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사회적 위세제784호 한국의 어느 의상 디자이너는 비싸게 옷값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을 가지고 있다. 고객 가운데 저명인사들이 옷을 맞추러 오는 시간을 같은 날 비슷한 때에 배치하는 것이다. ‘우연히’ 마주친 그들은 누구든 금방 얼굴을 알아볼 만한 사람들이기에, 비록 예전에 만나본 적이 없는 사이라 할지라도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를 …
헌법 정신 외면한 ‘용산 재판부’제784호 “이건 재판이 아니야!” ‘용산 참사’ 선고 공판이 진행되던 지난 10월28일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 판결문 낭독을 듣고 있던 김주환 전국철거민연합 신계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이 피고인석에서 일어섰다. 이충연 용산4구역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과 김형태 변호사도 동시에 몸을 일으켜 법정...
생명·평화의 길에 우리 모두 벗 됐으면제784호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단식농성을 벌이던 문규현 신부가 지난 10월22일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사흘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다행히 깨어난 다음에 손발을 움직이고 말을 알아듣는 등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쾌차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그는 새만금·대추리 등 고통받는 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
핑계제784호 “새벽에 술에 취해서, 외간 남자 차 타고 돌아와서는 집 앞에서 빠이빠이~ 하는 마누라를 보면 PD님은 눈 안 뒤집히겠습니까?” 열변을 토하는 폭력 남편의 핑계는 짐짓 그럴싸했다. 남편이 몇 년째 백수에다가 술 퍼먹는 재주만 길러온 터라 아내가 식당일로 근근이 일상을 꾸리고 있으며, 외간 남자의 차를 타고 귀가...
진화하는 바이러스제784호 이번호 표지이야기는 바이러스에 대해 한번 공부해보자고 제안한다. 바이러스는 참 기묘한 존재다. 생물도 아닌 것이 생물이 아닌 것도 아니다. 생물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대사 기능이 없다. 숙주의 세포에 침투해서만 살아갈 수 있다. 혼자서는 먹고 살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자기 보존과 전파의 이기심은 강하다. ...
[부글부글] 유도리의 새 지평제784호 헌법재판소가 ‘유도리’(여유를 뜻하는 일본말. 융통성이란 우리말 대신 유도리 있게 유도리를 쓰기도 한다)의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는 ‘헌 법’에 위헌 결정을 내리며, 유도리 있게 ‘기지만 아니다’의 ‘새 법’을 높이 새긴 거예요. 지난 7월 언론 관련법이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된 과…
“내 속에서 더 이상 노래가 나오지 않아”제783호 그들에게 청춘을 빚진 자가 한둘이랴. 그들의 노래 없이 청춘을 회고하는 자가 누군들 있으랴. 물경 30년에 걸친 영혼의 빚을 아주 감출 수는 없는 노릇. 그들의 노래 덕분에 나의 오늘이 새삼스런 바 있으므로, 아무리 다독여도 떨리는 마음을 다잡을 수 없었다. 특별한 상차림을 혼자 받는 마음으로,...
전쟁, 합법적 살인과 성폭행의 제전제783호 12년 전쯤, 스승인 모스크바대 미하일 박(박준호·1918~2009) 교수의 일생일업인 <삼국사기>의 러시아어 번역을 도우면서 ‘열전’에 있는 김유신전을 번역한 일이 있었다. 그때 다음과 같은 김유신(595~673)의 ‘민심 살펴보기’가 내게는 재미있는 수수께끼로 다가왔다...
공무원 아트제783호 예전에 어느 문화재를 둘러보는데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환한 미색의 건축물이 눈에 띄었다. 물어보니 돌아가신 육영수씨가 좋아하던 색이어서 당시 공공기관에서 지은 건물들은 미색 일색이었다는 다소 믿지 못할 대답이 돌아왔다. 설마 공무원도 보는 눈이 있을진대. 나는 본인의 예술적 감각을 뒤로한 채 ...
신이 낸 가장 어려운 문제제783호 대한민국 부모들은 자녀가 그럴듯한 대학을 나와 그럴듯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사달이라도 날 듯 안달복달한다. 국제중·특목고·사교육 바람의 진원지도 바로 그 부모의 가슴 한복판이다. 그런데, 사실이 그렇다. 그럴듯한 대학을 나와 그럴듯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실제로 사달이 난다.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