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과 함께제1037호람사르마을(람사르습지 1km 내외에 위치한 마을)인 경남 창녕군 유어면 세진마을에서 출발해 도착한 목포늪(나무벌)은 어둠과 짙은 안개에 싸여 있었다. 어둠이 가시면서 주위는 밝아왔지만 늪과 나무와 주변의 산은 물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감추기를 반복했다. 밑동이 물에 반쯤 잠긴 왕버들과 늪은 신비스러웠다. …
다시 하늘에 사람제1037호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와 서울파이낸스센터 사이 전광판 위로 해고노동자들이 허공의 절벽에 매달렸다. 케이블방송업체 씨앤앰(C&M) 해고자 강성덕씨와 임정균씨는 지난 11월12일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그들은 케이블TV와 인터넷선을 설치하고 애프터서비스(AS)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
10년 도루묵제1036호한국과 미국은 2004년 1월 연합사를 포함한 서울 용산기지의 경기도 평택 완전 이전에 최종 합의했다. 어렵게 맺어진 이 합의는 지난 10월 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연기 합의를 계기로 하루아침에 없던 일이 됐다. 주한 미2사단 예하 210화력여단도 경기도 동두천에 잔류하는 것으로 번복됐다. ...
2천배의 간절한 호소제1036호2009년 4월8일 쌍용자동차는 2646명의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고, 6월8일 정리해고는 계획대로 실행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는 5월22일부터 8월6일까지 공장 점거 파업을 벌였지만 경찰의 진압으로 공장에서 쫓겨나 정리해고를 막지는 못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는 동안 ‘공장으로 돌아...
생일에제1035호세월호 참사 200일을 사흘 앞둔 10월29일, 세월호 295번째 희생자 황지현 학생이 가족의 품으로 생일날에 돌아왔다. 이날 저녁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안산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희생자 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200일, 기억과 행동 이 길에 서다’를 제목으로 희생자들을 위해 쌀쌀한 ...
그 땅에 묻다제1035호3년 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전염병 발생 농장에 있는 가축만 살처분하지만, 우리 정부는 확진이나 의심 신고로 검사가 진행 중인 농장의 반경 3km 이내의 모든 가축까지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했다. 그러나 비과학적이고 반생명적인 정책에도 ...
첫 얼음제1034호강원도 오대산 자락, 해발 700m의 평창 들녘 배추밭에 서리가 내려 꽃처럼 하얗다. 콩 타작하고, 들깨 털고, 벼 베느라 재게 손을 놀리는 농부에겐 짧은 해가 아쉽기만 하다. 온도가 내려가면서 서리 내리고 첫 얼음이 언다는 절기 상강(10월23일)이 지났다. 서울 광화문과...
열정이라는 금빛 물결제1034호 장애인 스포츠 사진을 찍을 때마다 고민스러운 문제가 있었다. 몸이 불편한 선수들의 감동적인 모습을 ‘급히’ 찾다보면, 대부분 사진가의 카메라는 손과 발이 없는 장애 선수들의 모습을 좇기에 바쁘기 마련이다. 사진을 찍으며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비주얼로는 이만한 사진을 건지기 힘들다며 사진가 스스로 자신의 …
1천 번의 목요일제1033호1993년 9월23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목요집회가 시작됐다. 그해 3월에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 ‘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수 전원 석방’을 지키지 않았다. 민가협은 대통령의 선거공약이 쓰인 현수막을 펼치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 모였다. 이들의 손에는 감옥에 갇힌 가족...
울긋불긋 동심도 물들었네제1033호“은빛 물결 도레미파솔~” “우리 꿈을 향해 건너요, 퐁당~”. 지난 10월17일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강원도 진부 오대산 자락 월정사 적광전 앞 무대. 어린이들이 창작뮤지컬 <소원나무> 공연 중 <징검다리>라는 노래를 부르며 귀여운 율동을 선보이자 산사 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