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은 밥상을 뒤집고 자학은 시를 쓴다제799호 살림살이 좀 쪼그라드셨습니까? 통장 잔고 마이너스로 자유낙하하고, 치솟는 전셋값에 숨이 턱에 차고, 구직의 길은 변비처럼 꽉 막혔나요? 사람들은 경제 좀 피었다는데 나만 빼놓고 그런 것 같고, 친구들도 하나둘 나를 피하는 것 같고, 그러니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불행한 듯 여겨지십니까? 그렇다면 이 ...
5만 부처 머물던 불도량, 삿된 마음 디딜 곳 없구나제799호 오대산의 동쪽 봉우리 동대산에서 사람 사는 세상을 바라본다. 진고개에서 구룡령까지 백두대간 길은 멀고도 높아 밤을 빌려 산에 올랐다. 1시간여 발목이 꺾일 정도로 비탈길을 올라 닿은 동대산에서 아침은 아직 멀어 세상은 여전히 깊은 밤이다. 서쪽 하늘엔 결혼식날 아침 곱게 화장한 누이의 눈썹을 닮은 초승달이...
산촌 소년의 주린 배 채워주던…제799호 시인 고은은 어디선가 “배가 불러야 시도 나온다”고 했다. 쿵 하는 천둥소리처럼, 이 얼마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통찰인가? 고은의 그 어떤 향기로운 시보다도 깊은, ‘한마디의 번뜩이는 시’라고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늘 배가 고팠다. 굶은 적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늘 배는...
이 훌륭한 성인용 종합위락시설이여제799호 청춘남녀들이 나이트클럽에 가는 이유는 역시 다양한 이성을 접할 수 있는 ‘부킹’ 시스템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이트에서는 아무도 ‘춤과 음악을 즐기러 왔다’고 말하지 않는다. 솔직히 나이트에 온 사람이면 누구나 오늘의 부킹에서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매력적인 이성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나 역시). 부킹…
[KIN] 〈미리 듣는 안치환 10집〉외제799호 미리 듣는 안치환 10집3월5~7일 ‘2010 안치환과 자유 새봄 콘서트’ 안치환의 10집을 미리 듣는 공연이 열린다. 그의 10집 발표를 앞두고 ‘2010 안치환과 자유 새봄 콘서트’가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3월5~7일 열린다. 이번 공연에서 안치환은 밴드 자유...
글씨가 감정을 전한다제799호 출판사에서 해외문학 마케터로 일하는 이지현(28)씨는 5년 전 운명의 손글씨와 마주쳤다. ‘집안 사정으로 문을 못 열어 죄송합니다.’ 출근길에 있는 구둣방, 굳게 닫힌 셔터 위에 붙어 있는 메모였다. 글씨가 너무 슬퍼 보여서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 들여다봤다. 글씨에서 감정이 전해지다니, 신기해서...
아결여,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제799호 문화방송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방송되던 2004년, 서른은 멀어 보였다. 졸업반이었지만 취업은커녕 도대체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그 시절, ‘노처녀’ 구박덩이 방송기자 이신영(명세빈)은 열여덟 번의 밤 동안 나에게 인생의 진리를 리포팅해주었다. “인생엔 견뎌...
행운의 징크스, 불행의 징크스제799호 겨울올림픽은 변수가 많은 눈과 얼음 위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이변이 많이 일어난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에 출전한 캐나다의 제러미 워더스푼과 한국의 이규혁이 바로 이변의 대표적인 희생자들이다. 세계 스피드스케이팅계에서 ‘숟가락’으로 불리는 제러미 워더스푼은 17살 때 캐나다 국가...
엄마·아빠, 설날만은 우리랑 놀아요~제798호 필요 없어요. 세뱃돈 안 받을래요. 어차피 줬다가 뺏을 거잖아요. 통장에 저금했다가 크면 돌려주겠다는 말, 이젠 됐어요. 부도어음 같은 세뱃돈 받고 방에 돌아가 콕 처박혀 있는 것도 싫어요. 어른들끼리 술 마시고 화투 치고 껄껄 웃는데, 나는 재미가 하나도 없어요. 설날이잖아요. 이건 ...
우리는 좀비인가, 아닌가제798호 대저 좀비란 무엇인가? 부두교에서 조지 로메르를 거쳐 의 계보를 훑고자 함이 아니다. 그들은 삼중적 의미의 ‘타자’이다. 첫째 기괴한 모습의 혐오스런 존재이고, 둘째 이성이나 감정이 없는 비주체이며, 셋째 인간을 잡아먹고 전염시키는 적대자이다. 첫 번째 인종주의적 타자성은 1960년대 이후 극복돼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