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탄이여, 펭귄과 대결하라?제824호 무료한 여름밤, 나는 TV 앞에서 리모컨을 짤깍거린다. 이건 마치 낚시 같다. 이리저리 흐르는 채널의 물결 위에 줄을 드리우고, 언젠가 내 손에 걸릴 한 마리를 기다린다. 간혹 월척이 걸려 올라오기도 하지만, 오늘밤엔 그런 기대도 없다. 그저 이 더위를 잠시 씻어줄 녀석이면 족하다. 그럴 때 ...
[KIN] 〈내 집 대신 객실에 먼저 걸어본 그림〉외제824호내 집 대신 객실에 먼저 걸어본 그림 호텔로 들어간 미술 전시회 ‘아시아 톱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 서울’ 요즘은 형식 파괴 공연장이 인기다. 집으로 들어간 콘서트, 갤러리로 들어간 연극처럼 호텔로 들어간 미술 전시도 있다. 8월27~29일 열리는 ‘아시아 톱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 서울’(AH...
8년 만의 해탈, 그냥 달리는 게 좋아요제824호 8년 동안 8대의 미니벨로를 갈아탔다. 요 몇 년 거의 매달 자전거대회를 나갔다. 대관령과 미시령을 오르는 험난한 코스에서 ‘순위권’에 들기도 했다. 서울 마포에서 강남 정도까지는 가뿐하다. 그의 이름은 델로스. 자전거 레이서. 본업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다. 시작은 이랬다. 200...
육아책은 어려워제824호아기를 가졌을 때 가장 먼저 준비하는 건 출산·육아 관련 책들이다. 나 역시 출산 전 “아이 키울 때는 읽을 시간이 없다”며 친구가 사준 책들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나름의 육아 원칙도 세웠다. 전에 침대 머리맡을 차지하던 책들은 육아 이력만 6개월을 코앞에 둔 지금 후미진 방구석으로 ...
선수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쳐라제824호 이런 상상을 해보자.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샤워를 하고 간편복으로 갈아입고는 속속 강의실로 들어선다. 피곤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산뜻하게 샤워도 했고, 오후 강좌만 들으면 곧 맛깔스러운 저녁 식사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의 주제는 ‘유럽의 클럽 축구와 도시 문화’. 강사는 정성껏 준비한 파워포인트 자료...
내게 자랑질을 해봐제824호 대한민국의 20대답게 ‘싸이질’을 열심히 하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나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그날 갔던 장소, 음식, 만난 친구들, 산 물건들, 내 모습 따위를 부지런히 찍어 미니홈피에 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다 때려치웠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랑하지 않는 척하...
공명, 파괴 혹은 융합의 울림제823호 낯선 외국에 있을 때 말이 통하지 않아서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데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누구는 ‘코드’가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누구는 ‘색깔’이 같은 것이 중요하다고 하고, 누구는 ‘이념’을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
뻔뻔한 것이 멋지다제823호 ‘세탁소’라는 커피숍을 보았다. 세탁소가 아니기에 이름이 세탁소다. 이 세탁소에는 세탁을 맡기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 티셔츠에는, 티셔츠 아니랄까봐 ‘티셔츠’라고 적혀 있다. 새파랗게 젊은 학생이 입었는데 ‘젊은이’라고 적혀 있다. 커플이 ‘커플티’라고 적힌 커플티를 입고 있다. 자신이 ‘귀한 …
아름다운 유사국가, ‘아저씨’제823호 범죄조직에 납치된 소녀를 구하려는 ‘아저씨’의 사투를 그린 영화 <아저씨>는 액션의 쾌감과 범죄에 대한 상세한 묘사로 놀라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영화의 무의식이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무리한 국가 형벌권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작금의 ‘국민 정서’를 그대로 반영...
용맹한 장기하와 브로콜리 라이브제823호 “오늘은 장기하와 얼굴들에게 설날 같은 날이다.” 깜짝 놀랐다.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지만(<별일 없이 산다> 가사), 때는 한낮의 온도가 그대로 36.5도로 타오르고 있는 오후 5시40분(7월31일). 지산 록 페스티벌 둘쨋날의 빅탑(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