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의 ‘어제와는 다른 세계’제1386호 소설집 제목인 ‘방금 떠나온 세계’는 어디일까. 김초엽에게 ‘세계’는 여러 가지다. SF에 자주 등장하는 우주가 첫 번째다. 우주공간을 넘어서 인류는 나아가고(‘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오랜 세월이 지난 곳에서 인류와 전혀 다른 모습의 인류 후손이 등장(‘숨그림자’)하거나 외계인이 활동한다(‘스펙트...
말은 정말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제1386호 과학 발전이 인류에게 가져다준 통찰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그다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생각의 전환은, 지구를 신의 은총으로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땅에서 우주에 존재하는 별들, 즉 아보가드로수(6.02×1023개)만큼 많은 행성 중 하나일 뿐임을 우리에게 알려줬습니다....
[역사 속 공간] 통의동 백송은 뉘 집 나무였나?제1386호 창의궁은 그 어떤 곳인가/ 어의궁과 같다고 어찌 감히 견줄까/ 용흥궁이라고 부르기엔 덕이 부족하다/ 어필을 걸었으니 만에 하나 감당할까/ 동네는 장의동으로(장한 뜻으로) 다섯 사당을 품고 있다/ 양성헌 일한재는 부왕이 하사한 이름이자 내 이름/ 일청헌 거려사는 몇 년을 받들었나/ 이안와 함일재는 ...
풀과 잎의 능동적 운동제1386호 발명과 발견. 발견은 세상에 있던 걸 찾는 것이고 발명은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낸다. 발견은 일상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 일어나지만 발명이라고 할 만한 일은 좀체 없다. 보통의 소설가는 주로 발견하지만 소설가 김초엽(사진)은 발명한다. 그가 창조한 우주, 세계관, 감각, 캐릭터는 이전의 한국 소설에서 ...
거인들에게 ‘탁월한 정치’를 묻다제1385호 “철학자들은 세계를 상이하게 해석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가 <포이어바흐에 대한 11개의 테제>(1845년)에서 선언한 문장이다. ‘세계의 변화’는 마르크스뿐 아니라 동서고금 모든 정치사상가의 관심사였다.독일 철학자 오트프리트 회페의 &l...
몸썰머리 나는 아저씨 오토바이 부대제1385호 남편은 영월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9명이나 만났습니다. 그중에는 성공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신문기자도 있고 학교 선생님도 있고 경찰도 있었습니다. 우리도 나름대로 사업을 잘 운영하며 기반을 다져갔습니다. 남편 동창들은 자주 만나 밥도 먹고 술도 한잔 했습니다. 남편 동창 중에는 영월에서 나고 자라 영월...
디즈니플러스는 한국으로, 티빙은 해외로제1385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2021년 11월12일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다. 10월14일 ‘디즈니플러스 코리아 미디어데이 & APAC 콘텐츠 쇼케이스’에서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가 공개됐다. SBS 인기 예능프로 <런닝맨>의 공식 스핀오프...
겨울 동안 얼지 마, 죽지 마제1385호 때 이른 시월 한파는 초보 ‘얼치기 농군’의 가슴에 겁만 잔뜩 심어놓고 갔다. 껍질의 절반도 채 노랗게 익지 않은 함지박 크기만 한 맷돌호박이 벌써 얼면 안 되는데…. 올해 처음 모종 사다 심어 다섯 달 만에 어린아이 주먹만 하게 열린 하늘마 열매는 서리 맞으면 쉬이 썩는다던데…. 뒤늦게 심은 들깻...
벼농사는 조선의 ‘실패’를 불러왔다?제1385호 밭 전(田), 이제는 한자와 너무나 멀어진 대부분의 한국인이 그래도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글자다. 재밌는 건 한국인의 주식인 쌀은 밭에서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밀이나 보리, 메밀처럼 물을 대지 않는 작물을 재배하는 경지가 밭이다. 그럼 쌀은 어디서 나느냐, 논이다. 한자로는 답(畓)이라...
‘현실 치어리더’ 구교환제1385호 “고통받고 걱정하는 시간도 모두 작업하는 순간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주연과 프로듀서를 맡은 영화 <메기>를 개봉한 뒤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구교환이 말했다. 일을 마지막 순간까지 미뤘다가 몰아치듯 하는 나를 늘 비난해왔는데, 구교환의 음성으로 무심하게 툭 던져진 저 답변이 그동안 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