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자 상팔자제1379호 감자 심는 건 쉽다. 감자 심는 데는 더 이상 발전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최적의 도구가 있다. 우산처럼 생겼는데 양쪽에 손잡이가 달렸다. 손잡이를 모아 쥐면 우산 꼭지 부분의 금속으로 만든 입이 벌어진다. 한 사람이 우산 꼭지를 땅에 쿡 찔러넣은 다음 입을 벌려주면, 또 한 사람이 씨감자를 우산...
소나기재 넘어 울며 가는 이삿길제1379호 살림을 시작할 때 가게를 세 얻어 시작했습니다. 가게 월세를 낼 때 내 가게를 갖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내 가게를 갖고 남들처럼 이층집을 짓고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꿈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모은 돈을 제천 땅을 사는 데 다 썼기에 언제 다시 돈을 모아 집을 지을지 까마득했습니다. 음식...
어차피 안될 거라면하고 싶은 것을 하자제1379호 내가 사는 시골 마을에 작은 가게가 생겼다. 이 가게는 처음부터 문제가 많아 보였다. 코로나19로 가게들이 줄줄이 문 닫는 시기에 개업한데다, 우리 마을은 ‘상권’이 전혀 아니다. 유동인구라곤 가끔 마을회관을 오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대부분이고, 학생 몇몇이 등하교 시간에 보일 뿐이다. 게다가 이 가게는 생전…
홍범도의 고국은 어디인가제1379호 2021년 8월15일, 한 독립운동가의 유해를 실은 특별수송기가 서울공항에 착륙했다. 유해의 주인은 봉오동전투의 영웅이자 소련 스탈린 정권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생을 마친 홍범도. 이날 열린 봉환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홍범도의 유해를 맞이하는 등 대한민국 정부는 최고의 예를 ...
너바나 음반 속 아기소송제1379호 30년 전 미국 록그룹 너바나의 음반 표지에 등장한 아기가 30살 성인이 돼 너바나를 고소했다. 사진의 주인공인 스펜서 엘든은 자신의 알몸 사진을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사용했다며, 너바나 생존 구성원 2명과 음반회사 관계자 등을 아동 성착취 혐의로 고소했다. 1991년 발매된 음반 <네버 ...
‘D.P.’가 쏘아올린 작은 공제1379호 그 시절 끔찍했던 기억들이 떠오르는 〈D.P.〉가 화제다. 김보통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D.P.〉는 탈영병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에 관한 이야기다. 군대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 이토록 반응이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첫째는 장르적 쾌감이다. 사회 고발성 작품이 꺼려지는...
커피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기부하고제1379호 비토 아저씨는 오늘도 67번 버스를 타고 바그너 광장 앞으로 나름의 출근을 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거르는 법이 없다. 그의 일은 딱 그 200∼300m 근방을 돌며 구걸하는 것이다. 그의 요구는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주문하는 까다로운 손님같이 몹시 구체적이다.여러 해 전에 처음 ...
금기와 금지를 넘어 읽고 쓰다제1378호 시몬 보부아르는 <제2의 성>(1949)에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갈파했다. 여성성(에 대한 속박)은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고 강요하는 위계의 산물이란 얘기다. 플라톤 이후 근대까지 서구 철학은 ‘정신’을 ‘몸’의 우위에 놓는 이원론 전통이 확고했다. 인간을 ...
고추처럼, 고통에 중독되는 농사의 맛!제1378호 올해 고추농사는 대풍이다. 요즘 주말에 밭에 갈 때마다 양동이 가득 따온다. 이렇게 잘될 줄 미처 몰랐다. 옥수수는 비슷한 때에 한 그루당 두어 개씩 한꺼번에 열리는데, 고추는 그렇지 않다. 한 그루에서도 순차적으로 꽃이 피고 진 자리에 시차를 두고 풋고추가 열린 뒤 차례로 붉게 물들어간다. 이쪽 가지엔 ...
내가 왜 숨을 참고 있는 거지?제1378호 온몸의 설렘 세포가 꿈틀대며 손가락 발가락 끝을 간질이는 순간이 있다. 분위기를 쌓아만 가던 두 남녀 주인공의 입술과 입술이 포개지려다 말다를 반복하는 순간, 거기에 딱 맞는 음악이 흐르는 순간. 2021년 8월21일 10회로 마침표를 찍은 ‘썸 타는’ 드라마 <알고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