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본주의가 일본을 폭격했다제1044호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돈을 낸다. 직원과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대화랄 만한 것도 없다. 히라카와 가쓰미는 이것을 현대판 ‘침묵교역’이라고 말한다. 침묵교역이란 언어가 통하지 않는 부족 간 교역이었다. 편의점의 만남에서 유일한 언어는 돈이다. 침묵교역은 상품 교환의 첫 단계였다. 상품 교환의 최종 단계에서...
국립현대미술관에 청년관을 신설하라제1044호2014년 12월28일 일요일, 현대미술과는 거리가 멀어 뵈는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 현대예술계의 청년들이 모였다. 장소는 최근 새로 문을 연 미술 공간 ‘교역소’. 말이 미술 공간이지, “상봉동에 위치한 무슨 공간입니다”라는 안내문처럼 정체가 불분명한 곳이다. 난방이 되지 않아 공사장처럼 비닐을 둘러...
평안한 떨림, 울림을 건네다제1044호2014년 12월31일 ‘서울에서 듣는 한국 음악, 평롱: 그 평안한 떨림’(이하 ‘평롱’)의 공연이 끝났다. 5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8개월 동안 계속된 공연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월요일 하루만 쉬었을 뿐 주말과 공휴일에도 쉬지 않은 공연은 국악단체인 정가악회와 메타기획컨설팅이 공동 주관한 상설...
맨땅 헤딩 선지자 앞에 겸허할지어라제1044호지난번에 이어 등사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찾아낸 역사적 기록이 꽤나 재밌으니 얘기를 좀 풀어봐야겠다. (사담과 추측이 반이니 ‘엔하위키 미러’(인터넷 사용자 편집 백과사전) 읽는 기분으로 봐달라.) 등사기를 복원해보겠다는 삽질의 과정이란 이미 설정되고 안착된 기술적 인식을 되밟는 것이니 어렵다고 징징대봐야 …
<미생>에 열광할 자격이 있는가?제1044호올겨울 최고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드라마 <미생>이었다. 가진 것도 없고 이렇다 할 ‘스펙’도 없는 장그래가 회사라는 정글에서 견뎌내야 했던 횡포와 그 속에서 펼친 악전고투는 한국 사회 곳곳에 도사린 뇌관을 건드렸고 4500만 ‘장그래’들의 눈물과 환호를 소환했다. 좁쌀 같은 고용인과 태산...
고공이 지상에게제1044호굴뚝 아저씨가 ‘기차길옆작은학교’ 아이들에게 띄운다. 2015년 새해가 밝았네. 아저씨는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엄청 큰 공장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올해는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너희가 보내준 편지를 읽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쌍용차 회사에 답답...
여전히 편지는 간절함이고 그리움이오제1044호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가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윤동주 시인의 ‘편지’ 하늘에 있는 누이에게 보낸...
은퇴는 없다, 필승 로맨스!제1044호남자들은 정말 어린 여자를 좋아할까? 너무 뻔한 질문이 아니냐고? 그럼 이건 어떨까? 어린 여자와 예쁜 여자 중, 남자들은 어느 쪽을 더 좋아할까? 예쁘지도 어리지도 않은 내가 쓸데없이 이런 궁금증을 갖게 된 이유는 한 지인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평생 어딜 가든 주목받고 누구에게나 환영받아온 분,...
설렘제1044호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 그래서 무언가가 새롭게 시작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기다리던 사람에게 올 편지를 기다리며 우체통을 열어볼 때, 10년 만에 보는 친구를 만나러 카페로 들어설 때, 밤을 새워가며 기획안을 짰던 새 아이템의 샘플이 공장에서 도착했을 때, 우린 설렌다. ...
그것이 어설픈 축제의 마지막 날제1044호1959년 성탄 전야, 한 무리의 청년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 모여들었다. 첩첩 촌에서 대학 입학과 함께 처음으로 도 경계를 넘어본 이들. 가난한 집안의 촉망받는 장남들답게 물들인 야전잠바 하나로 온 겨울을 나면서 공부에만 몰두하던 이들에게도 크리스마스는 찾아왔고 며칠 훨씬 전부터 정체 모를 즐거움에 들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