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앞뒤, 그림과 사랑제975호 올여름, 미대 회화과 동창인 두 여자가 10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만났다. 그들은 15년 전에 함께 프랑스 유학을 준비했다. A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맞아 부모의 짐도 덜 겸 교사임용시험으로 방향을 바꿨다. B는 예정대로 프랑스로 건너가 원하는 공부를 시작했다. A가 그림을 포기한 건 아니...
미술관에 가지 못하더라도-외제975호미술관에 가지 못하더라도 서울시립미술관 하반기 ‘찾아가는 미술감상교실’ 참가 신청 접수 중 서울시립미술관이 9~12월 열리는 하반기 ‘찾아가는 미술감상교실’ 참가 신청을 받는다. 평소 미술을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사들이 비영리기관, 단체, 학교 등을 직접 찾아가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직장...
잔가지 끊어내고 잘 살 듯이제975호가지가 병들거나 혹은 다른 가지와 부딪혀 손상을 입으면 나무는 스스로 가지를 잘라내는데, 그 잘려나간 자리에 생기는 것이 바로 ‘옹이’다. 인간이 개발한 가지치기 방법은 자연 상태의 식물이 하고 있는 이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받은 것이다. 가지치기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가지를 잘라주는 위치를 잘 찾아주는 것이…
뜨거운 태양은 단순함 위로 떠오른다제975호원래는 심플한 마르게리타 피자를 만들려고 했다. 바삭한 도(밀가루 반죽)에 향긋한 토마토 소스와 부드러운 모차렐라 치즈가 혀가 델 정도의 온도로 뜨겁게 엉겨붙어 있다. 한입 베어무는 순간 스르르 눈이 감기며 자신도 모르게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을 떠올린다. 아내는 대학생 시절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먹었던 마르게…
평창에서 태어나 평창동에 산다제975호나는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산다. 평창에서 나서 평창에 산다. 이렇게 쓰고 보니 평창이야말로 마이, 소울, 시티인 것처럼 느껴진다. 먼저 강원도 평창 이야기를 해보겠다. 군 단위는 엄청 넓어서 내가 아는 평창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스키장 많은 용평이나 ...
이창휘·박민희의 <중국을 인터뷰하다> 외제975호중국을 인터뷰하다 이창휘·박민희 지음, 창비 펴냄, 2만원 중국 정부의 노동정책을 자문하며 노동사회를 관찰해온 국제기구 전문가 이창휘와 중국 현장을 취재해온 <한겨레> 베이징 특파원 박민희가 중국 지성을 대표하는 첸리췬 등 총 11명의 인물들과 대담을 나누고 이를 엮었다. 11명의...
삼성과 한류의 공통점은? 제975호몇 해 전 대학 동기 모임. 한 친구가 내게 질문을 했다. “삼성전자와 한류의 공통점이 뭔지 아냐?”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하는데 그가 말했다. ‘노동시간’, 아니 정확히는 ‘노동윤리’가 그의 답. 요지는 이랬다. 삼성전자의 아침 7시 출근-오후 4시 퇴근(실제 노동시간은 훨씬 길다)이나, 하루 1...
‘문학의교황’이 쓴 연서들제975호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춘기 청소년 시절 나에게 셰익스피어를 아주 강렬하게 각인시켜준 작품이다. 그 어느 날 저녁, 나는 예감하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축복인 동시에 저주요, 은총이자 액운이며, 한계를 모르는 중독이라는 사실을, 사랑과 죽음은 하나이며,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 까닭...
굿바이 ‘무릎팍도사’제975호새롭지 못해서? 옛날 같지 못해서! <무릎팍 도사>는 못 봐도 그날의 게스트는 꼭 확인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연예인이 물의라도 일으키면 나중에 <무릎팍 도사>에서 해명하겠군, 생각하던 시절.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를 주재료로 삼는 집단 토크쇼들과 달리...
마침내 도착한 가장 원초적인 서바이벌제975호 “왜 본선에 올라가는 사람들은 죄다 댄서들일까요?” 지금은 폐지된 tvN <코리아 갓 탤런트>가 한창 방송되던 시절, 사람들은 종종 내게 댄서들의 선전 비결을 물었다. 마치 한때 한국 프로야구를 ‘8개 팀이 내내 공놀이를 하다가 가을이면 SK가 우승하는 종목’으로 거칠게 요약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