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 그 짠한 성공제822호 “뭐, 그냥 하는 거죠.” 그 아이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지난 2007년의 일이다. 그해 봄,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전국 10개 시도에서 ‘학생 선수, 학부모, 지도자와 함께하는 2008 스포츠 분야 인권교육’을 했다. 스포츠 분야의 폭력과 성폭력 등 인권침해 실태가 심각했고...
나도 비밀을 털어놓고 싶다제822호 그날은 계속되는 열대야에 잠을 잘 수 없었다. 한참을 뒤척이다 일어나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DVD를 틀었다(꽤나 졸린 영화니까). 그리고 차가운 맥주를 마셨다. 영화가 끝났을 때, 꽤 많이 마셨음에도 잠은 오지 않았고, 뜬금없이 ‘아, 나도 비밀을 털어놓고 싶다...
회충은 왜 빈곤국가를 좀먹나제821호 스와질란드 카풍아 지역의 우리 클리닉을 방문하는 환자 중 몇 사람은 꼭 기생충약을 타간다. 대변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게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더 심한 경우에는 입에서 회충이 나왔다며 휴지에 곱게 싸서 들고 오기도 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장내 기생충 감염은 대단히 흔한, 거의 일상에 가까운 일이...
씹어먹자, 잘근잘근제821호 “짙거나 살찌거나 맵거나 단 것은 참다운 맛이 아니다. 참다운 맛은 오직 담담할 뿐, 영절스럽거나 우뚝하거나 아주 다른 것은 지인(至人)이 아니다. 지인은 다만 평범할 뿐.”(<채근담> 전 7) ‘채근’을 국어사전은 ‘먹을 수 있는 채소의 뿌리’라고 말하고 있다. ‘맛없고 ...
1천개의 빵봉지를 뜯어라제821호 “자, 빵봉지부터 뜯읍시다.” “이걸 다요? 이게 모두 몇 개인데요?” “몇 개 안 돼. 1천 개.” 수북하게, 눈에 띄게… 김탁구식 빵 진열의 요령 새벽부터 장대비를 뿌려대던 비구름이 사라지고 해가 반짝 뜬 7월2일 오후. 충북 청주 수암골에 위치한 한국방송 <...
지난 백년의 아시아, 그림으로 돌아보라제821호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아시아 근대미술? 외국 미술 하면 프랑스 인상파나 미국 팝아트, 중국 산수화 정도를 떠올리는 한국 미술판에서는 참 낯선 말이다. 지리적으로 이웃이자 20세기 이후 서구·일본의 식민 지배로 비슷한 고난의 민족사를 겪었지만, 서구 미술 따라하기가 절대 목표였던 아시아 ...
악기의 낙원을 기다리며제821호 영화 <원스>의 가장 멋진 대목으로 두 남녀 주연배우가 악기점에서 함께 노래를 하는 장면을 꼽는 분이 많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둘이 부른 <폴링 슬롤리>(Falling Slowly)도 좋았고, 즉석 화음을 만들어가는 둘의 ...
영화가 커피라면 책은 T.O.P제821호많은 전설적 사건들은 결과로 기억된다. 그 결과로 가는 과정은 담론이니 사회상이니 하는 거창한 틀에 의해 재구성되기 마련이다. 록 페스티벌의 대명사로 통하는 1969년의 ‘우드스탁 페스티벌’ 또한 마찬가지다. 저항과 자유, 사랑과 평화, 히피와 플라워 무브먼트 등 1960년대를 관통했던 정신의 총화로 우드...
낮에는 털털한 예능돌, 밤에는 섹시한 성인돌?제821호 우리는 여자 아이돌의 이미지를 몇 가지 틀로 정형화하곤 한다. 귀엽거나 청순한 유형, 섹시한 유형, 그도 아니면 무성적·중성적 유형 등으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노래하거나, 도발적인 구애를 보여주거나, 여성의 당당한 자의식을 상찬하는 식의 범주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게다가 ‘단명’하지는 ...
하나의 개념은 세계를 통째로 반영한다제821호 언어는 인간이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할 때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제 뜻을 올바로 전달하는 문장을 만들고자 할 때에는 그를 구성하는 개개의 단어가 지닌 의미를 적확하게 써야 한다. 그런데 단어를 사용하다 보면 그 개념이 아리송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대부분의 사람은 사전을 찾는다. 사전을 찾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