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이라는 껍데기를 걷어내니 보인 것들제1463호 나이지리아인, 중국인 그리고 유대인인 저자가 있다. 겉모습이 확연히 구분되는 이 세 ‘인종’은 유전적으로도 구별될까. 미국 뉴욕 유전체 센터에서 2주에 걸쳐 이 세 자원자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약 30억 개인 인간의 DNA 염기쌍 가운데 피부색·체질 등을 결정하는 0.1%가량의 단일염기변이(...
자기 유언장을 읽는 사람의 독백…이은용의 ‘우리는 농담이(아니)야’제1462호 “나는 여기 있다. 하지만 아무도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아, 내가 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책 앞머리 글) 극작가 이은용(1992~2021)의 처음이자 마지막 희곡집. <우리는 농담이(아니)야>(제철소 펴냄)는 이 작가가 남긴 희곡 5편을 묶었다. 6개 이야기로 이뤄진 ...
성폭력에 대한 수치심도 정치적이다제1461호 세계 성폭력의 역사를 다룬 방대한 최신 연구다. 장장 560쪽. 영국 런던대학 버크벡칼리지 역사학 교수이자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조애나 버크는 <수치>(송은주 옮김, 디플롯 펴냄, 영어판 2022년)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느끼는 ‘치욕’과 ‘수치심’이 정치적 감정이라고 말한다. 이 ...
추앙과 지탄 사이, 장애운동가들의 거대한 질문제1460호 그들은 서지 않는 열차를 멈춰 세우고 한국 사회를 움직였다. “한 명의 장애인이 이동하기 위해선 이 사회가 통째로 이동해야 한다는 걸, 우리는 뼈가 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전사들의 노래>(홍은전 지음·훗한나 그림·비마이너 기획, 오월의봄)는 장애해방운동에 말 그대로 몸을 던진 운동가 ...
제 첫 책, 나오기는 할까요제1460호 첫 책 작가에게는 책을 쓰고 만드는 모든 과정이 처음이다. 과정마다 경험하는 감정도 마찬가지. 첫 책을 계약하는 순간의 기쁨과 설렘이 지나간 뒤에는 수많은 부정적 감정(근심, 걱정, 불안 등)을 처리하느라 힘들어하는 작가가 많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양상은 다르지만, 신입 작가를 집어삼키는 어두운 생각은 카테고…
한낱 인간의 감각으로 물고기를 알 수 있을까제1459호 물고기는 통증을 느낄까? 20세기만 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당연한 상식처럼 통용됐다. 변화가 생긴 것은 21세기 들어서다. 2003년 발표된 린 스네든 연구팀의 실험 결과는 처음으로 상식에 균열을 냈다. 연구팀은 송어의 입술에 봉독과 아세트산을 주입했는데, 이 물고기들은 바닥에 누워 몸을 좌우...
‘친미’ 한국인은 왜 ‘반미’가 됐나제1458호 무려 70년이다. 한국과 미국은 자타공인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굳건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주한미군은 ‘우방국 친구’이자 ‘강국의 가해자’로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사회인류학 교수 엘리자베스 쇼버가 쓴 <동맹의 풍경>(강경아 옮김...
일본인의 생각이 바뀐 계기, ‘강제징용’ 판결이었다제1457호 “한반도가 근대화된 것은 일본 덕분이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으로) 비열하게 골대를 옮겼다.”<한국과 일본, 역사 인식의 간극>(이규수 옮김, 삼인 펴냄)의 저자인 와타나베 노부유키 전 <아사히신문> 기자는 이런 주장을 철석같이 믿던 수많은 ...
연어의 생존은 곧 지구의 운명제1456호 연어는 폭포를 만나도 주저하지 않는다. 몸통을 곧추세우고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솟구친다. 물살을 써서 자기 몸의 두세 배인 2~3m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뛰고 또 뛰며 끝까지 몸을 던질 줄도 안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를 떠돌다 강 상류로 돌아오는 삶을 살며 진화해온 결과다. 우리나라 연어는 동해에서...
‘자유’ 이전의 민주주의가 진짜다제1455호 “이 정권은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합니다. 민주주의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자유는 정부의 권력 한계를 그어주는 것입니다.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입니다.” 2021년 6월, 전직 검찰총장이던 윤석열의 대선 출마 선언의 한 대목이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