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위해서 꽃은 피지 않는다제977호정원에서 나비 애벌레를 만났다. ‘헉’ 놀라 순간 뒷걸음질을 쳤다 다시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가본다. 잘 먹어서인지 제법 통통하고 줄무늬가 선명해서 나중에 멋진 나비가 될 듯싶다. 정원 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많은 생명체가 식물과 함께 더불어 산다. 얼핏 보면 이들은 서로를 해치는 듯도 싶고...
단편영화의 힘-외제977호단편영화의 힘 서울 홍대 앞 KT&G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제7회 대단한 단편영화제’ ‘제7회 대단한 단편영화제’가 서울 홍익대 앞 KT&G 상상마당에서 9월6~15일 열린다. 20분 미만의 단편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이 영화제는 올해 551편의 출품작 중 ...
절대로 눌러 익히면 안 돼제977호가히 ‘막걸리 대학교’다웠다. 그땐 막걸리를 정말 많이 마셨다. 학교의 풍토가 그랬다. 비가 오면 비 온다고, 눈이 오면 눈처럼 하얀 술이라고, 신입생 들어왔다고, 시험 때라고, 방학했다고, 개학했다고 마셔댔다. 어, 오늘은 아무 일도 없네? 그러면 또 막걸릿집에 모였다. '초식'도 다양했다. 평범...
딱 하루 만에 노스탤지어는 공포로제977호서울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길러진 내게 ‘고향다운 고향’은 없었다. 고만고만한 대도시에서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의 기억 따위는 자랄 수 없었다. 공터가 아파트로 바뀌고, 집 앞에 지하철이 생기고, 인구수 증가로 학교가 늘어나던 개발의 추억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아마 그랬을 거다....
누가 일베의 ‘인큐베이터’인가제977호‘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는 한국 사회에서 과잉 상태이면서 동시에 과소 상태다.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관심과 호명은 그들의 실재에 견줘 분명 차고 넘친다. 사이트를 강제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건, 그들이 누군가에게는 현존하는 체제 위협 세력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들은 오프라인에 ...
기술과 문명-외제977호기술과 문명 루이스 멈퍼드 지음, 문종만 옮김, 책세상 펴냄, 3만2천원 기계는 선인가 악인가? 기술의 역사를 문명사적 관점에서 고찰한 이 책은 이같은 물음에 훌륭한 통찰을 제공한다. 기술·과학·철학·금융·상업 등 다양한 전통에서 생겨난 기술 진보의 사회적 실천의 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저자는 “난마처럼 얽혀…
‘사소함’과 ‘위대함’ 사이제977호내 첫 직장은 자그마한 리서치 회사였다. 7개월쯤 다녔는데, 지금은 잘 기억나지도 않는, 뭔 놈의 일 때문인지 야근이 많았다. 10명이 채 안 되는 직원 가운데 유독 집에 갈 생각은 않고, 야근은 기본에다 노상 밤샘을 하던 상사 한 명이 있었다. 정규 근무시간이 끝난 뒤 저녁을 먹고 들어와서는 슬리퍼로 ...
너도 뺏었고 나도 뺏었다제977호필립 마이어의 <더 선>(임재서 옮김, 올 펴냄)은 버거운 책이었다. 상징과 억센 의미들이 빈틈없이 엮여 있는 이런 책이 요즈음 읽힐까? 포장을 벗기면 빈 상자만 남는 소설이 넘치는 마당에. 그러나 나는 이 묵시록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리라 결심했다. 덕분에 우리가 따라다닌 미국이라는 거인의 심장...
‘그것이알고싶다’ 김상중의 존재감제977호진정 놀라울 따름입니다 지난 화요일 <한겨레21>에서 필자에게 ‘김상중 없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OOO이다’라는 주제를 던져왔습니다. 김상중, 그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매주 토요일 밤이면 검은 슈트 차림으로 TV 화면에 등장해, 작지만 매서...
이런 게 원래 힙합이야제977호“난 너희 모두를 사랑하지만, 지금만큼은 너희를 (랩으로) 죽여놓으려 해. 너희 골수 팬들조차 너희를 들어보지 못한 것처럼 만들어버리겠다는 거야. (중략) 경쟁이 뭔데? 난 수준을 높이 올리려는 것뿐이라고.” 미국 힙합 신의 대세 켄드릭 라마가 동료 래퍼 빅 숀의 곡 <컨트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