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자의 뒤태제836호단 이틀간 열리는 20개 나라 정상들 간의 회의를 위해 정부가 벌이는 해프닝은 기가 찬 수준을 넘어서, 이 기상천외한 호들갑을 벌이는 자의 정신상태가 흥미로워지는 지경으로까지 승화했다. 오토바이 택배와 정화조 차량 운행을 중지시키고, 주변 역을 폐쇄하며, 주변 영화관과 서점도 영업을 중지시킨다. 수능 날짜를 ...
장애인 도우미견, 삼성 떠나면 속수무책?제836호크고 검은 눈이 촉촉하다. 어쩐지 회한처럼 보인다. 금빛 털을 쓰다듬자 젖은 눈을 끔뻑 감는다. “먼저 달리지 않고, 먼저 잠들지 않고, 지쳐도 먼저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나의 눈을 대신했습니다.” 시각도우미견 ‘아름이’를 위해 사람들이 은퇴식을 열었다. 나이 든 아름이는 이제 도우미견...
술 취한 도시를 가로지르는 삶의 드라이버들제836호11월11일 밤 9시30분, 검은색 SM5 승용차는 서울 마포대교를 달리고 있었다. 옆에 앉은 취객이 창문을 내렸다. 찬바람에 ‘벌써 겨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즈음 ‘우에엑’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그는 창으로 머리를 내민 채 토하고 있었다. 역한 냄새가 금세 차 안을 어지럽혔다. 시속 80...
자동차 공장, 9044종 발암·독성 물질 사용제836호그의 삶은 곧 ‘현대차’다. 예순 살 A씨. 지난해 12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정년퇴직했다. 1979년 3월 봄바람이 첫 출근길을 떠밀었는지 기억이 가물댄다. 30년 넘게 열처리를 맡았다. 쇠를 녹여 모형을 만들었고, 모형은 모여 차가 됐다. “(주간 근무조 때)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
공정사회의 부당거래제835호오랜만에 극장에 갔다. 저녁을 먹다가 반주를 한잔 걸치다가 이아무개 팀장이 던진 유혹에 모두가 즐거이 낚였다. 택시를 타고 가장 가까운 영화관으로 달려가, 다행히 관객이 드문 객석 한 귀퉁이에 몰려앉아 술 냄새를 부여잡으며 영화를 봤다. <부당거래>. 지난호 레드면에 리뷰가 실린 영화다. 기사...
보이지 않는 난민제835호 치악산은 모른다. 산 언저리마다 물든 가난. 낡아빠진 단풍처럼. 재 넘어 오는 겨울은 두렵다. 강승준(65·가명)씨는 말했다. “지난해 겨울 같으면, 아주 난 진짜 밧줄 갖고 산에 가, 소나무 많겠다, 목매달아 죽으려고까지 작정했어요. 못 살겠더라고 정말. 살고 싶은 의욕이 추호도 없는 거여...
방이 아닌 방에 살기제835호스타벅스에서는 4100원짜리 카페라테가 팔리고, 역 앞 별다방에서는 3천원에 하룻밤 잠자리를 판다. 밤 9시가 넘으면 만화방에는 신간만화를 원하는 사람보다 해진 소파에 눈치껏 낡은 담요를 까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농촌·중소도시에서 컨테이너가 새롭게 등장한 집없는 사람들의 극단적인 주거 형태라면, 도심 한가운데…
“인권이야말로 보수의 것”제835호 때는 1984년, 여가수 이선희는 강변가요제에서 를 불렀다. 여자 양궁선수 서향순은 한국 여성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전두환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는 ‘새세대 심장재단’ 이사장이 됐다. 이 정도를 제하면, 나머지 한국 여자들에겐 특별한 일이 없었다. 언론계를 통틀어 기자인 여자는 여전...
“댓글탕 드시고 금연하세요~”제835호‘나 ○○○는 스스로 금연할 것을 다짐하며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금연도시에 이 다짐을 알리고 평생 금연할 것을 서약합니다. 서약자 ○○○(서명).’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동시에 가장 자랑스러운 서약서가 있다면, 바로 이 금연서약서다. 그런데 이 서약서에는 생경한 단어가 등장한다. 보건복지부도, 한국금연운동협…
적을 살해하고 초인으로 거듭나라제835호대한민국의 통념적 군대관과 전쟁관에는 한 가지 자기모순이 내재돼 있다. 비록 상류층은 병역기피를 상습적으로 저지르고 중산층의 많은 구성원들도 아들의 군 복무를 빼주는 것을 꿈꾸지만, 병역기피는 대중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박정희의 ‘전 사회 병영화’ 노선에 따라 군대가 1970년대 이후 고등학교 다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