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수술한 고양이 제가 데려갈게요”제1417호 병원 앞에 트럭이 섰다.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장갑 낀 손으로 상자를 들었는데 온몸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장갑과 상자에는 진흙이 말라붙어 있었다. 상자 안에 있는 고양이는 미동 없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상자를 여니 흙이 잔뜩 묻은 털이 보였다. 몸통은 새하얀 털로 덮여 있었고 ...
산속 통나무집을 팠더니 쓰레기가 5t제1417호 경북 안동에서 북동쪽 낙동강 상류로 향하면 ‘예끼마을’이라 부르는 곳에 도착한다. 마을을 둘러싼 안동호수와 그 위로 펼쳐진 선상수상길이 가장 먼저 방문자를 반긴다. 이곳은 몇 해 전부터 주민 참여형 마을사업이 추진돼, 골목마다 정원이 꾸며지고 벽화가 그려졌다. 과거 관아 건물은 한옥 갤러리로 탈바꿈했고, 빈집…
치유는 당위 아닌 선택할 권리제1417호 한자어 ‘병신’(病身)은 문자로만 보면 ‘병든 몸’이란 뜻이다. 그러나 우리말에서 병신은 특정 질병을 앓는 환자가 아니라 장애나 불구를 지닌 몸의 멸칭이나 다른 사람을 낮잡아보는 욕설로 쓰인다. 장애를 가진 몸을 가리키는 낱말은 왜 이렇게 오염됐을까? 질병과 장애는 소속집단의 거부와 모욕을 넘어 강압적 수단으로…
그 질문은 주관식으로 답할게요제1417호 한현수님은 빅뱅 데뷔조였다. 한현수, 동영배(태양), 권지용(GD)에서 한 자씩 따 ‘한동권’으로 불리며 연습생인데도 팬클럽이 있었다. 결말을 알고 영화의 시작을 다시 보면 감회가 남다르듯, 당시 셋이 찍은 사진을 보자니 기분이 묘하다❶. 이때 그들은 알았을까? 빅뱅이 이 정도로 슈퍼스타가 될지, ...
좁은 방에 갇혔다가 근시가 된 소녀 ‘지니’제1417호 몇 해 전, 정신과 의사이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로 유명한 올리버 색스 박사 타계 3주기를 계기로 ‘올리버 색스-추모의 밤’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저서를 국내에서 활발하게 낸 출판사와 함께였습니다. 색스 박사와는 사용하는 언어도 태어나 살아온 나라도 겹치는 것이...
영화 ‘브로커’, 그렇게 ‘가족’이 될 수 있을까제1417호 <브로커>는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린 성매매 여성과, 베이비박스에서 아기를 데려와 다른 가정에 돈을 받고 넘겨주는 브로커가 우연히 함께하게 된 여행을 따라가는 영화다.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메가...
코로나19 뒤에 첫 1천만 영화 나오나 [뉴스큐레이터]제1417호 코로나19 유행 이후 3년간 움츠러들었던 영화시장이 이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걸까. 범죄액션영화 <범죄도시2> 누적 관객 수가 개봉 23일째인 2022년 6월8일 957만 명을 넘어서며, 코로나19 유행 이후 첫 ‘1천만 영화’에 다가서고 있다. 최근...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림책을 만나도록제1416호 ‘예상치 않은 곳에서 그림책을 만나고 반가웠어요.’ 이런 말을 들으면, 도서관의 성인 종합자료실이나 서점의 예술 분야 서가에서 자그마한 일반 단행본들 위에 길쭉하게 누운 얇은 책 한 권을 호기심에 뽑아든 독자의 얼굴을 그려보게 된다. 눈을 크게 떴을까? 가늘게 떴을까? 어느 쪽이든 놀라움, 의아함, ...
남은 물리치료, 나는 몸살제1416호 1980년대 말, 주방기구 판매에 뛰어들어 첫 번째 회사에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매출 마감을 끝낸 어느 화창한 봄날입니다. 회사에서 조회가 끝나고 서로들 눈을 끔적하면서 동시에 몰려나갑니다. 나보고도 어서 따라오라고 눈을 끔적해서 따라나섰습니다. 한 사람만 자기 차로 뒤따라오고 모두 다 봉고차 두 ...
“석면 듬뿍 얹어서 M.S.G.R. 주세요.”제1416호 “석면 가루 토핑 듬뿍 얹어서 M.S.G.R. 주세요.”친구들끼리 힙스터 카페를 두고 던지는 농담이다. 힙스터 카페들의 ‘감성 공식’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만 꼽아보면 ①내벽은 공사장에 커피머신만 갖다둔 것처럼 무조건 노출 콘크리트 ②메뉴판에는 미숫가루를 ‘M.S.G.R.’라고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