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예단이 만들어낸 죄제1041호“내가 그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도 돌이킬 수 없는 말이다. 과학수사대(CSI)의 나라인 줄 알았던 미국조차 자백은 DNA 수사 같은 방법을 압도한다. 2000년부터 2007년 5월까지 미국에서 잘못된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나중에 DNA 증거로 혐의를 벗어난 사람은 200명. 그중 ...
그 밤 돌려주면 안 되겠니제1041호내 이름은 만세. 고양이다. 하나, 둘, 셋… 오늘도 끝까지 세는 것을 포기했다. 베란다 맞은편으로 보이는 불 켜진 창을 헤아리는 것. 하나, 둘, 셋… 이 역시 포기했다. 저 아래 큰길 헤드라이트를 밝힌 채 이 밤의 끝을 잡고 달리는 자동차 대수를 세는 것. 세상이 까맣게 내려앉으면 ...
탱자가 회수를 건너면 귤제1041호차에 관해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홍차의 샴페인’이라고 불리는 인도의 다르질링이 원래 인도 자생종이 아니라, 중국 차를 히말라야 다르질링 지역(사진)에 이식해서 만들어진 품종이라는 거다. 캠벨이라는 영국인 의사가 카트만두에서 다르질링 지역으로 전근을 가면서 카멜리아 시넨시스라는 중국 차 씨앗을 훔쳐다 …
길냥이 찍는 신문배달부 ‘찰카기 아저씨’제1041호“길동아!” 12월10일 아침 6시. 길고양이 사진가 김하연(44)씨가 집 나간 장자라도 만난 것처럼 ‘길동이’를 불렀다. 이날의 신문배달을 4분의 3쯤 마친 무렵이었다.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 한켠에 자리한 빌라에 신문을 넣고 나오는데 주차된 신문배달 오토바이 옆으로 길동이가 번쩍 나타났다. ...
인간 같은 것에게도 희망은 있을 거야제1041호끝없이 상을 뒤집어엎다가 눈물 콧물 흘리게 만드는 4컷 만화 <자학의 시>는 묘한 작품이었다. 백수건달에다 걸핏하면 상을 뒤엎는 남자 이사오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유키에. 왜 그녀는 그를 그렇게 사랑하게 되었는가? 박복한 여자 유키에의 불행의 역사를 되짚으며, 그럼에도 인생엔 의미가 있음...
‘나가사키의 종’은 어떻게 울렸나제1041호나가사키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중국 남부지방 푸젠에서 유래했다는 나가사키 짬뽕이나 나가사키 접시우동? 혹은 포르투갈에서 유래했다는 나가사키 카스텔라? 혹은 나가사키현 사세보에 자리한 유럽을 본뜬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 나가사키 하면 떠오르는 ‘이국’ 냄새 물씬 풍기는 이런 단어들은 길고 길었던 ‘쇄...
누가 인터넷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만들고 있나제1041호“‘디지털 시장’에서 기업은 개인정보를 상품으로 취급하고 이윤 축적을 위해 무단으로 유통시킨다. 대중들의 중요한 사생활이 이른바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거래되는 것이다. 시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권력조차 사회적 통제와 정치적 검열을 위해 이런 데이터에 대한 은밀한 접속과 비밀스러운 독해를 게을리…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절대제1041호연애에 서툰 복학생 오빠가 “애기~”, 혹은 “ㅎ 넝담~”과 같은 소름 끼치는 어휘를 구사하며 연애에서 두 걸음 세 걸음 멀어져가는 것이 이제는 남 일 같지 않아 무섭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남녀상열지사의 뜨거운 현장에서 멀어져가고 있을까? 연애에 이제는 복학해야만 하는 우리, 냉혹한 현실 진단과 그 해결이 절실…
능가할 수도 없고 이길 필요도 없다제1041호저널리즘과 관련한 2014년 최고의 글 또는 논쟁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난 주저없이 에밀리 벨(왼쪽)의 ‘실리콘밸리와 저널리즘: 함께할 것인가 아니면 관계를 끊낼 것인가’와 이에 대한 제프 자비스의 반론 ‘저널리즘과 기술: 서로 싸울 것인가 아니면 함께 춤출 것인가’를 꼽는다. 에밀리 벨은 영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