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좋은 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가
퓰리처상 수상 시리즈 초역 옥스퍼드대학 미국사 <미국인 이야기>
등록 : 2022-02-08 16:10 수정 : 2022-02-09 11:00
미국은 식민 통치자들의 압제에 저항한 혁명전쟁으로 탄생한 나라다. 종교와 경제적 자유를 찾아 대서양을 건넜던 식민지 정착민들이 대영제국에 예속된 변방에서 ‘자유와 평등, 행복 추구권’(미국 독립선언)을 주창하며 7년간이나 처절한 독립전쟁을 벌인 끝에 새로운 나라를 건설했다.
<미국인 이야기> 1~3권(로버트 미들코프 지음, 사회평론 펴냄, 각 권 2만4천원)은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펴낸 ‘미국사 시리즈’의 첫 책을 분권해 펴낸 것이다. 원제는 <영예로운 대의: 미국 혁명 1763~1789>(The Glorious Cause: The American Revolution, 1963-1789). 1982년 초판에 이어 2005년 개정판이 나왔다. 옥스퍼드대학 미국사 시리즈는 미국 독립전쟁부터 현대 미국까지 미국 역사 전반을 이야기체로 서술한 대중 역사서다. 지금까지 출간된 12권 중 3권이 퓰리처상을 받았고 2권이 최종 후보작에 오를 만큼 정평이 났다.
우리말 초역인 이번 책은 영국과 프랑스의 북미 식민지 쟁탈전에서 승리한 영국이 국왕 조지 3세의 이름으로 발표한 식민지 권리선언(1763년)부터, 식민지 아메리카인들이 식민 종주국 영국과 싸운 독립전쟁을 거쳐, 필라델피아에서 독립선언(1776년)을 발표하고 신생 미국의 초대 정부를 수립(1789년)하기까지 격동의 4반세기를 다룬다. 미들코프는 독립의 대의를 정초한 ‘건국의 아버지들’뿐 아니라 이름 없는 병사부터 전쟁의 외곽에서 소외됐던 아메리카 원주민과 여성, 흑인 노예들의 삶까지 모자이크처럼 집대성해 거대하고 입체적인 민중사를 펼쳐 보인다.
18세기 후반 아메리카 사람들은 왕을 하느님의 통치 수단으로 보진 않았지만 기존 식민지 본국의 왕정 구조는 “필연적이고 불변하는 질서”로 의심 없이 수용했다. 하지만 날마다 접촉해야 하는 왕의 대리인들과는 자주 부딪쳤다. 식민지 거주민들은 “영국의 정치제도가 자유에 부여해준 보호와 격려의 역사에 경의”를 표시했지만, 신세계에서 태동하는 사회 여건은 유럽 본국과 많이 달랐다. 지은이는 “그토록 많은 것을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벌어지다니, 어찌 된 일인가?”라는 문장으로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은이가 책을 끝맺으면서 인용한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질문과 그것에 붙인 자신의 답변은 옥스퍼드대학 미국사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인간은 선택과 성찰을 통해 스스로 좋은 정부를 만들 수 있는가? 아니면 우연과 강압을 통해서 자신의 정치체제를 누군가에게 부여받아야만 하는 존재인가? 아메리카인들이 내린 답은 분명했다. 혁명 기간 동안 그들은 스스로 정치 질서와 사상을 수립했으며, 이 답안은 이후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로 남았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김수영, 시로 쓴 자서전
김응교 지음, 삼인 펴냄, 2만9800원시인 김수영(1921~1968)의 마흔일곱 해 삶은 일제 강점과 해방, 한국전쟁과 이념 대립, 4·19혁명과 5·16쿠데타에 이은 군부독재까지 격변의 근현대사를 관통한다. “시여, 침을 뱉어라”라고 외치며 위선과 폭압에 저항했던 시인의 삶과 문학을 그가 남긴 시편과 글 72편을 추려 연대기로 재구성했다.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
백지선 지음, 또다른우주 펴냄, 1만5천원‘현대판 모계사회’를 꿈꾸는 지은이는 두 딸과 함께 산다.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았지만 어엿한 가족이다. 2021년 민법 개정으로 비혼자의 ‘친양자 입양’도 가능해졌다. 이성 간 결혼으로 구성되는 ‘정상가족’의 통념을 허문다. 아이들과의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충만감과 양육에 대한 진지한 사유.
원소
필립 볼 지음, 고은주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3만5천원세상 모든 물질은 지금까지 발견된 118개의 원소 중 일부의 결합물이다. 만물의 근원을 찾으려던 옛사람들부터, 연금술과 화학의 발전, 새로운 인공원소를 만들어낸 현대 원자과학까지 원소 발견의 흥미진진한 3천 년 역사를 펼쳐 보인다. 200여 장의 사진과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퀴어의 세계사
새러 프레이거 지음, 심연희 옮김, 살림 펴냄, 1만5천원미국의 퀴어 활동가가 들려주는 ‘세계사를 바꾼 23명의 LGBT(성소수자) 이야기’. 여자이고 싶었던 로마의 소년 황제 엘라가발루스, 남자이고 싶었던 스웨덴의 계몽 여군주 크리스티나 바사, 남장하고 프랑스를 구한 잔 다르크, 에이브러햄 링컨과 프리다 칼로의 ‘내밀한 친구’까지, 역사 속 퀴어는 자연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