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막힌 광장제1187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다녀갔다. 그가 처음 들른 곳은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일대에 들어선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였다. 10년 전 대추리 농민들과 기지 확장에 맞섰던 늙은 신부는 그 시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나무에 평화를 새기고 있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세종로의 잠 못 이루는 밤제1187호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 큰 펼침막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걸려 있다. 이곳에는 세종호텔, 아사히글라스, 하이텍알씨디 노동자 등 20여 명이 천막노숙을 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엔 광장을 메운 촛불을 보며 희망을 가졌어요. 그렇게 춥지 않았어요. 노동은 ...
낙엽제1186호 도심 속 낙엽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아스팔트 위에서 쓰레기와 섞여 함께 뒹군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프랑스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의 시 ‘낙엽’의 한 구절이다. 사진·글 정용일 기자 y...
소멸도시제1186호 1980년대 중반까지 충청남도의 3대 우시장이던 서천군 판교면 현암2리 판교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번성하던 시골 작은 마을에 ‘무려’(!) 영화관까지 들어설 정도였다. 그러나 1984년 우시장이 없어지면서 일자리는 사라지고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지금은 퇴락한 1980년대 ...
여기가 암매장 터 입니다제1186호 정수만 전 5·18 유족 회장이 11월3일 오후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 근처에서 5·18 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 암매장 추정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전직 교도관들은 “5·18 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이 이곳에 시민들을 암매장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3공수여단 등 계엄군이 교도소에 ...
손의 언어제1185호 휴일에 ‘전 직원 참여 등산’을 고집하시는 전국의 부장님들께 바치는 작품입니다. 참고로 해당 손동작은 수화로 산을 표현한 것일 뿐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그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우리의 국적은 대한민국입니다제1185호 잠자리로 날아든 새는 200마리가 넘었다. 물이 9m 넘게 차오른 어깨사리 만조 시간은 저녁 7시7분. 갯벌에 물이 미처 차지 않은 오후부터 저어새가 인천 영종도 갯벌 매립 지역으로 날아들었다. 지난해 전세계에 남은 저어새 수는 3356마리(2016년 저어새 동시센서스)에 불과했다...
지금은 파업 중제1185호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공동파업 53일째인 10월26일. 그날 오후 서울 상암동 MBC 라디오 음악방송 스튜디오에 프로그램 진행자는 간데없이 음악만 흐르고 있다. 파업으로 라디오 채널인 에프엠포유(FM4U·91.9MHz)는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한 채 하루 ...
무기의 위장술제1184호 순간 입술연지로 착각했다. 입술에 바르는 빨간색 립스틱 말이다. 무기박람회(서울 아덱스 2017)가 열린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서울공항에서 행사장의 한 도우미가 빨간색으로 표식된 5.56㎜ 소총 총탄을 바라보고 있다. 누구를 향해 쏘아댈지 모르는 이 총탄은 현란한 조명 아래서 구릿빛으로 반짝거린다. 권력...
죽어도 괜찮은 사람은 없다제1184호 10월10일 밤 ‘아시아 인권평화 디딤돌’(아디) 상근활동가인 김기남 변호사와 함께 중국 광저우를 거쳐 방글라데시 다카에 도착했다. 8월 말 이후 본격화한 미얀마 ‘로힝야 사태’의 현지 조사를 위해서였다. 조사단은 서둘러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의 국경지대인 남부 콕스바자르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미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