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공간] 이순신은 왜 선조의 명령을 거부했나?제1429호 “신하로서 임금을 속인 자(이순신)는 반드시 죽이고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끝까지 고문하여 그 내막을 밝혀낸 뒤 어떻게 처리할지 대신들에게 물어보라.” -1597년 3월13일 <실록>에서 선조의 발언“지난번에 그대의 직책을 교체하고 그대에게 죄를 이고 백의종군하도록 한 것은 나의 모책...
나 홀로 즐기는 풋살 [연휴에 뭐할까]제1429호 가로 40m, 세로 20m의 구장 안에서 10명의 선수가 쉬지 않고 움직인다. 축구공보다 작은 크기의 공이 이리저리 굴러간다. 축구와 비슷하지만 다른, 가깝고도 먼 ‘풋살’이다. 풋살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축구보다 덜 힘들다는 것이다. 축구장 크기의 4분의 1...
반전에 반전 거듭하는 범죄소설 [연휴에 뭐할까]제1429호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악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내 고백을 시작하기에도 그보다 더 좋은 문장은 없을 것 같다. 나는 22년 전에 사람을 죽였다.”장강명의 새 소설 <재수사&g...
인생 영화에 바치는 하루 [연휴에 뭐 할까]제1429호 콘텐츠 평가·추천 애플리케이션을 즐겨 사용한다. 시청한 영화나 드라마를 기록하고, 보고 싶은 영화는 따로 표시(‘보고싶어요’)해 모아둔다.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사진)은 ‘보고싶어요’ 목록에 올려둔 지 4년여 흘렀으나 아직 볼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러닝타임(상영 시간)이 ...
살아 있음의 의미는 살아 있다는 것제1429호 자꾸 말이 앞선다. 책임질 수 없는 말들이 넘친다. 올해 3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반년 동안 이런저런 곳에서 강연하며 먹고살았다. 문학에 대해, 시에 대해 사족을 덧붙이며 전국을 떠돌았다. 오랫동안 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 물음 앞에선 늘 막막했다. 팬데믹과 전쟁, 그리고 기후위기를 살아내며 ...
불안정한 안정, 불확실한 확실제1429호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가을비임을 알 수 있는 건 싸늘한 공기와 냄새 때문이다. 지난여름에는 스콜처럼 비가 많이 내렸다. 한 번도 그런 적 없던 곳까지 물에 잠겼다. 우리 집에도 물이 조금 샜다. 특히 내 방 책상은 창문 앞에 있는데 창문 위 천장에서 물이 새서 책상 유리 틈새로 흘러 들어가 ...
너는 웃는데, 시간이 멈췄다제1429호 곰이는 구토가 한 달째 계속돼서 처음 병원에 왔다. 간식을 많이 줘서 배탈이 난 것 같다고, 가끔 구토하는 것 외에는 활발하다고 보호자는 말했다. 누가 봐도 곰이의 활력은 최고였다. 태어난 지 4개월이 된 곰이는 오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병원 곳곳을 질주했다. 신나게 뛰어다니는 곰이 얼굴에서 긴 혓바닥이 밖으로 ...
집 180m 앞에 텃밭이 생겼다제1429호 “우리 공항철도 타고 딱 한 역만 더 가볼까?”그렇게 인천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취업길에 상경한 나는 서울에서 일하고 결혼까지 했으니 쭉 서울 사람으로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좁은 신혼집에 살림살이가 불어나 이사를 피할 수 없던 시기에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집값이 너무 올랐다. 주말마다 ‘부동산 투어’를 하다...
이번 한가위에는 고군분투남과 소녀가 있다제1429호 2022년 여름, 한국 영화 대작들에서 서사의 방향성에 가장 영향을 미친 요소는 남성 캐릭터의 면모인 듯하다. 과장을 보태면, 그 면모가 이 영화들의 세계관이라고 말해볼 수도 있다. 물론 남성 인물이 서사를 추동한다는 인상 자체가 딱히 새로운 건 아니다. 다만 이 영화들이 서사의 축으로 삼은 남성성을 ...
건강식품으로 ‘노화’ 막을 수 있을까제1429호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생각했지만, 올해는 그 흐름의 속도가 유난히 더 빠른 듯합니다. 설날 덕담을 나눈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추석이라니요. 그저 잠시 한눈팔았을 뿐인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한 해의 3분의 2를 통째로 잃어버린 듯해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제 기분이 어쨌든 간에 우리나라의 양대 명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