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잃고 인간을 발견하다제1359호 파도처럼 쏴 하고 몰려오면 온몸이 전율한다. 파도가 사라진 볼에는 홍조가 남는다. 조금씩 다르지만 자신의 육체를 인지하고, 육체의 ‘동물성’을 자각하고, 뒤따라 상실감이 덮치는 감정적 흐름이 따라온다. “나를 휩쓸고 가는 순간마다 정신은 스스로 그다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진실을 깨닫도록 내몰린다. 내가 필멸...
시간이 빛을 더하는 그들제1358호 탄소 하나로만 이뤄진 흑연과 다이아몬드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온도와 압력의 차이다. 다이아몬드의 영롱한 광채와&...
죽음이 온다, 하지만 죽음을 준비하지 않겠다제1357호 “미래에 죽음이 오리란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왜 그 미래의 죽음을 기준으로 지금을 생각해야 할까요?”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암 환자이자 ‘우연성’을 연구해온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는 삶에 우연히 찾아온 질병을 마주하며 이런 질문을 던진다. “호스피스를 알아보는 게 좋겠다”는 의사 말에 따라 주변을 정리하려던 그…
가스실 이전에 ‘식인’이 있었다제1354호 인류 전쟁사에서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은 단연 독보적이다. 이 전쟁은 진정한 의미에서 사상 최초의 총력전이자 사상 최대의 살육전이었다. 교전국들은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쏟아부었다. 최신 과학기술로 만들어낸 살상무기의 파괴력은 압도적이었다. 죽음에 전후방이 따로 없었다. 교전...
쿨내 진동 행성학자의 천‘문학’제1353호 첫 번째 질문, 한때 ‘을 안드로메다로 보낸다’라는 표현이 유행했다. 안드로메다는 무엇이고, 우리는 왜 많은 것을 거기로 보내는가? 한 천문학자는 ‘우주의 이해’ 교양과목의 첫 수업 시간에 이런 의문이 적힌 질문지를 만든다고 한다. 앞의 질문 답은?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은하와 가장 가까운 은하이고...
전쟁이 산업이 된 역사제1352호 2002년 8월,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이자 주미대사인 반다르 빈 술탄이 미국 텍사스주 목장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두 사람의 은밀한 대화와 가족 오찬은 화기애애했다. 반다르는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과 영국이 주도한 이라크 침공과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 지지했다. 반다르가...
이토록 비효율적으로 즐거운 첫 집제1351호 “사람이 바뀌려면 사는 곳이 바뀌어야 한다.” 30대 중반 한 남성이 부모와 함께 살던 집에서 독립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는 우연히 본 이 글귀 때문이었다. 저자 역시 독립 판타지가 있었다. 동작대교 서쪽 어느 녹지에 위치하며, 근처에 대학교와 도서관이 있고, 노량진 수산시장이 두루 가까운 집이라는....
이산하 시인의 22년만의 시집 <악의 평범성>제1350호 “혓바닥을 깨물 통곡 없이는 갈 수 없는 땅/ 발가락을 자를 분노 없이는 오를 수 없는 산/ (…)/ 오늘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 그 아름다운 제주도의 신혼여행지들은 모두/ 우리가 묵념해야 할 학살의 장소이다/ 그곳에 뜬 별들은 여전히 눈부시고/ 그곳에 핀 유채꽃들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그 별들...
현실계와 탈속계 중간쯤 ‘여돌’에게제1349호 케이팝(K-Pop) 전성시대다. 한국의 인기 대중가요는 전세계 젊은이의 문화 코드가 됐다. 그 핵심에 아이돌 그룹이 있다. 아이돌(Idol)은 문자 그대로 청춘 세대의 ‘우상’이다. 아이돌이 신과 다른 것은, 아이돌이 숭배 대상인 동시에 소비되는 오락, 평가와 상벌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란 ...
여성의 내일, 내 일, 내일들제1348호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가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걸 종종 감지한다. 때론 운동의 모습으로, 때론 저항의 모습으로, 때론 연대의 모습으로 이 목소리들은 나타난다. 으레 남성 몫으로 여겨졌던 자리에 여성이 서고, 여성 서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려는 시도도 더디지만 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