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울거나 죽고싶어지는 마음제1420호 가끔 편의점에서 생리대를 산다. 유독 이때만큼은 별다른 말을 보태지 않아도 점원들이 으레 ‘검은색’ 비닐봉투를 꺼내 생리대를 조심스럽게 담아준다. 마치 자동화된 절차인 것처럼. 일회용 봉투를 쓸 경우 내야 하는 환경부담금까지 면제해주는 호의(?)를 받은 적도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생리...
탕평채에 깃든 뜻 아시나요제1419호 46억 살 지구에 처음 생명이 나타난 것은 약 38억 년 전. 모든 생명체는 에너지원을 섭취해야(신진대사) 산다. 생명의 역사는 음식의 역사이기도 하다. 자신이 나고 자란 땅에서 나온 음식이 몸에 가장 잘 맞는 건 자연의 이치다. 음식은 사람과 문화의 교류에 따라 변화하고 다양해진다. 20년 동안 기자...
치유는 당위 아닌 선택할 권리제1417호 한자어 ‘병신’(病身)은 문자로만 보면 ‘병든 몸’이란 뜻이다. 그러나 우리말에서 병신은 특정 질병을 앓는 환자가 아니라 장애나 불구를 지닌 몸의 멸칭이나 다른 사람을 낮잡아보는 욕설로 쓰인다. 장애를 가진 몸을 가리키는 낱말은 왜 이렇게 오염됐을까? 질병과 장애는 소속집단의 거부와 모욕을 넘어 강압적 수단으로…
전두환 독재 시절, 어둠의 권력자들제1416호 2007년 미국에서 출간된 <잿더미의 유산>(원제 Legacy of Ashes, 팀 와이너 지음)은 ‘한국전쟁에서 이라크전쟁까지 세계 역사를 조종한 CIA의 모든 것’(번역판 부제)을 다룬 책이다. 1947년 미국 중앙정보부(CIA) 창설부터 2...
민중에겐 양반이나 외세나 똑같았다제1413호 조선의 헌법이라고 할 <경국대전>은 노비의 값을 정해놓았다. 16~50살 어른 노비 1명의 값은 저화(종이돈) 4천 장이었다. 당시 좋은 말 한 마리 값과 같았다. 사람 값이 너무 싸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고려 말~조선 초엔 말 한 마리 값이 노비 한 명 값의 ...
지식 공유지의 담장을 낮춰라제1414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딸이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사이에 외국의 전자저널에 ‘국가부채’ ‘셔먼법’(미국의 반독점법)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친 영향’ 등 3가지 주제의 논문을 실었고 그중 한 편은 케냐 출신 대필 작가가 대신 써줬다는 증언이 나오자, 2022년 5월16일 경찰이 ‘논문 대필 ...
자유가 자유를 제한한 프랑스혁명제1413호 프랑스는 헌법 서문에 “공화국은 자유, 평등, 형제애라는 공통의 이상에 기초한다”고 명시했다. 국가 정체성이&nbs...
사람은 온몸으로 냄새를 맡는다제1412호 사람의 오감 중 가장 예민한 감각은 뭘까? 감각의 범위(거리)와 정보 수용량은 시각이 압도적이지만, 서로 다른 종류의 자극을 구별하는 능력은 단연 후각이다. 2014년 미국 록펠러대학의 안드레아스 켈러 교수는 인간의 코가 1조 가지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미국은 ‘국가전략’, 중국은 ‘도덕’ 잣대제1411호 짱깨. 중국(인)을 멸시하는 대표적 혐오 표현이다. 송나라 시절 환전상이 돈을 넣어둔 손금고를 ‘짱꿰(掌櫃·장궤)라고 했다. 한국에선 중국음식점을 속되게 일컫는 말로 쓰이다가 중국을 비하하는 멸칭으로 뜻이 확대됐다. 중국사 및 국제관계 전문가 김희교 광운대 교수는 신간 <짱깨주의의 탄생>...
피폭량이 넘어가도, 오염수를 뒤집어써도제1410호 15~17㎏ 텅스텐 조끼를 입은 채다. 고무장갑도 몇 켤레씩 겹쳐 끼었다. 감독이 “출발” 신호를 보내면 전력질주한다. 작업 가능 시간은 5분 내외. 완전무장한 채 마음을 졸이며 시간을 단축한대도 작업자 하루 피폭 상한인 3밀리시버트(mSv)에 근접하고 만다. 방사선과의 사투다.(일본 후쿠시마 원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