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지 못한 소원제1173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는 평생 바라던 일본의 공식 사과를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받기 전까지 눈감을 수 없다던 할머니들의 하나뿐인 소원은 결국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이제 생존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37명, 평균나이는 90살이다.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
크면 한국을 떠나야 되나요?제1173호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가득하다. 우리말이 아닌 러시아어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 고려인지원센터 ‘너머’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고려인 동포 4세들이다. 이곳에서 초등학생 30여 명이 한국어와 영어, 미술, 댄스를 익힌다. 일하러 간 부모 대신 저녁까지 아이들을 돌보는 방과후교실이다. 일용직인 부모...
빛나는 구슬땀제1172호 낮 최고기온이 40℃까지 올라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져도 노동 현장의 구슬땀은 그치질 않는다. 뜨거운 태양 아래 노동의 민얼굴이 드러난다. 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독자  퍼스트 &#...
더위사냥제1172호 강원도 평창~정선 국도를 벗어나 좁고 굽은 길을 따라 가리왕산을 오르니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시원한 계곡이 있다. 해가 들지 않을 만큼 숲이 울창하다. 계곡은 이끼가 덮인 초록 바위와 우렁찬 소리를 내며 쏟아져내리는 물로 장관이다. 바위 사이를 돌아 굽이치는 물과 이끼가 뿜어내는 냉기에 무더위는 순식...
물폭탄으로 폐허 된 도시제1172호 7월16일 충북 청주에 시간당 최고 91.8mm, 하루 동안 290.2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곳의 피해는 홍수처럼 불어났다. 복구가 더뎌지면서 한여름 높은 기온으로 수인성 전염병 등 2차 피해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피해 지역에선 피해자와 자원봉사자가 침수로 엉망이 ...
상처 입은 나무제1171호 어린 나무 한 그루가 사람들이 쳐놓은 철책과 맞닿아 있었다. 나무는 철책에 스치고 까이며 자라났다. 상처의 아픔은 철책을 품기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결국 일그러진 나무가 되어서 철책과 함께한다. 이 땅의 주인으로 뿌리내려 철책을 깊이 품으며 죽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다. 사람들도 이런 아픔 하나쯤 가슴에 ...
죽음의 강, 갠지스제1171호 인도의 성스러운 강 ‘마더 갠지스’가 오염으로 죽어가고 있다. 갠지스강은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맑은 물에서 시작한다. 갠지스강은 힌두교도 수억 명의 숭배의 장소이자 4억 명에 이르는 인구의 물 공급원이다. 인도인 수천 명은 매일 갠지스강에 몸을 담가 자기 죄를 씻어낸다. 사람들은 그 물을 마시...
스페인에서 왔어요제1171호 스페인에서 화물기를 타고 날아온 햇병아리 15만 마리가 7월12일 오후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 도착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이 가라앉은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대량 살처분 조치로 국내 양계 수급에 어려움이 있어 해외에서 병아리를 들여온 것이다. 스페인을 출발한 화물기는 11시간...
민들레처럼, 강아지똥인 양제1170호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은 가고, 여름이 왔다. 봄꽃 민들레는 홀씨를 뿌려 새 생명을 도모할 것이다. 권정생 선생이 1969년에 쓴 <강아지똥>은 민들레가 뿌리를 내리고 홀씨를 틔워 다음 생을 준비할 때 필요한 ‘무언가’에 대한 동화다. 시골 돌담 아래 버려진 강아지똥은 결국 ...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다”제1170호 충남 보령에 위치한 녹도는 50여 가구가 사는 조용한 섬마을이다. 다른 농어촌 마을이 그렇듯, 주민 평균연령이 60살이 넘는다. 이 섬마을에서 일하기 위해 류근필(40)씨 부부는 두 아이와 함께 2016년 이주했다. 문제는 첫째인 찬희(8)가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서 발생했다. 녹도에 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