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 사람을 떠올리려 산책을 하네제1381호 가을밤, 산책하며 듣기 좋은 노래가 있다. 2010년 발매된 싱어송라이터 ‘소히’의 <산책>이란 곡이다. ‘한적한 밤 산책하다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얼굴 반짝이는 별을 모아 그리는 그런 사람’ 언뜻 들었을 땐 연인들의 사랑 노래처럼 보이는 이 가사엔 슬픈 대목이 있는데 바로 ‘그...
실패가 익숙해 좌절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하여제1381호 어려서 힘이 셌다. 어른들은 그걸 ‘소질’이라고 불렀지만, 평범한 재능이었다.사직구장의 함성과 탄식으로 하루가 여닫히던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2008년 여름, 5학년이었다. 공터만 있으면 친구들과 공을 던지고 치고 받았다. 낯선 사건은 불쑥 끼어들었다. 점심시간에 ‘야구부 인원 모집’을 한다고 했다...
폭주하는 세상을 벗어난 미래제1380호 “한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출산율, 즉 여성 한 명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는 2018년 현재 0.98까지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 2019년 8월28일영국의 사회지리학자 대니 돌링의 최근 저작 <슬로다운>(원제 Sl...
취미의 기기묘묘함제1380호 일본 경찰 시효관리과의 기리야마 슈이치로의 취미는 ‘수사’다(일본 드라마 <시효경찰 시작했습니다>). 시효가 다 된 사건을 수사해 범인을 밝혀내지만 그 범인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음’ 카드를 건넨다. 검거율 100%의 수사관이 왜 시효가 되기 전 수사하지 않는지 궁금하지만, 몇 가지 취미...
호스의 추억제1380호 경기도 포천에서 농사짓기 전, 2년 정도 텃밭을 가꿨다. 회사 선배들이 하던 농장에 한 이랑을 얻어 겪은 농사의 맛은 썼다. 제일 쓴맛은 역시 잡초였다. 풀과의 전쟁. 멀칭(Mulching·농작물을 재배할 때 땅 표면을 덮어주는 일) 없이 짓기 시작한 농사는 그야말로 ‘풀투’였다. 작열하는...
“엄마, 바이러스는 왜 사람을 괴롭혀요?”제1380호 엊그제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여름방학이 끝났지만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계속 온라인수업만 하던 아이들이 처음 등교하는 날이었습니다. 두 달여 만에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들떴는지 아이들은 깨우지도 않았는데 아침 7시부터 일어나 등교 준비를 하더군요. 그래서 평소...
동네서점 오해하지 말아주세요제1380호 동네서점 네트워크에 글이 올라왔다. 서점 업계 전체가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를 관련 부서에 물었더니 코로나19 특수로 대형 인터넷서점 매출이 전년 대비 1천억원이나 늘었기 때문이라고 했단다. 업계 전체 집계시 온라인서점 매출 상승분이 포함돼, 동네서점까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빈부격차가 큰…
취미는 어디든 간다제1380호 슬몃 삐져나오는 온화한 미소, 두 분의 반가사유상은 같이 있으니 더 보기 좋았다. 국보 78호와 83호가 동시에 국립중앙박물관(현 국립고궁박물관 자리)에 전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2004년. 두 개의 미소가 황윤씨의 박물관 방문 취미를 만들었다. 다른 인상적인 사건도 박물관에서 있었다. 중국 ...
식물 이름에게제1380호 “아이고 이거 들키면 안 되는데요.” 한 번만 나온 게 아니다. 들키면 안 되는 게 너무 많다. 책값을 들키면 안 되고 일하는 동료가 알면 안 된다. 가족에게 반절로 책값을 깎아 불렀고, 옆자리를 누가 비우면 딴짓을 하기도 했다. 한 줄 한 줄이 인고의 여정 한 페이지 32줄, 1928쪽, 출전 ...
“난 몰랐다, 아내가 한 일”의 뒤편제1379호 1978년만 해도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에는 소가 밭을 갈았다. 40여 년이 흘러 농지는 빌딩이 됐다. 5천만원에 분양됐던 아파트 가격은 현재 20억원을 훌쩍 넘겼다. 강남이 커갈 때 몇몇 여성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교사를 하다 결혼하고 전업주부가 된 고영실(70·가명)씨는 계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