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 수학을 풀다제1370호 나와 수학의 인연은 질기고도 아릿하다. ‘수학’을 했다고 처음 기억하는 건 유치원 때 교구놀이다. 몬테소리 교육 방식을 따른 우리 유치원은 아침마다 교구를 가지고 노는 시간이 있었다. 집게로 색색의 구슬을 하얀 그릇에서 초록색 그릇으로 옮기거나, 굵고 뭉툭한 바늘에 실을 꿰어서 송송 구멍 뚫린 스티로폼 판을...
“자녀 셋과 아내, 어디 사는지 모릅니다”제1370호 1945년 8월15일 해방되던 날, 방준표는 경상남도 밀양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덧 나이 40살이었다. 읍내 ‘밀양의원’이라는 이름의 병원에서 ‘고용인’으로 일했다. 의료 부문 종사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의 전력이 인쇄소 직공, 정미회사 사무원 등이었음을 고려하면 원무 행정을 맡은 사무직이...
나도 내 20년 후를 기대하고 싶어제1370호 1991년생 김세희는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제일 워커홀릭이다. ‘tvN 피디(PD)’를 시작으로, 독서모임 트레바리를 거쳐, 현재는 ‘여성들의 커리어 문제 해결 플랫폼’ 헤이조이스에서 그로스&콘텐츠 플래너로 일한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초기 멤버로 스카우트하는 세희는 유능하다....
성시경의 지성미를 내가 왜 몰랐지제1370호 “한잔할까요?”라고 말하더니 페트병을 흔들어 뚜껑을 땄다. 벌컥벌컥 들이켜는 우유 빛깔 음료는 막걸리. “아, 시원하다.” 막걸리의 걸쭉한 목넘김이 그대로 느껴졌다. 댓글창을 보면서 동시 접속자 4천여 명과 족발식당 품평만으로도 30분이 물 흐르듯 흘렀다. 이 ‘지성미’를 내가 왜 몰랐지. ‘버터왕...
시진핑 시대 중국은 왜 이 길로 가고 있을까제1370호 2021년 7월, 중국 공산당이 창당 100주년을 맞았다. 오늘날 중국은 눈부신 경제성장과 강한 군사력에 힘입어 글로벌 강대국으로 급부상했다. 20세기 전반 일본과 서구 열강의 반식민지로 전락했던 때와 견주면 문자 그대로 괄목상대, 상전벽해다.중국 공산당 역사는 현대 중국의 국가 건설 및 발전 과정...
“사귀는 거 아니면 친하게 못 지내?”제1370호 태초에, 아니 2000년대에는 조인성이 있었다.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망나니 같은 재벌 2세 캐릭터를 맡아, 결핍 있는 남자주인공의 등장을 알렸다. 사랑받고 싶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을 갈구하다 오히려 사랑으로부터 멀어지는 캐릭터의 등장은 가히 파격...
드라마 같은 현실을제1370호 편견을 깨부쉈다. 1회 첫 장면, 대저택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전개는 뻔하지 않은가. 재벌가의 권력 암투가 소재인 흔한 막장 드라마. 결국 범인이 누구이냐에 이목이 집중되리라는 상투적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6월27일 종영한 tvN 드라마 <마인> 얘기다.극중 주요 ...
포천이면 ‘포춘’ 아니냐제1369호 말보다 주먹이 매웠던, 그러나 이제는 주먹보다 수염이 더 멋있어진 옛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이런 말을 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 대 처맞기 전까지는.” 그러니까 애초 계획은 이랬다. 2020년 여름 아이들과 경기도 포천 이동면에 있는 백운계곡으로 글램핑(고급스럽고 편리한 물건들을...
백수 브이로그, 사회적 관심이 조회수로제1369호 유튜브는 나에게 또 다른 영상을 ‘추천’했다. 청년 고독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내 또래들이 조용히, 곳곳에서 죽고 있었다. 사람들도 댓글에서 같이 아파하고 있었다. 이런 댓글을 발견했다. ‘영상에 나오는 고시원 청년입니다. (…) 힘들지만 파이팅 하면서 살게요.’ 다큐멘터리에 인터뷰이로 등장한 사람이었...
[역사 속 공간] 사대부와 중인, 옥류동을 공유하다제1369호 “가을에 어머니가 눈병을 앓았는데 ‘서산(인왕산)에서 영험한 샘물이 나와 눈병 앓은 사람들이 그 물로 씻으면 곧 낫는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곧 날을 잡아 가봤다. (…) 두 번이나 쉬고 난 뒤 샘물이 있는 곳에 이르렀는데, 인왕산 중턱쯤이었다. (…) 물맛은 달고 냄새가 없었으며 아주 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