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가방’과 세 번의 만남제826호길에서 3초마다 하나씩 볼 수 있다 하여 붙여진 ‘3초 가방’이란 명성의 이 가방과 처음 마주친 것은 1999년 프랑스 파리에 공부하러 갔을 무렵이다. 외환은행 파리 지점이 있는 몽테뉴가 근처에는 루이뷔통 매장이 있다. 은행을 가다 보면, 서울 종로통에서 앞길을 가로막는 “도를 아십니까”류의 사람들처럼 은근슬쩍...
국제 위신 따윈 필요 없어제826호오는 11월이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니, 우리는 명실상부한 선진국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껴야겠다. ‘죄송 내각’ 논란이 시민들 가슴에 그어대는 자괴감은 그냥 성장통이라고 해둬야 할까. 그렇지 않다. 부쩍 커버린 대한민국의 몸피에 걸맞지 않게 유치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 ...
남산은 아름답고 역사는 사라진다?제825호 꼭 100년이 지났다. 100년 전 8월29일, 조선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한국 병합에 관한 조약’(한일합병조약)을 공포했다. 모두 8개 조로 구성된 조약의 제1조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한국 황제 폐하는 한국 전체에 관한 일체 통치권을 완전히 또 영구히 일본 황제 폐하에게 넘겨준다.” ...
체벌은 필요악? 동성애는 불편해?제825호 <한겨레21>은 온라인 서점 알라딘과 함께 3주마다 한 번씩 ‘이 분야 최고의 책 저자 강연’을 진행한다. 독자들의 관심과 호평을 받은 저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독자와 직접 만나 대화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첫 강연에는 8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로 인권을 이야기한 &...
내 마음의 블랙박스제825호 고통은 살아 존재하는 자가 짊어져야 하는 필연적인 숙명이다. 고통은, 아픔 그 자체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고통의 신비를 알기까지는. 자신에게 닥친 고통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아플 때, 어린아이들은 가슴 깊숙한 곳으로 고통을 감춰버린다. 아예 없었던 것처럼 지워버린다. 살아...
잃어버린 별밤을 찾아 천문대로제825호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음을 이루고물바가지에 떠 담던 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그 물로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 나면굴뚝 가까이 내려오던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도종환, ‘어떤 마을’ 시인의 말대...
서바이벌 게임과 합숙, 전쟁 같은 자본주의제825호 소련에서 보낸 유년 시절 필자에게 가장 괴로운 체험 중 하나는 ‘자르니차’(섬광)라는 이름의, 의무적일 정도로 강제됐던 모의 전쟁이었다. 정확하게는 학생의 의무까지는 아니었지만 소년공산동맹의 맹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었고, 소련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려면 소년공산동맹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자르니차는 …
[블로거21] 유현산 송사제825호 그로 말할 것 같으면 30대 후반의 남성이며 <한겨레21>의 편집팀장이다. 나의 옆자리에 앉아 있으며 나의 사수이기도 하다. 그는 생각에 잠길 때면 코를 파거나 다리를 떠는 것 같다. 때때로 눈을 감고 있기도 한다. 재채기를 자주 한다. 원인 모를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
[와글와글] 수심의 PD수첩제825호 그때 나는 영화 <아저씨>를 보고 있었다. ‘제이슨 본’이 연상되는 원빈의 박력 있는 액션, <레옹>의 마틸다가 떠오르는 여자 아역,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속의 형사 캐릭터가 잘 반죽된 상태의 밀가루처럼 촘촘했다. 영화는 잔인했다....
부끄러움 없는 자들의 천국제825호명동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였다. 복잡한 서울 거리의 숨 막히는 더위가 언제 있었나 싶게 버스 안은 시원했다. 자리에 앉고 나서야 아차, 타고 있는 버스가 가스 버스인가 휘발유 버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앉아 있는 자리와 버스 바퀴의 위치는 어느 정도 거리에 있나 굼뜬 가늠을 하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