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 자극하지만 다소 어정쩡한제768호 한편 한편의 주제를 복기해보면 상당히 ‘급진적’ 영화가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는데, 정작 영화를 보고 나면 날카로운 시선도, 짜릿한 쾌감도, 야하단 느낌도 또렷이 남지 않는다. ‘에로스’를 주제로 만든 5편의 단편을 옴니버스로 묶은 영화 <오감도>는 그런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도 한편 한편...
‘남우’와는 다른 ‘여우’의 일생제768호 우리네 영화·드라마에서 여배우의 일생은 대략 이렇다. 20대엔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캔디나 청순가련한 신데렐라로 만인의 연인이 된다. 30대엔 성격이 모나고 까다로워서 결혼 ‘못한’ 노처녀로, 고단하지만 아직은 희망찬 삶을 이어간다. 40대엔 억척 아줌마 혹은 자기희생적인 엄마가 되고, 마침내 ‘막...
이 ‘비틀어진’ 웃음, 몽크가 참을까?제768호 주말 밤 TV 화면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붉은 금문교가 나온다. 나는 부리나케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챙겨와 소파에 깊숙이 기댄다. 일하던 노트북은 아슬아슬하게 탁자에 걸쳐 있고, 저녁 대신 먹던 누룽지 그릇이 그 옆에 뒹굴고 있다. 이제부터 등장할 주인공은 이런 내 방 꼴을 보면 울화통이 터져 ...
정치 풍자 코미디언 다섯만 급파해주시오제768호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을 성대모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는다. 웅얼대는 듯한 말투와 부자연스러운 입 모양, 촌스러운 행동거지, 어딘가 어색한 표정에 커다란 가면을 쓴 것 같은 생김새까지. 그를 성대모사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바라보게 된 것은 얼마 전에 본 TV 프로그램 &l...
[KIN] <독립영화 한자리에 모이다>외제768호 독립영화 한자리에 모이다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 등 9편 만나는 ‘키노아이 감독열(熱)전’ <낮술> <똥파리> 등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해보다 뜨거운 이때, 독립영화 감독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이 열린다....
풀리는 저주, 풀리지 않은 저주제768호 지난 5월 초,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파죽지세의 8연승으로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LG 팬들 사이에선 “마침내 김성근의 저주가 풀리려나 보다”라는 말이 나왔다. LG는 2002년 준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에도 오르지 못했다. 2006년과 ...
친구의 춤바람제768호 친구가 춤바람이 났다. 집 근처에 살사댄스 학원이 생겨서 다녀볼까 해, 얘길 들은 게 두 달 전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다. 한데 두 달 만에 춤바람이 났다. 우선 학원은 일주일에 한 번, 화요일에 간다. 저녁 7시 반에 학원에 도착해서는 작은 가방에서 척 하니 댄스화를 꺼내 신고 ...
셀카제768호얼짱을 진짜 찾아가봤더니 적은 화소와 오묘한 각도로 만들어내는 ‘미의 이데아’, 셀카는 현실의 여체로부터 아프로디테를 추출하는 조각칼 ■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독어독문과 19세기까지만 해도 자신의 초상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지극히 한정돼 있었다. 초상으로 기능하려면 이미지가...
소크라테스는 말만 했다제768호소크라테스는 글자를 믿지 않았다. 그리스 시대의 위대한 시인과 철학자들은 자신의 시를 외워서 낭송했다. 그들은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였다. 시모니데스는 연회 중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진 뒤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이 있던 위치를 알려주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를 남겼다. 소크라테스는 문자화된 말이 사회에 심각한 위…
[새책] <냉전의 추억>외제768호<냉전의 추억> 김연철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1만5천원 “설마 냉전시대로 돌아가겠어?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 모두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쩌랴. “기억과 현실의 오버랩”을 목도하기까지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잃어버린 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