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목숨값은
미국 9·11 테러에서 30배 차이난 희생자 보상금, <생명 가격표>가 말하는 궁극의 가격은
등록 : 2021-08-14 01:48 수정 : 2021-08-14 19:58
2021년 봄, 한국에서 꽃다운 나이의 두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한 명은 서울 한강공원에서 친구와 놀다가 실종된 뒤 주검으로 발견된 의대생, 다른 한 명은 경기도 평택항 부두에서 컨테이너 바닥 청소 작업을 하다가 육중한 철판에 깔려 숨진 ‘알바 노동’ 대학생이었다. 두 죽음을 대하는 언론의 관심, 대중의 반응은 지나치리만큼 한쪽으로 치우쳐 대조됐다.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 부끄러운 민낯이라는 비판과 자성도 나왔다.
미국의 보건경제학자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이 쓴 <생명 가격표>(연아람 옮김, 민음사 펴냄)는 ‘각자 다른 생명의 값과 불공정성’ 실태를 다양한 사례로 폭로하고 분석한 책이다. 모든 것에 값을 매기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태어나기 전부터 사망 이후까지 일상적으로 ‘생명 가격’이 따라붙는다. 상품 등급을 연상케 하는 목숨값은 소속 집단과 신분에 따라 차별적이다.
지은이는 “누구도 입 밖에 내지 못하지만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그 가격표는 불공정할 뿐 아니라 젠더·인종·민족·문화적 편견이 작용한다”고 강조한다. 이게 심각한 이유는 “가격표가 낮게 책정된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높은 가격표가 붙은 사람들에 비해 더 큰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미국 9·11 테러 희생자 보상금은 고인의 ‘경제적 가치’에 따라 최고 30배까지 차이가 났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결함이 확인된 차종의 리콜 여부를 비용편익 분석으로 결정한다. 리콜 비용과 합의금, 과징금을 비교하는 이윤 극대화 논리에 인간의 존엄성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태아의 성별이나 장애 유무에 따른 선택적 임신중단(낙태) 결정도 양육하면서 감당해야 할 ‘투자 비용’이 좌우한다. 공공의료 보장과 달리, 민간 생명보험료는 소비자의 경제적 여유에 따라 보장범위와 보상가액이 달라진다. 가입자는 자신의 경제력으로 자기 생명 가격을 결정하는 ‘소비자 선택’ 방식이다. 굴욕적이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생명은 똑같이 소중하며 값을 매길 수 없다는 관점은 도덕적으로 자명하고 직관적으로 명쾌하다. 지은이는 “이런 관점은 인간 생명이 끊임없이 금전으로 환산되는 현실, 그래서 이것이 공정한 방법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을 외면”한다고 지적한다. 지은이가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하여 현실 세계에서 생명 가치가 매겨지는 방법과 그 결과 및 한계점에 주목”한 이유다.
책의 원제는 ‘Ultimate Price’, 즉 ‘궁극의 가격’이다. 생명 가치를 산출하는 게 불가피하다면 궁극의 가격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인권과 생명을 적절하게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을 요구하고, 생명 가치 판단에 영향을 주는 불평등한 임금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억만장자 한 사람이 평범한 사람 100명보다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거나, 정부가 고작 몇 푼을 아끼느라 사람 생명을 불필요하게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디플롯 펴냄, 2만2천원진화론의 핵심은 ‘적자생존’이다. 생존경쟁에서 가장 잘 적응한 종이 살아남아 번성한다는 것. 미국 진화인류학자인 지은이들은 타자와의 ‘친화력’이야말로 진화의 최대 비결이라고 반박한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트러블과 함께하기
도나 해러웨이 지음, 최유미 옮김, 마농지 펴냄, 2만3천원현대는 어느 때보다 ‘트러블’(골칫거리) 넘치는 시대다. 페미니즘 사상가인 지은이는 인류와 지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자식이 아니라 친척 만들기’를 제안한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확장하고 지구의 많은 반려종과 공산(共産)-공생(共生)하는, 새로운 관계 맺기 방식이다.
혁명을 꿈꾼 독서가들
강성호 지음, 오월의봄 펴냄, 1만8천원식민지 조선에서 새 세상을 꿈꿨던 이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홍명희, 신채호, 김구, 김산, 이상설, 나혜석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과 비밀독서회의 책 읽기는 ‘독서의 정치사’이기도 하다. 이상설은 수학을 사랑했고, 나경석은 아인슈타인을 소개했으며, 신채호는 크로포트킨을 읽고 아나키스트가 됐다.
진화의 도시
김천권 지음, 푸른길 펴냄, 2만원인류 최초의 도시 문명은 약 1만 년 전 중동 지역 예리코가 기원이라는 게 통설이다. 신의 도시(초기)부터 신화의 도시(고대), 종교도시(중세), 근대도시(산업도시), 정보화와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의 현대도시까지 도시의 탄생과 번영, 소멸을 조망한 뒤 미래의 ‘생명 도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