뵈는 게 없다제839호뵈는 게 없다. 이마가 아궁이처럼 달아오르는 고열에 시달린다. 3일 정도 굶는다. 혹은 수면제 10알을 한꺼번에 먹는다. 그러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밥은 밥으로 안 보이고, 책은 책으로 보이지 않는다. 현실과 비현실은 구분이 없어진다. 그 경계에서 초현실의 세계가 펼쳐진다. 머릿속에 굳어졌던 고정...
제2, 제3의 천신일도 나오나제839호지난 10월18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장. 박우순 민주당 의원이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천신일씨가 피의자냐”고 물었다. 통상 법무·검찰의 수뇌는 국회의 대정부 질문이나 국정감사에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하지만, 김 총장은 의외로 “그렇다”고 순순히 시인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천 회장…
다중 소수자가 부르는 희망 노래제839호“가브리엘, 오랜만이에요.” 약속한 서울 대학로 카페에 그가 먼저 와 있었다. “사진부터 찍을까요.” 마침 지난 12월1일 세계 에이즈의 날, 국제구호단체 ‘글로벌케어’가 대학로 거리에서 ‘편견을 버리면 길이 보인다’는 펼침막을 내걸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 앞으로 걸어가 사진을 찍었다. 그의 곁에서 ...
11월은 병역의 달제839호광저우와 연평도를 잇는 하나의 열쇳말이 있다. ‘병역’이다. 아시아경기대회 감상법 중 하나는 병역을 중심으로 놓고 보는 것이었다. 경기를 보고 또 보고, 기사를 읽고 또 읽다 보면 병역에 대한 각종 ‘멘트’가 읽히고, 희비의 쌍곡선이 보인다. 광저우에서 금메달을 딴 핸드볼의 미래는 밝아졌고, 그렇지 못한 ...
멈춰선 라인에 걸린 고된 노동자의 외침제838호지난 11월23일, 공장은 완전히 멈춰 있었다. 9일째였다. 현대 울산공장 1공장 의장부에 출근해 대기하는 정규직들은 공구 대신 휴대전화를 들고 아시안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비정규직 500여 명이 농성 중인 3층 ‘도어탈착 라인’ 입구로 향하기 위해 16만 평의 공장을 가로질렀다. ‘보조라인’이라...
‘스위트 홈’ 만드는 가사도우미의 쓰디쓴 노동제838호세탁실-거실-부엌-서재-안방-옷방-거실-세탁실-화장실-부엌-재활용·쓰레기수거장. 최명선(49·가명)씨의 하루는 세탁실에서 시작해 쓰레기 수거장에서 끝난다. 아파트가 작업장이고, 앞치마가 작업복인 그의 직업은 가사도우미다. 오전 9시. 최씨는 매주 화요일에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로 출근한다. ...
돈과 힘이 앞서는 정치, 악의 씨가 뿌려지다제838호1954년 11월27일 오후 6시. 지금은 서울시의회가 들어서 있는 중구 태평로의 국회의사당에는 숨 막힐 듯한 긴장이 가득했다. “재적의원 203명 중 가(可) 135표.” ‘135’라는 숫자를 듣자 야당 의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부(否) 60표, 기권 6표, 무효 1...
근대 일본의 치명적 발명품, 무사도제838호세계의 어느 나라를 봐도 국민국가에 유리한 쪽으로 ‘전통’의 이미지를 조작하지 않는 곳은 없다. 대한민국부터 그렇다. 박정희와 박종홍(1903∼76)이 반동적이고 복고적인 민족주의로 어용적 사상 흐름을 틀었던 1970년대 초반부터 ‘선비정신’과 같은 표현이 유행했는데, 이런 표현이야말로 ‘전통의 날조’치...
유전자 명령 거부하는 이야기꾼, 뇌제838호1992년 2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표지 모델로 한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등장했다. 천진난만한 모습의 아이 얼굴을 클로즈업해 보여주고는 ‘이 아이가 게이(gay)일까요?’라는 엉뚱한 제목을 달아놓았다. 성적 취향이 유전되는지에 대한 과학적 논쟁을 바라보는 대중의 정서를 잘 ...
사람의 기업제837호지난호에 어쭙잖은 퀴즈를 냈다. 정답부터 얘기하자면, (ㄱ)에 들어갈 말은 ‘정부’, (ㄴ)에 들어갈 말은 ‘기업’을 상정하고 낸 문제다. 요즘 세간의 관심을 끄는 사건들을 짚어보노라니 한쪽엔 정치권력, 즉 정부가 자리하고 또 다른 한쪽엔 자본권력, 즉 기업이 자리하더라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두 권력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