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처럼 도움이 돼야만 그 세상으로 갈 수 있나요?제1422호 ‘우영우 신드롬’이 뜨겁다(<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유인식 연출, 문지원 극본). 자폐성 장애인의 엄마로서 모처럼 마주한 사회적 관심과 발달장애인에 대한 호의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지만, 무엇보다 나 또한 이 드라마에 몰입해 웃고 울고 있지만, 그러기에 더더욱 ...
호박, 요리의 주연이 되다제1421호 “이것 좀 먹어봐, 정말 맛있어.” “응 아니야, 아빠나 많이 먹어.”고기를 소금장에 찍던 아이는 냉정했다. 하지만 난 흔들렸다. 밭에서 난 채소들을 듬성듬성 잘라, 버섯과 함께 볶기만 했을 뿐이다. 간은 소금과 후추만 했고 들기름을 훌훌 둘렀다. 그런데 이럴 수가 있는가. 이렇게 쉽고 빠르고 무성의하...
고속도로에서 닭과 눈이 마주친 순간제1421호 비가 조금씩 흩뿌리는 고속도로였다. 차 안 동승석에 앉은 나는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큰 소리를 내며 옆 차선으로 지나가는 트럭이 보이는가 싶더니 짧은 순간 닭과 눈이 마주쳤다. 반사적으로 창문을 열었다. 심장이 쿵쿵 빠르게 뛰었다. 굉음과 함께 차가운 빗물이 얼굴을 때렸다. 트럭은 닭들...
사랑에 빠지게 해줘서 고마워요제1421호 한 아이돌 덕후의 지인이 지렁이 심장이 아홉 개라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말했단다. “심장이 아홉 개면 사랑도 동시에 아홉 번 가능한 게 아닐까? 네가 여러 아이돌을 좋아하는 거, 꼭 지렁이 같아”라고. 자꾸만 사랑에 빠지는 <아무튼, 아이돌>의 저자 윤혜은은 ‘유사 지렁이’라는 이 이야기에 무척...
관설동 농부는 왜 점 찍기까지 팔을 떨까제1421호 한참 비가 내린 뒤에 구름 틈새로 햇살이 조각조각 내려앉았다. 학교 건물 뒤편에서 운동장으로 나 있는 완만한 내리막길에는 빗물이 조그맣게 개울 지어 흘렀다. 보도블록이 개울물에 새끼줄처럼 꼬인 무늬를 만들어냈다. 길옆에는 언덕으로 시작되는 산이 있다. 산과 길의 경계에는 바위가 담처럼 쌓여 있다. ...
야구 개근상을 받은 사나이, 박용택제1421호 한 달 전 회사 선배가 정년 퇴임을 했다. 회사 3층 퇴임식장에는 선배 가족을 비롯해 많은 동료가 모여 선배의 마지막 날을 축하해줬다. 한때 병마와 싸우기도 했던 그는 넉넉한 미소와 함께 기자로서, 가장으로서 소임을 다했다. 많은 이의 박수를 받으며 인생 1막을 끝내는 그를 바라보며 나 또한 잠시나마 ...
냄새가 사라지면 삶도 희미해진다제1421호 지난봄, 국내에서 한창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고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던 시기에 저도 코로나19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미열과 기침, 인후통 등 독감 증상이 있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수월하게 지나갔습니다. 이제 시간을 견디는 일만 남았지요. 그래서 몸이 회복되자 동네 카페에서 진한 커피를 ...
‘곤충멍’에 빠져보고 싶다면제1421호 어릴 때는 대부분 박사였다가 커갈수록 멍청이가 되는 몇몇 분야가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곤충이다. 여름이면 잠자리채와 채집통을 들고 쏘다니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릎을 굽혀 풀잎 사이로 살그머니 두 손가락을 내밀던 추억들. 그런 곤충이 시나브로 심드렁해지거나 심지어 귀찮고 징그럽게 느껴질 때, ...
물놀이와 썰매에는 ○○이 필요해제1421호 서울 ‘한강공원 수영장’(이하 한강 수영장)이 3년 만에 문을 열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뚝섬·광나루·여의도·잠원 4곳의 한강 수영장과 양화·난지의 물놀이장 2곳을 열었다. 2022년 6월24일, 낮이 제일 긴 하지(6월21)로부터 사흘이 지난 날이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6...
허준이, 수포자 아니라 자유인 [뉴스큐레이터]제1421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과학기술원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2022년 7월5일(현지시각)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았다. 한국인이나 한국계(허준이 교수는 미국 국적자다)가 이 상을 받은 건 126년 세계수학자대회 역사상 처음이다. 필즈상은 국제수학연맹이 4년마다 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