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의 위반자는 무죄다제1368호 “악법도 법”이란 말이 마치 준법의 미덕처럼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사형선고를 받은 소크라테스가 남긴 말이 아니라 후대의 해석이라는 게 정설이다. 법의 무오류성 맹신이자 실정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법실증주의의 함정이다. 검사 출신 김희수 변호사의 신간 <역사의 법정에 선 법>(김영사 ...
분노와 호기심, 내 글쓰기의 힘제1367호 질투는 글쓰기의 힘이다. 좋은 글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부럽다. 부럽다 못해 가끔은 질투가 난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진다.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기자들이 질투하는 탐사 전문 작가다.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객실 청소부 등으로 3년간 일하며 최저임금을 받는 워킹푸어의 삶에 밀착한 <노동...
과학수사는 정말 과학적일까제1366호 법원은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별하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구제하는 최후의 보루다. 오늘날 형사재판의 대원칙 중 하나는 진범을 가리고 억울한 피해자나 범죄자를 만들지 않기 위한 증거재판주의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과학수사’다. 그러나 현실에선 과학수사와 증거재판이 되레 ‘억울한 죄인’을 확정할 위험이 상존한다…
마르크스·엥겔스를 일점일획 그대로제1365호 카를 마르크스(1818~1883)와 그의 지적 동료이자 후원자였던 프리드리히 엥겔스(1820~1895)의 저작들을 일점일획 가감...
당신이 몰랐던 검찰수사의 속살제1364호 ‘공익의 대표자’를 자처하는 검찰이야말로 대다수 국민이 접근할 수 없는 최후의 성역이다. 공익을 배반한 사익 추구의 실태는 더욱 깜깜이다.심인보·김경래 기자가 쓴 <죄수와 검사>(뉴스타파 펴냄)는 ‘대한민국 검찰’의 추악한 민낯을 치밀한 취재와 검증으로 폭로한 책이다. 2019년 8월부터 2...
사실만으로 마음을 열 수 없다제1363호 ‘광장’은 열린 공간이다. 누구나 참여해 공공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지혜를 모으는 상징적 장소다.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기본 바탕이다. 광장에 가짜뉴스와 선전·선동, 독선과 비방이 넘쳐나면 건강한 담론은 설 자리가 없다. 캐나다의 환경운동가이자 홍보 전략 전문가인 제임스 호건이 쓴 <광장의 오염>...
물건과 나를 연결하는 ‘리페어’제1362호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현대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다. 공급이 소비를 창출한다. 감각적이고 멋진 디자인의 신제품, 욕구를 충족해주는 최신 가전제품, 고화질 카메라를 갖춘 스마트폰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사이, 내가 가진 물건은 너무 빨리 낡은 것이 돼버린다. 소비자가 취향이나 유행을 좇는 것을 그저...
‘고귀한 감각’이 관음증의 첨병이라니제1361호 오늘날 성폭력은 그 순간에 그치지 않는다. 망원경, 카메라, 컴퓨터, 인터넷 같은 과학기술을 도구 삼아 동영상물로 대량 복제되고 확산되고 소비된다. 디지털성범죄는 거대한 성착취 산업이 됐다. 최근 엔(n)번방 사건은 최악의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주로 시각물로 소비되는 디지털 성착취물은 여성의 영혼을 거세하고...
아시아가 ‘기후변화’를 해석하면제1360호 20세기 이후 급속한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한 위기는 지구 역사상 전례 없는 인위적 사태다. 지난 200년 새 화석연료 사용에 기반한 탄소경제가 현재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기후위기 관측과 그에 대응하는 노력도 산업화의 주축이던 서구 선진국이 주도하고 확산했다. 인도의 사회인류학자 아미타브 고시...
돈을 걸었더니 ‘공감에 성공’?제1360호 노력하는 인간은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는 여러 심리학 연구로 입증된 명제다. 한 연구팀은 여성과 남성으로 나뉜 참가자에게 감정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을 보여주고 주인공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맞히게 했다. 예상과 다르지 않게 남성이 여성보다 감정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 후속 연구에서 성별에 따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