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기술사회의 두 얼굴제855호 1990년 5월6일 영국의 존 거머 농림부 장관은 네 살배기 딸과 함께 TV에 출연해 영국산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먹는 장면을 연출했다.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극적으로 보여주려는 퍼포먼스였다. 하지만 6년 뒤 영국 정부는 정반대의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1996년 3월2...
에너지민주주의로 가는 길제855호세 나라가 있다. 원자력발전을 두고 저마다 다른 길을 걸었다. 하나는 일찌감치 원자력발전을 접었고, 다른 하나는 원자력과 이별하는 중이다. 마지막은 줄곧 원자력에 매달리고 있다. 덴마크, 독일, 일본의 이야기다. 셋의 사연은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30여 년 전 중동에서 불어닥친 ...
나는 학생이다?제855호 나는 가수다.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 같은 무대에는 평생 올라갈 일이 없겠지만, 우연한 기회에 몇몇 인권활동가와 의기투합해 ‘이름하나못짓고’라는 밴드를 만든 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서 “노래 부르는 거 본 적 있어요”라는 얘기를 세 번쯤은 들어본 가수다. 직업도 아니고 음반 하나...
잊혀진 투쟁, 그리고 투병 중제855호 “후회해보진 않았느냐”고 물었다. 병실이었다. 웅크린 여인은 몸을 돌렸다. 해선 안 될 질문이었다. 그때 왜 그랬는지, 뒤의 삶은 어땠는지, 후회한 적은 없는지 떡 썰듯 물을 수 없다. 비극의 시대가 한 단어, 한 문장으로 정리될 리 없다. 1982년 3월 부산 미국문화원에서 불이 ...
싸움이 일깨운 삶의 존엄제855호 ‘1천만 노동자 총단결’을 외치던 1980년대가 있었다. 당시의 외침이 정의로운 이력이나 발판이 되어 유명해진 사람, 주류에 진입한 사람이 우리 사회에 적잖다. 그런 사람들 말고 이름 없이 그 시기를 메웠던 대다수 구성원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기성세대가 되었을 그들은 지금의 세상에 대해, 엄혹한 노동 현장에 ...
장자연씨가 이웃에게 내민 손제854호이른바 ‘항의성 자살’이 성공하는 예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 절반에 불과하다. 이는 여성의 시도가 진지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여성(여성이 꼭 ‘개인적’ 약자인 것은 아니지만)이 늘 불만과 항의의 주체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배경으로 흘리는 것이다. ‘죽음의 굿판을 집어치워라!’(김지하·1991)…
1970~80년대 신학의 봄제854호향년 90살의 원로 신학자 유동식은 1982년 발표한 글에서 한국 신학이 꽃피우던 시기로 1970년대를 평한다. 나는 이런 평가를 1980년대까지 연장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우선 지난 연재글에서 본 것처럼 교회는 한국판 번영신학을 이 시기에 발전시켰다. 비록 학문적 체계나 성과물의 양에서 번영신학이 ...
여기는 청소년 노스페이스 공화국제854호 요즘 10대들의 겨울 패션 경향은 가히 전국 통일 수준이다. 길거리를 다니면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법한 ‘노스페이스’ 재킷 덕분이다. 그들은 학교, 학원, 그 어느 곳에 가더라도 좀처럼 노스페이스를 벗지 않는다. 해당 업체 담당자마저 의아해할 정도로 노스페이스 신드롬(?)은 이례적이다. ...
깊은 상처로 새긴 평화의 조감도제854호“기구한 운명의 길을 걷지 않았더라면…” 부분에서 눈길이 멈췄다.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인권·평화운동가인 서승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한국과 일본에서 출간된 정년기념문집 <서승과 함께하는 동아시아 평화와 인권>에 실린 그의 인사말 가운데 한 대목이다.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평범한 할아...
바람 불던 생도 꺾지 못한 화사함제854호요즘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를 뒤늦게 챙겨 보고 있다. 그런데 어느 짧은 장면이 유독 앙금처럼 남았다. 친구 남편을 가로채 동거하는 ‘전직’ 성형외과 의사 이화영(김희애)이 시름에 잠겨 포장마차에서 홀로 소주를 마시고 있는데, 그녀의 휴대전화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한다. 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