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히 보았다 불길 속 성난 해병대원들제1012호생생한 클로즈업이었다. 시뻘건 불길을 배경으로 총을 든 한국 해병대원들의 성난 표정이 잡혔다. 노인과 부녀자, 아이들의 주검은 끝없이 나타났다. 살려달라 애원하는 부상자들의 일그러진 얼굴도 보였다. 실물보다 대여섯 배로 확대된 그 처절한 광경에 더 이상 눈을 붙이고 있을 수 없었다. 남베트남 민병대원 응웬사(…
국가는 결코 제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제1011호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은 저마다 자식의 영정을 꽉 부여안고 청와대로 이어지는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밤을 지새웠다. 지친 몸뚱이에서 쥐어짜내는 애끓는 목소리로 한 사람을 간절히 찾았다. 앞을 가로막아선 경찰 병력을 향해 “기어서라도 들어가게 해달라고요”라고 ...
박정희 정당법을 폐기하라제1011호결사의 자유가 보장됐더라면… 2014년 5월8일 어버이날 늦은 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KBS 앞에서 항의하다 청와대 앞으로 자리를 옮겨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온밤을 지새웠다. 부모·자식 간에 감사의 마음을 나누며 행복했어야 할 그날,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은 여의도에서, 청와대에서 울분을 쏟아내며 ...
재앙 자본주의제1010호 세월호 참사 특집호로 지난주 발행된 <한겨레21> 1009호의 표지는 흰색 바탕에 아무런 문구도 쓰여 있지 않았다. 상당한 파격이었다. 많은 독자들이 ‘비웠으되 꽉 채웠다’는 평가를 내려주셨다. 텅 빈 백지 공간이, 역설적이게도,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모두...
망명객 혹은 ‘홈리스’ 김진수제1010호김진수(22·이하 괄호 속 숫자는 당시 나이)는 홈리스 신세였다. 1968년 1월1일, 그는 소파에 누워 쪽잠을 자다 눈을 떴다. 24시간 영업하는 도쿄 중심가 신주쿠 심야다방의 창문으로 새해 첫 햇살이 비쳐들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빗으며 화장실로 가 세수를 했다. 몸을 눕힐 거처...
‘짐이 곧 국가’ 다만 ‘국가 개조’에선 빠지겠소제1010호“온몸에 수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쇼크를 받았다. 날카로운 칼이 심장 깊숙이 꽂힌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눈앞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①) “가슴에 송곳이 박힌 것처럼 아파서 잠들 수가 없었다. 악몽에 쫓기고 있는 것 같았다. 밥알이 모래알처럼 느껴져서 넘길 수가 없었다.”(②) 수만...
민낯의 기록제1009호 짐작은 했지만, 그가 들려준 얘기는 훨씬 충격적이었습니다. 트라우마 심리치유 전문가인 정혜신 박사는 이번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한국전쟁과 맞먹는 상흔을 남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재앙적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