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서 건진 내 고향제935호동화 같고 꿈결 같아서 내가 좋아하는 동네를 고르라면 경북 감포 어드메나, 강원도 용화 바닷가 어드메 혹은 전남 무안 해제반도의 끄트머리 점암 정도일 것이다. 나는 신혼여행마저 1960년대 신혼부부처럼 경북 경주며 강원도 삼척 근방을 어정거렸다. 그러나 공기 좋고 풍광 좋은 곳보다 나를 편안하게 ...
도쿄의 ‘번민 청년’ 게이조 ‘귀족’ 되다제935호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이기기는 했으나 ‘완전한 승리’를 거둔 것은 아니었다. 1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고 막대한 전비(戰費)를 쏟아부었지만 얻은 것은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뿐이었다. 그 지배권은 일본에 즉각적인 수익을 안겨줄 수 없었다. 오히려 일본 경제는 과도한 재정 지출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았고, 일…
사랑의 밀어가 우릴 구원한다제935호 때는 바야흐로 1985년.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현장 내부에 백골단 프락치가 끼어 있다는 얘기가 돈다. 용의자는 몇 명으로 압축되고, 이들을 상대로 때아닌 운동권 테스트가 실시된다. 리더 격 학생이 프락치로 의심받고 있는 강문모(영화 속에서 ‘도바리’에 도가 튼 전설적인 인물이지만 신분을 위장하고...
‘박빠’ vs ‘박까’제935호축구계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논쟁이 몇 가지 있다. ‘펠레 vs 마라도나’, ‘메시 vs 호날두’ 같은 ‘당대 최고’ 논쟁도 그중 하나다. 그리고 유독 한국에서 자주 벌어지는 논쟁이 이른바 ‘박까’와 ‘박빠’의 싸움(?)이다. 단어에서 자연스럽게 예상되듯 박빠는 ‘박지성을 빠는 사람들’을, 박까...
전남과 이천수 명예를 위하여제935호고1 때, 한 친구가 있었다. 실은 친구라고 부를 만한 인연은 없다. 그는 복도 쪽 어두컴컴한 자리에 줄곧 앉아 있었고 학교를 자주 안 나왔다. 어쩌다 나왔을 때는 흡연 등의 이유로 학생부실에 자주 가 있었다. 흡연하다 걸린 학생들에게 담배를 잔뜩 입에 물려놓고 서 있게 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2학년...
요즘 ‘슈스케’는 왜 예전만 못한 거야?제935호<슈퍼스타K 4>가 톱12 후보들과 함께 생방송에 돌입하고 절반의 고개를 지나왔다. 허니지가 탈락하고 6팀의 후보만을 남긴 10월26일 방송은 최고 10.3%, 평균 8.95%(AGB닐슨미디어리서치, 케이블 가입 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인간성, 살육의 끝에서 건져 올린 자존심제934호보통 공포영화의 캐릭터들은 오래전 전설과 민담에서 시작된다.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등이 그렇고, 근대과학의 발명품인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역시 골렘을 비롯한 영혼이 없는 인형 혹은 괴물로 전해 내려온 존재였다. 카리브해의 부두교에서 실제로 존재했고, 동양에서는 강시로 나오기도 했던 좀비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
캐릭터가 들어오자 연기력이 사라졌다제934호고소를 당하면서까지 애매한 것을 정해주던 최효종도 떠났고, 대한민국에 안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려주던 ‘비상대책위원회’도 끝났다. 작은 일에도 상처받던 장군들의 ‘감수성’마저 무너진 자리, 이른바 ‘대박’ 코너는 없지만 <개그콘서트>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마지막 시그널로 주말이 끝났음을 알리...
후시디니 대 노크 귀순 병사제934호<일밤-승부의 신>은 눈물 빨리 흘리기, 철봉 씨름 등 다양한 대결 종목으로 한판 승부를 벌이는 프로그램입니다. <승부의 신>에 내보내 대결시켜보고 싶은 사람이나 팀이 있다면? A1. 일요일이라고 종일 집에서 걸리적거리는 신랑, 놀아달라고 보채는 아이...
슈퍼맨도 신문을 뜨는구나제934호 10여 년 전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를 봤다. 결혼까지 한 마당에, 이제 와서 내가 미쳤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선을 보기로 했던가. 남녀 주인공은 서울 대학로 KFC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서로 알아보자고 정한 게 <한겨레>를 들고 서 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