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백석전집〉외제850호 백석전집 김재용 엮음, 실천문학사(322-2164) 펴냄, 3만5천원 백석의 시는 겨울에 읽어야 할 것만 같다. ‘흰바람벽’ ‘푹푹 나리는 눈’ ‘나타샤’ ‘춥고 누긋한 방’과 같은 시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실 것 같지 않던 겨울의 끝 무렵에 새로 발굴된 백석...
진짜의 가짜는 진짜와 다른가제850호스티브 울프(1955∼)는 서적과 음반 등을 그대로 모사하는 2류 미술가다. 작품마다 완성도는 차이가 있지만, 대개 실물인 척 가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예전의 유럽 화가들이 평면의 캔버스 너머로 공간이 존재하는 듯 보이도록 눈속임(trompe l’oeil) 기술을 구사했던 것과 달리,...
법률가의 기묘한 현실제850호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홀어머니의 아들이 “이번에도 올 백”을 맞았다며 시험지를 들고 엄마에게 달려온다. 그 20년 뒤 모습은? 사법연수원을 놀라운 성적으로 졸업한 변호사다. P&K·대서양과 같은 유수 로펌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지만 거절하고, 어느 비밀스런 사무실로 영입되는데, 면접비로 1...
작지만 단단하고 죽여주게 멋지다제850호<촌철살인>은 단편 네 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영화다. <라인> <런던유학생 리차드> <백년해로외전> <유숙자>. KT&G 상상마당이 주최한 ‘제4회 대단한 단편영화제’ 출품작 중 엄선작이다. 영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판타지다제850호2000년, 네덜란드 엔데몰사에서 처음 리얼리티쇼의 포맷을 공개했을 때에는 자조의 뉘앙스가 남아 있었다. 외딴섬에 갇힌 남녀 커플 몇 쌍을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이 관찰하는(훔쳐보는) 전대미문의 엔터테인먼트쇼에 <빅브러더>란 이름을 붙여버린 아이러니에서 그런 뉘앙스를 느낀 게 아주 ...
코리아 갓 서바이벌제850호커다란 홀에 환하게 불을 켠 방들이 가득하다. 오른쪽 방 문을 열면 40대 남자가 네 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엽기적인 표정과 함께 마술쇼를 펼치고, 다른 방 문을 열면 진지한 표정의 20대 남자가 비극적인 멜로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연기에 여념이 없다. 왼쪽 끝 방에는 카메라 앞에 앉아 뉴스 원고를 읽는 아나...
명랑하게 가난에서 벗어나는 법제850호우리는 가난하다. 가난의 범주에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포함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로 포괄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 한국은 다종다양하게 가난을 앓고 있다. 실업의 경험은 필요치 않아도 공유되며 “내가 대학 졸업하고 몇 달 놀 때…”는 하나의 관용구가 되었다. 23개월째 전세 가격이 고공 상승하는 이 땅에서 …
공짜라야 진짜 페스티벌제849호 영국인 토니와 페이 부부를 만난 것은 인도 여행을 할 때였다. 그들은 좀처럼 다른 여행객들과 섞이지 않았고, 우리 역시 그들의 남다른 포스 때문에 먼저 말 걸기조차 부담스러웠다. 페이는 심한 웨일스 억양을 가졌는데 몸이 자주 아파 신경질적이었고, 앞니가 위아래로 빠진 토니는 미안한 말이지만 간혹 부랑자처럼 보…
문화소식 〈나광호의 ‘드로잉’전〉외제849호 즐거워라, 어린아이처럼 신나는 동심의 그림 그리기를 상기시키는 나광호 ‘드로잉’전 나광호의 드로잉은 어린애 것 같다. 비율은 엉뚱하고 밑동에 여러 겹의 선을 거칠게 포개놓기도 한다. <곁눈질>은 앉은 남자가 바라보는 곳을 향해 레이저를 쏘고(선을 그어놓았다) 있는 직설...
“파시스트보다 돼지가 나아”제849호 다음은 어떤 요리의 조리법이다. 재료 □200g, 마늘 4톨, 간장 반큰술, 올리브유, 소금, 후추, 레몬 1개 조리법 1. □은/는 두껍지 않아야 한다.2. 후추와 올리브유를 뿌려 상온에 1시간 둔다.3. ‘간장 + 물 4컵 + 마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