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시대, 불운한 학자제933호 “‘꼼짝 말엇!’ 방문이 박살 나며 구둣발이 뛰어들었다. ‘어!’ 조원제와 또 한 사람이 숟가락을 내동댕이치며 총으로 손을 뻗치려는 순간 눈앞에 총구멍이 들이닥쳤다….”(<태백산맥> 10권 중) ‘소년 전사’ 조원제는 빨치산이었다. 소설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제4회 손바닥문학상 -‘나’를 꼬아 논픽션이 픽션이 되는 뫼비우스의 띠제933호 “가끔 개집 안쪽을 살피다 자정쯤 잠들었다 눈을 뜨니 새벽이다. 개집 안을 보니 뭔가 움직이는 게 있다. 드디어 백구가 새끼를 낳았구나. 아직 어두컴컴해서 개집 안이 정확히 보이지 않아 몇 마린지 모르겠지만 뿌듯한 마음이었다. 날이 훤해지자 개집 안이 보였다. 헉-, 이럴 수가. 새끼 색깔이 검은...
이겨서 불안한 어떤 팬들제932호 지금 이 글은 10월10일 수요일 밤에 쓰고 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나고, 3차전을 앞두고 있는 전날 밤입니다. 현재까지 롯데 자이언츠는 2연승을 해냈고 1승만 더하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합니다. 30년 동안 두 번밖에 우승해보지 못한 팀, 그나마 ...
지역에 녹아든 세트장제932호 2008년작 SBS 드라마 <떼루아>는 방영 당시 고전했다. 최고 시청률이 10%를 간신히 넘었다. 와인과 소믈리에라는 소재는 신선했지만, 여심을 사로잡은 KBS <꽃보다 남자>와 탄탄한 시대극인 MBC <에덴의 동쪽>의 벽을...
6년의 핸디캡제932호나는 모자에 ‘부정적’이다. 싫어한단 표현과는 조금 다르다. 모자를 쓰는 행위는 뭔가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 행동 같다. 모자가 괜히 탈모의 이유로 지목되는 것이 아니다. 머리는 공기와 통해 있어야 하며 고온보다는 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내 두상이 크고 옆짱구가 심하기 때문에 이렇게 모자를 폄하하는 게 절대...
바보야, 문제는 외환시장이야제932호지난 10월9일(현지시각)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서 투기자본 규제를 위한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EU 11개 회원국은 이날 주식·채권·파생금융상품 등의 거래에 부과하는 세금(금융거래세)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1972년 미국 경제학자 ...
혁명가들이 좋아한 문장들제932호“그는 자신의 손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래를 봤고, 팔 끝에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손이 어디에 있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는 팔을 마구 흔들면서 장갑 낀 손으로 양 허벅지를 치기 시작했다. 5분 정도 격렬하게 움직이자 심장박동이 강해지면서 오한...
유인호 평전·진보를 향한 발걸음제932호 유인호 평전·진보를 향한 발걸음 조용래 지음, 일곡기념사업회 엮음, 인물과사상사(02-325-6364) 펴냄, 각 2만원·1만원 일곡 유인호는 경제민주화·농업협업화·공해 문제 등을 한국 사회에 일찌감치 제기한 학자다. 민중의 삶과 현장에 초점을 맞춘 비판경제학자로 독재정권이 낳은...
기적이 살아 있는 킬링 캠핑제932호 한가위 합본호를 마감하던 9월 하순, 이세영 기자가 회사 앞 호프집 ‘스핑’에서 동을 떴다. “메뚜기도 한철인데 더 추워지기 전에 캠핑 가자.” 그즈음 장인이 쓰던 텐트를 물려받고 뒤늦게 캠핑에 꽂힌 그의 말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린 다음주에 주어질 일주일간의 달디단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갑론을박을 벌였다. 땡…
짜장으로 그린 안중근 열사 손제932호고등학교 시절 오전 2교시만 끝나면 전쟁이 벌어졌다. 쉬는 시간 10분 동안 도시락을 다 까먹었다. 1시간 남짓한 점심시간에는 운동장으로 몰려나가 농구를 하거나 축구를 했다. 3교시에 들어온 선생님은 반찬 냄새 난다며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남자아이들의 점심시간은 그야말로 개차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