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모든 강은 ‘새벽강’으로 흐르네제773호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은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오프라인에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인간의 삶에 깊이와 색채를 더해주는 것이 인문학인데, 그 인문학을 즐겨 공부하고 즐겨 생각하게 하는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인문학습원을 운영하는 것이다. 인문학습원은 국토학교(교장 소설가 박태순)...
‘고여있는’ 민족사 대신 ‘흘러가는’ 고대사제773호 “국사는 우리 민족의 정신과 생활의 실체를 밝혀주는 과목으로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시켜주는 구실을 한다. 즉, 국사 교육을 통하여 민족의 전통을 확인하고 민족사의 올바른 전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정신을 기르게 된다.” 일제 침략기 민족주의 사관은 의미 있었지만 고등 국사 교과서 ...
‘외국어 감탄사’ 광고 전성시대제773호 팍팍한 시절, 도처에 소원을 들어주겠단 유혹이 넘친다. 9명의 요정, 소녀시대가 머린룩을 걸치고 나와서 “소원을 말해봐~”, 그것도 “내게만 말해봐~”라고 달콤한 노래를 부른다. 소녀들의 뮤직비디오가 끝나도 소원을 이뤄주겠단 주문은 끊이지 않는다. 이번엔 광고로 이어져 영원한 꽃미남 장동건, 근육질의 월드스…
죽어가는 사람의 눈을 보았나제773호 “어디든 갈 수 있어. 모든 걸 다 보여줄게.” 존 딜린저는 대공황이 시작된 지 4년째인 1933년부터 13개월 동안 2번의 탈옥과 11번의 은행털이를 감행한 미국 시민의 ‘영웅’이었다. 그는 시민을 파국으로 몰아넣은 은행의 돈은 가져가되 시민의 개인 돈은 건드리지 않고, 여성 앞에서는...
영혼은 초딩인 세 남자제773호오랜 친구의 존재가 특히 소중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소개팅 자리에 앉자마자 서로 ‘너는 아니다’라는 눈빛을 주고받았지만 예의상 1시간은 차를 마신 뒤 헤어지고 나서 비로소 울분을 터뜨릴 때나 남자친구에게 포스트잇도 아니고 문자로 이별을 통보받은 뒤 정신이 공황상태에 빠져 있을 때 등 인생의 찌질함이 사무…
축구 대신 이벤트를 즐기는 미국인들제773호 유럽 축구팀들의 프리시즌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왔다. 첼시와 AC밀란 등이 참여한 월드 챔피언십 경기가 이제 막 끝났고, 지금은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미국 프로축구팀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유럽 팀들은 매년 프리시즌이 돌아오면 청명한 날씨와, 무엇보다 달러가 보인다는 이유로 미국을 선호하는 편이다. ...
견훤의 비원 서린 아차마을 금하굴제773호 장마전선이 물러선 주말, 힘을 잃은 약자들의 아우성으로 가득한 도심을 벗어나는 데 한나절이 넘게 걸렸다. 서울역 광장에서, 용산 순천향병원에서,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검게 그을린 얼굴과 깊게 파인 주름을 보고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충청도 산골을 지나 경상도 땅으...
배부른 장비, 배고픈 ‘록 스피릿’제773호얼마 전 친구가 하는 직장인 밴드의 합주 구경을 갔다가 연습실을 같이 쓰는 스쿨밴드의 고등학생 몇 명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영 안 어울리는 이들의 헤어스타일을 보니, 로커처럼 보이려고 부스스한 곱슬머리를 억지로 기르던 예전 기억이 떠올라 반갑기도 했는데, 놀라웠던 건 이 친구들이 갖고 있던 고가의 악기들이었…
‘싸장님’과 함께 밴드를제773호 내게도 한때는 금요일 밤마다 홍대 앞을 누비던 시절이 있었다. 클럽데이를 즐겼느냐 하면 그건 아니고 홍대 앞 합주실에서 ‘직장인 밴드’ 아저씨들과 함께했다. 밴드에는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의 ‘싸장님’도 계셨다. 그 기묘한 밴드에 대한 얘기를 할까 한다. 난 중학생 때부터 기자를 꿈꿨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
모든 것을 심슨화하라제773호 더도 말고 딱 1이닝만 책임져줄 투수, 야구 감독에겐 그만 한 복도 없다. 코미디광인 내겐 그런 존재가 있다. 버라이어티쇼는 하나같이 라면 스프로 만든 냉면 같고, 웹툰들은 죄다 햇볕에 말라버린 오이 껍질 같은 주가 있다. 그런 날이 일주일 가까이 지속되면 숨이 턱 하고 막힌다.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