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마피아’의 민낯을 기록하다제1038호2011년 동일본 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많은 것을 뒤집어놓았다. 무엇보다 동아시아 사람들이 원자력 에너지의 실체에 대해 이전보다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서는 원전 고장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2013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원전 비리’까지 터져나왔다. ...
“가장 말랐을 때 가장 불행했다”제1038호미친 듯이 먹고 토하기를 반복했다. 껌 한 통을 씹은 것 때문에 12cm 통굽 구두를 신고 6층에 있는 집까지 전속력으로 오르내렸다. 구토약과 설사약을 달고 살았다. 오직 살을 빼기 위해서. 결국엔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키 171cm에 몸무게는 37kg. ‘가면’도 쓰고 ...
“숫자 하나로 내 아들을 안다고?”제1038호*영화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돼 있습니다. 눈에 당장 보이는 세계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려주고 싶어서 책을 권하는 기독교 신자 친구가 많다. 그중 가장 그럴듯했던 것은 <순전한 기독교>의 이 대목이었다. 예컨대 작가가 오은하라는 인물을 가지고 소설을 쓸 때, “오은하는 전화를 끊자마자 소리를 질렀...
“난 게으르고 철이 안 들어”제1038호윤종신이 타블로한테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으니 이전 같은 사랑 노래를 못 쓸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반대로 이제는 사랑에 대한 더 넓은 관점을 얻었다고 둘은 인정했다지만, 어쨌든 나이를 먹고 삶의 환경이 바뀌면 작업의 내용이 전과 같을 수는 없다. 고유의 스타일도 지켜야 하고 급변하는 트렌드도 살펴야 하며,...
“여론, 존중만큼 경멸을”제1038호2002 월드컵의 한국 개최가 확정된 1990년대 중반, PC통신 스포츠 게시판에 괴소문이 퍼졌다. 한국은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위해 오래전에 천재 축구소년을 유럽으로 보내 키우고 있으며, 2002년에 20대 초반이 되는 이 소년이 한국 축구의 운명을 바꿀 비밀병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
창만이한테 많이 배웠다제1037호드라마 <유나의 거리>(JTBC)가 끝났다. 50부작 대하 ‘서민’ 드라마였다. <유나의 거리>에서 창만(사진)은 다세대주택 주인집과 이웃, 그가 좋아하는 유나(김옥빈)와 함께 소매치기를 하는 소매치기 선후배는 물론 유나의 룸메이트 미선의 못된 남자친구 ...
열일곱 영재에게 허락된 평화는 어디에제1037호절박한 사람은 진심을 챙길 여력이 없다. 영화 <거인>의 영재(최우식)는 가톨릭 그룹홈 ‘이삭의 집’을 제 발로 찾아갔다. 아무도 그에게 집에서 “나가라” 하지 않았지만, 영재는 떠밀려 떠났다. 무책임한 아버지, 무능력한 어머니, 여린 동생이 있는 집은 거들떠보기도 싫은 곳이다. 그룹홈 원장...
선인장 죽이던 아내의 ‘화무십일홍’제1037호집 밖의 기온이 섭씨 3~4℃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아내 앞에서 목에 힘줄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는 말이다. 적잖은 세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농촌 노인형’ 잠 습관에 길들여진 나는 이맘때쯤이면 새벽에 일어나 나무 난로에 불을 지펴 물을 끓인 뒤 원두를 갈아 향기 진한 커피를 두 잔 마련한다. ...
시대의 진보로도 뜨거워지지 않는제1037호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들은 젊고 잘 교육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둘 다 첫날밤인 지금까지 순결을 지키고 있었다. 물론 요즘에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시절은 성 문제를 화제에 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하던 때였다.” 그래서 그 젊은 부부의 첫날밤은 어떻게 되었을까. 서툴고 엉망인 전개가 이어지고, 때 이른…
몸이 쇠락하며 벌이는 축제제1037호“쇠갈고리에 동료들의 시체가 걸려 있던 시절…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고 작가는 썼다.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다가 독일군에게 붙잡혀 모진 고문을 받았던 장 아메리는 결국 살아서 2년 만에 강제수용소를 걸어나왔다. 그러나 20년이 흘러 이제 밖이 아니라 늙어가는 자신의 내부에서 죽음이 매 순간 자라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