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노릇’이라는 우울하고 험난한 모험제1484호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생 국가다. 나라 장래가 걱정이라는 위기감이 높지만, 엄마의 고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출생률만큼이나 낮다. 지역은 더 심각하다. 인구가 줄어들어 ‘지방 소멸’ 얘기가 나온 지 한참 됐는데 아이 낳는 엄마들의 사정에는 도통 무관심하다. 엄마들이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
고래도 물고기다제1484호 <자연에 이름 붙이기>(윌북 펴냄)는 출간 전부터 화제였다. 베스트셀러가 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 룰루 밀러가 가장 크게 영향받은 책이라는 점에서다. 분류학과 그 너머의 철학적이고도 과학적인 이야기가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저자는 한국계 아버지와 일본...
일터에서 ‘자연스럽게’ 노동자가 죽는 이유제1483호 죽은 사람은 말이 없어서,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의 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종종 들어야만 했다. 죽은 사람이 지나치게 일 욕심이 많아서 사고가 났다거나, 부주의로 목숨을 잃었다는 어이없는 이야기였다. 2021년 세상을 떠난 배전공 김다운씨나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
혐오표현, 검열만큼은 안 된다…표현의 자유로 맞서야제1483호 혐오표현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할까? 혐오표현 찬반 논쟁에서 중요한 참조가 되는 책이 번역돼 나왔다. 미국시민자유연맹 회장을 하고 미니애폴리스와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뉴욕 로스쿨 교수인 네이딘 스트로슨의 <혐오>(아르테 펴냄)다. 옮긴이는 혐오표현을 지속적으로 연구한 홍성수 숙명...
마트 휴일은 아들과 데이트하는 날제1482호 이마트 부산금정점에서 일하는 정승숙(52)씨에게 일요일은 아들과 ‘데이트하는 날’이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그가 한 달에 두 번 쉬는 일요일, 장성한 스물넷 아들은 한 번씩 엄마에게 “영화 보러 가요”라고 먼저 말을 꺼낸다. 정씨는 “아들이 하라는 연애는 안 하고 엄마 꽁무니를 쫓아다닌다”고 웃지만, 아들이 안쓰...
오늘은 해방, 내일은 해장…술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들제1481호 고3 겨울방학 때 친구들은 작가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여자애들 남자애들 한자리에 모여서 ‘올 나이트’를 한다고 하자, 엄마는 폭풍 같은 잔소리를 쏟아냈다. 아빠는 딸내미 편을 들었다. “머시매들은 밤새 놀아도 되고 가시내들은 밤새 놀면 안 된당가? 고거이 남녀평등이여? 자네는 진정한 사회주의자가 아니그마!...
‘무법의 바다’ 독성 폐기물 바다에 방류…“개수작이잖아요”제1480호 지구가 푸른 것은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지표 면적의 3분의 2가 바다다. <무법의 바다>(박희원 옮김, 아고라 펴냄)는 40개월여 동안 비행기 85대로 5대양 6대주 40여 곳을 돌며 기록한 ‘우리 별 지구’의 바다에 대한 헌사라 할 만하다. 미국 <뉴욕타임...
내 피땀눈물…그 숙련공의 몸들이 문학이었다제1479호 장인, 달인, 고수의 몸을 기록했다. <베테랑의 몸>(한겨레출판 펴냄)은 “그냥 하는 거”라며 오랜 시간, 다만 열심히 해온 노동자의 신체에 쓰인 이야기를 받아 적은 책이다. 책갈피마다 ‘선수들’의 자부심과 멋이 뿜뿜 뿜어져 나온다. 이들은 숙련노동자다. 숙련은 연습, 시도...
이성애로 세탁되고 백인에게 표백된 과학 말고 ‘진짜 과학’제1479호 10살 때 이론물리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한 흑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미혼모인 엄마는 사회운동가였다. 어릴 때부터 ‘흑인의 힘’과 자부심을 듣고 자란 아이는 그만큼 차별 또한 일찍 겪었다. 아이는 우주가 궁금했고, 우주를 정확하게 다루는 수학이 궁금했고, 공부를 잘해서 하버드대학에 들어갔다. 길거리와 달리 ...
서울역서 여성 홈리스 본 적 있나요…‘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제1478호 거리의 노숙인을 포함해 쪽방·고시원 등 비적정 주거에 사는 사람을 ‘홈리스'라고 한다. 2021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홈리스 수는 1만4404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약 23%(3344명)가 여성 홈리스이지만, 그들에 관한 이야기는 기록된 바가 많이 없다. 목격조차 어렵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