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아기를 키운다는 것제923호 아침 6시, 인기척에 살짝 눈을 떠보니 아기가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다가 방긋 웃는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야 할 시간이란 뜻이다. 물 먹은 솜 같은 몸을 움직여 아기를 안아올린다. 아이와 잠시 놀아주던 남편이 출근을 해버리고 나면 집 안에는 아기와 나, 둘뿐이다. 적막한 공기가 부담스러워 ...
바다는 ‘얼음’제923호 과거에 그려진 어떤 그림을 보면 미래에서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를테면 일본 에도시대의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1760~1849)가 그린 파도를 보고 있으면 뭐랄까,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고담시티 장면 따위는 시시하다고나 할까. 그가 갖고 있던 재료는 텔레비전...
당신은 너무 많이 참는 사람제923호 세상에는 참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참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서로 역할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불공평한 일이다. 참지 않는 사람들은 늘 안 참고, 참는 사람들은 늘 참는다. 참지 않는 사람들은 못 참겠다고 말하면서 안 참는다. 그들에게는 늘 ‘참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참는 ...
올림픽, 미담과 추문 사이에서제923호 스포츠를 통해 뭔가 배울 수는 없을까. 극기라든가 혼연일체라든가 연습 때의 땀방울은 실전의 피 한 방울이라는 식의 ‘호연지기’ 말고 달리 배울 만한 것은 없을까. 물론 경기장은 도덕 교과서가 아니므로 핀셋으로 뭔가 얘깃거리를 꼭 집어내려는 것도 ‘의도의 오류’를 범할 수는 있겠는데, 그러나 그 어느...
‘록페’에 서는 밴드의 자세제923호 글 김인수(밴드 ‘크라잉넛’) 놀지 않는 록페스티벌(이하 록페), 상상도 할 수 없다. 록페에서는 정말 모두가 ‘놀고 있다’. 관객도, 밴드도, 기획하는 제작진들까지도. 이번 지산에서 한국의 뮤지션들은 들국화의 공연에 와서 합창하고 리암은 스톤 로지스가 공연할때 춤을 추고, 픽시스가 공연했던...
‘록 스피릿’ 없는 록 페스티벌제923호 글 무키무키 (밴드 ‘무키무키 만만수’) 음악 하는 연예인을 보고 싶다면 이효리와 정재영이 진행하는 SBS <유&아이> 방청석 티켓을 구해 애인과 보러 가면 된다. 거기엔 시원한 에어컨도 나온다. 멋지게 꾸미고 춤을 추고 싶다면 서울 ...
밥과 조지, 영적 세계에서의 삶제923호 흥하는 공연시장의 위세를 등에 업고 두 편의 음악 다큐멘터리가 왔다. 비틀스의 멤버였던 조지 해리슨에 대한 다큐멘터리 <조지 해리슨: 물질세계에서의 삶>, 그리고 밥 말리의 일대기를 그린 <말리>다. “내 음악의 시작? 오, 그것은 울음이었어요.” 조지 해리슨이...
그의 이름은 김수면이라고! 제923호올림픽 시즌이면 각종 증후군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불면의 밤이 가져다주는 수면장애, 경기 중간에 가슴이 콩알만 해지는 심장떨림 증후군 등이다. 여기에 이번 올림픽에는 증후군이 하나 더 늘었다. 기막힘 증후군이다. 상상초월의 오심을 경험한 뒤 문득문득 뒷목을 잡게 되는 현상이다. 조직위원회가 8월2일(한국시각)...
천당과 지옥 사이에 믹스트존제923호 7월28일(현지시각)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사격 진종오(33·KT)는 싱글벙글했다. 넉넉히 앞서갔지만 무서운 기세로 추격해온 루카 테스코니(이탈리아)에게 마지막 한 발을 남겨놓고 1.3점의 불안한 리드를 지켰다. 진종오의 1번 사대에서 총성이 울렸다. 전광판 과녁에 10.8점이...
공권력을 넘어선 권능제923호 지난 7월27일 희망버스 재판 때문에 부산으로 향하는 길에 소식을 들었다. 자동차 부품업체 SJM과 만도기계에 새벽, 전격적으로 용역깡패들이 들이닥쳤다는 것이었다. 수십 명이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소식. 늘 분노스러워만 해야 하는 처지가 서글펐다. 수많은 이들이 함께한 희망버스의 성과도 철옹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