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인가, 추방인가제891호 12월15일, 정욜씨는 농성장에서 그 소식을 들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인 그는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1층 로비를 점거한 채 농성을 하고 있었다. 서울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보수단체가 결성한 ‘학생인권조례 저지 범국민연대’는 학생인권조례에 차별금지 조항…
시민의 시장, 토건시장이 되려는가제891호 박원순표 서울시정이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전임 시장 시절부터 추진된 각 지역의 뉴타운·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는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를 기존 2종에서 3종으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안을 12월7일 통과시켰다. 이…
빛과 그림자가 교차한 인생제891호 1992년 10월3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일생의 목표이던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연산 2천만t 조강체제 구축을 25년 만에 완성했음을 보고했다. “불초 박태준, 각하의 명을 받은 지 25년 만에 포철 건설의 대역사를 성공적으로 완수...
추장님의 감귤 아가씨 바라기제891호 섬에서 자란 소년은 ‘일인자’라는 단어에 누군가를 떠올리곤 했습죠. 제주섬 사람들이 보통 ‘육지’라고 부르는 한반도 소년들과는 상상의 방향이 달랐습니다. 가령 섬소년이 코 흘리며 학교에 들어간 1980년대엔 전두환 대통령이 일인자였습니다. 그러나 소년의 머릿속 ‘일인자’ 모습은 머리 벗겨진 장군님이 아녔습…
내일의 조영래를 위하여제891호 “학살의 원흉이 지금/ 옥좌에 앉아 있다/ 학살에 치를 떨며 들고 일어선 시민들은 지금/ 죽어 잿더미로 쌓여 있거나/ 감옥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 //검사라는 이름의 작자들은 /권력의 담을 지켜주는 셰퍼드가 되어 으르렁대고 있다/… /판사라는 이름의 작자들은 /학살의 만행을 정당화시키는 꼭두...
고독한 전장의 사나이제891호10여 년 전 <조선일보> 게시판을 단기필마로 휘젓던 시절부터 정평이 난 사실이지만, 진중권은 싸움이 거듭될수록 에너지가 넘치는 체질이다. 주초엔 정명훈 연봉 문제, 중반엔 품평 논란, 주말엔 자신을 둘러싼 박노자의 ‘전향’ 시비로 일주일 내내 전투를 치렀다. 공교롭게도 싸움의 상대는 모두 ...
태엽을 감으며 처음처럼제890호 물건이 흔한 시대라서 갖고 있는 것들 중에 소중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굳이 애장품을 한 가지만 들라면, 태엽을 감는 은색 손목시계를 꼽고 싶다. 지금부터 25년여 전 결혼식을 올릴 즈음의 이야기다. 그 시대 대부분의 사람이 그랬듯 나나 아내나 모두 여유 ...
어떤 향수(鄕愁)제890호 작가 허준이 1946년에 쓴 단편 ‘잔등’은 이국에서 풍찬노숙의 세월을 보내고 방금 환국한 한 사나이의 시선에 포착된 당대 현실의 갖가지 풍경을 그린 소설인데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향수란 이렇게 근본적인 것일까.’ 나는 누워서 눈에 스며드는 높은 하늘의 푸른빛을 마음껏 가슴에 물들이며...
가방을 쿨하게 걸쳐라제890호 교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10대들. 그런데 요즘 그들의 복색에서 작지만 제법 흥미로운 변화를 볼 수 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백팩을 어깨에 메는 게 아니라 팔뚝에 걸친 채로 활보하는 모습이 등장한 것이다. 어떤 이는 한쪽 끈을 반쯤 내리고, 또 어떤 이는 양쪽 끈을 모두 내린 채 다닌...
내년 복지예산 92조원의 ‘꼼수’제890호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서 복지 분야는 92조원으로 정부 총지출 대비 28.2%에 해당한다. 수치로만 보면 역대 최고 비중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업무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올해 복지지출이 재정의 28%를 차지하니 “이제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