낸 식당 주인장의 너스레에서,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 덕장에 널려 스무 번쯤 얼고 녹은 황태에서 바다 냄새가 진동한다. 마을과 사람, 고기잡이 기술과 음식 문화...
계속 쓰기 위하여제1407호 정여울 작가는 작업실 방을 ‘여행’하며 책을 쓰고, 정은정 작가는 주방의 식탁에서 쓴다. 최재천 작가(교수)는 빨리 마감하고 100번도 고친다고 하고, 박찬일 작가(셰프)는 마감이 아니라면 쓸 일이 없을 거라고 한다. 이런저런 작가들의 집필 비밀을 여행한 다음(<한겨레21>...
새로운 돌봄 사회에 대한 상상제1404호 “자식이니까 네가 해야지.” 3년 만에 의식불명 상태인 아빠를 만난 성희는 친척들의 이 한마디에 직장과 병원, 주민센터를 오가며 아빠를 돌보는 ‘보호자’가 됐다. 푸른은 ‘머리가 고장난’ 할머니를 혼자 돌봤다. 아빠와 큰아빠는 ‘남성’이라는 방패막이를 내세워 푸른에게 할머니를 떠넘겼고 “네가 효녀다” “아주 어른...
20대는 50대와 닮았다제1403호 페미니스트들과 싸우고 586세대를 꼰대라고 경멸하는 20대 남성. 이들을 칭하는 ‘이대남’이라는 단어로는 보이지 않는 청년들이 있다.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에서 개방형 컨테이너 작업을 하던 이선호(당시 23살)씨는 2021년 4월22일 300㎏ 무게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평소에 맡아 ...
청소년을 위한 정치는 없다제1402호 2020년 국정감사 때 벌어진 일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 국회의원이 기후위기에 따른 기업의 책임 문제를 다루는 자리에 시민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의 윤현정 활동가를 참고인으로 부르려고 했다. 그러나 무산됐다. 몇몇 국회의원이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선동당하기 쉽다’는 이유를 대며 반대해…
한국인에게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인가제1401호 중국은 세계 4대 문명의 한 발원지이자 거대한 제국이었다. 최초의 통일왕국 진나라 이래 2천 년 동안 중국의 위세는 동아시아를 넘어 유라시아 전역에 뻗쳤다. 20세기 한때 외세의 반식민지로 전락했지만, 21세기 들어 ‘중국 굴기’는 괄목상대 이상이다. 강대국 곁에 사는 것은 힘들다. 티베트, 몽골, ...
해적깃발 원조는 템플기사단이었다제1400호 해골 아래 뼈 두 개를 교차시킨 해적 깃발(졸리 로저)은 항해하는 선박에 그 자체로 섬뜩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놀랍게도, 해적기를 처음 내건 이들은 12세기 기독교 수도회인 템플기사단이었다. 깃발은 ‘시돈의 두개골’이라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시돈 경이라는 템플 기사가 사랑한 여성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
인간은 좋은 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가제1399호 미국은 식민 통치자들의 압제에 저항한 혁명전쟁으로 탄생한 나라다. 종교와 경제적 자유를 찾아 대서양을 건넜던 식민지 정착민들이 대영제국에 예속된 변방에서 ‘자유와 평등, 행복 추구권’(미국 독립선언)을 주창하며 7년간이나 처절한 독립전쟁을 벌인 끝에 새로운 나라를 건설했다. <미국인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