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키퍼’는 지고 싶지 않다제1398호 “사랑합니다, 고객님.” 10여 년 전 ‘114 전화안내’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첫 응대 때 써야 했던 인사말이다. 일부 이용자는 노골적인 성희롱을 일삼았지만 노동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지금이라고 달라졌을까? 대리운전부터 텔레마케팅, 민원안내 등 디지털 시대의 콜센터 노동자는 폭증하지만 노동환경은 최악이다. 노동자…
‘추방된 유대인’이라는 발명품‘제1397호 ①기원전 13세기 ‘출애굽’은 유대인이 “위대한 문화중심지에서 혈통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만들어낸 신화”였다. 당시 가나안은 여전히 파라오가 통치하는 이집트 땅이었다. ②기원전 6세기 유다왕국의 멸망 뒤 ‘바빌론 유수’ 때 끌려간 이들은 엘리트 지배층 극소수였으며, 그나마 대다수는 해방된 뒤 귀환 대신 남는...
사회학 70년의 새로운 ‘고전’제1396호 한국 사회학의 학술사에서 기념비적 이정표가 될 역작이 나왔다. 사회학자 정수복이 해방 이후부터 최근까지 한국 사회학 70년사를 ‘계보학’적 방법으로 서술한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시리즈 4권(푸른역사 펴냄)을 한꺼번에 출간했다. 계보학은 특정 분야의 시원과 전개 과정을 정리한 보조 학문으로 탄생했지만,...
중독, 몰락으로 가는 폭주 기관차제1395호 흔히 하는 새해 결심 중 하나가 술, 담배, 약물 등을 끊겠다는 것이다. 작심삼일이기 십상이다. 중독은 힘이 세다. 중증 중독자들은 찰나의 기쁨을 위해 많은 자원과 기회를 포기하고 때론 목숨까지 건다. 왜 그럴까?미국 행동신경과학자 주디스 그리셀의 <중독에 빠진 뇌과학자>(이한...
남은 이들의 삶을 담은 ‘극장판’제1394호 2019년 김성우(가명)는 48평형 아파트 청소를 하고 있었다. 청소업체를 차렸다. 유리창이 뽀드득거려도 그의 입에서는 “마음에 안 들어”가 새어나왔다. 부품 하나하나를 실수 없이 조립하는 현대 세계의 가장 정밀한 제작 현장을 떠난 뒤 무엇도 마음에 들 리 없을 터. 그는 1년 전까지도 한국지엠(...
극단적 감정 정치의 탄생제1394호 모든 죽음은 충격적이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단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자살은 더 충격적이다. 돌발적 사태일 뿐 아니라 죽음의 이유와 그것이 남긴 메시지가 산 자들을 오래 붙들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자살에는 사회적 타살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회안전망 붕괴로 인한…
게으른 적 없는 가난한 사람들제1393호 “내가 생각해도 대단해요, 살아 있는 게.” 이석기(66)씨의 말이다. 이씨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남의집살이하다가 무작정 서울로 왔다. 낮에는 파지를 줍고, 밤에는 파지를 실어 나르는 리어카에서 자며 살았다. 이후 10년 넘게 전남 신안의 염전에서 70만원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일하...
우린 원숭이 아닌 다양성의 후손제1392호 1859년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에 대하여>(종의 기원)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경악했다. 우리가 원숭이의 후손이라니, 이건 신과 인간에 대한 모독이다! 신의 피조물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지위였던 인간이 한낱 동물의 한 종으로 묶이는 것은 당대의 세계관을...
한국 나머지 지역의 ‘식민지’제1391호 “코를 찌르는 닭똥 냄새.” 천안논산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충남 논산을 거쳐 전북 익산을 들어서면 분뇨 냄새가 차 안으로 풍겨 들어온다고 한다. 한국 치킨 산업에 납품하는 닭농장은 전라도에 몰려 있다. 2021년 상반기 전라도에서 기르는 육계는 전국의 27.5%(전북)와 13.6%(전남)에 ...
다음 절도는 ‘인간의 특별함’제1390호 새벽이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취향이 잘 알려진 돼지다. 아마 첫 번째는 영화 <옥자>의 옥자가 아닐지. 옥자가 심심산골을 구르고 다니며 미자와 놀듯이, 새벽이는 진흙 목욕을 즐기고 수박 속을 순식간에 비우며 고구마보다는 감자를 좋아한다. 새벽이가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것은 태어날 때 잘렸던 송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