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외제831호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고미숙 지음, 그린비(02-702-3717) 펴냄, 1만2천원 사람들은 자꾸만 더 많은 돈을 갖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 돈으로 무얼 하고 싶은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를 가지려는 게 목적이라면 목적이다. 그런...
시장의 희생양이 된 학교제831호 다이앤 래비치는 미국 뉴욕대학 교육학 교수다. 예전에는 교육부 차관이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1991년에 입각했다. 래비치는 ‘선택의 자유’라는 가치를 믿었다. 교육 분야에 그 신념을 적용하면, 업적 평가 시스템이 도출된다. 학생·교사·학교를 평가해야 더 좋은 교육을 선택할 길이 생긴...
울지 않으면 죽고 말테니까제831호 27살의 청년 임철우가 1980년 5월 광주에서 베드로처럼 친구와의 약속을 세 번 부인하고 죄의식에 못 박힌 채로 상경했을 때, 그는 또 한 번 절망해야 했다. 길을 걷다가도 문득 그를 통곡하게 만들었던 광주의 그 비극이 1982년의 서울에서는 한낱 풍문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럴...
스스로 자기소개서가 된 여자제831호 이번 주에는 호박 나이트를 홍보하는 호박 차 퍼레이드를 세 번이나 보았다. 차 위에 거대한 플라스틱 호박이 덩그러니 매달린 채 거리를 질주하는 모습이었다. ‘스스로 호박이 된 차’를 생각하며 집에 들어왔는데, 텔레비전의 해외토픽 뉴스가 시선을 끌었다. 저 멀리 지구 한편에서는 흑인 여성이 수백 번 자기소개서…
박노해가 찍은 사진 ‘나 거기에 그들처럼’ 외제831호 박노해가 찍은 사진 노동자 시인이 10년간 찍은 사진 모은 ‘나 거기에 그들처럼’ 피사체와 촬영자의 거리는 약 3m. 노동하거나 움직이는 몸은 위아래 틀로부터 비슷하게 띄워져 있다. 삶에 간섭하지도 그렇다고 방관하지도 않는 거리. 얼굴 표정은 잘 보이지 않지만 주위의 풍경과 ...
영국에서 코리언더비를 보다제831호 지난 9월19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 리버풀FC, 9월26일 맨유 대 볼턴 원더러스FC 경기를 현지에서 직접 봤다, 라고 쓰려니 왠지 다른 축구팬들에게 미안하다. 리버풀전은 특히 맨유 팬 입장에선 이번 시즌 초반 가장 큰 경기였고, 볼턴전은 박지성과 이청용의 맞대결만으로도 한국 ...
나의 서글픈 가을 야구제831호 서글프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20년 가까이 응원해왔던 나의 타이거즈가 올해는 쉰다. 나를 야구인으로 이끈 이종범·양현종·이용규·안치홍·나지완을 볼 기회가 없다. 롯데·두산·삼성·SK가 노는 가을 야구에 기아의 자리는 없다. 주변의 기아·LG·넥센·한화 팬들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
“동물을 죽이면 몸이 아파”제831호 자마라쿠아(Jamaracua) 인디언 마을에서 일라실다 아저씨가 새벽에 악어 한 마리를 등에 짊어지고 왔다. 열두 자식을 둔 아저씨는 아직도 혼자 맨손으로 악어 한 마리를 거뜬히 사냥할 만큼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악어 목에 꽂혀 있는 쇠로 된 후크를 빼자 피가 약간 보였다. 목덜...
자식의 인생은 자식이 살게 하라제830호코언 형제의 영화 <시리어스 맨>의 주인공은 유대계 물리학 교수다. 아내의 이혼 요구, 종신 재직권 심사에 대한 불안 등 일상의 스트레스는 그에게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가뜩이나 짜증스러운 그의 인생에 또 하나의 고통을 선사할 한국인 학생이 한 명 등장한다. 중간고사에서 낙제...
단장 짚고 공책 든 구보씨 따라 걷기제830호전세계 문인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쓴 <스테이>(Stay)에, 소설가 김영하가 서울에 관해 쓴 글의 제목은 ‘단기 기억 상실증’이다. “만약 도시를 치료하는 의사가 있다면 서울에는 아마 이런 진단을 내렸을 것이다. 단기 기억 상실증. 마치 알츠하이머병 환자처럼 서울은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