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제1042호등사기를 만들어보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것까지는 좋았다. (사실 야심을 가질 대상도 아니었다.) 실크스크린도 해봤겠다, 같은 공판화 방식이니 뭐가 그렇게 어려울까 하며 만만하게 생각했다. 1960∼70년대 등사기가 50만원 정도에 옥션에서 팔리는 것을 보며 코웃음도 쳤다. ‘만들면 되지’라...
‘프라이드 오브 아시아’의 영광을!제1042호한 스포츠 종목의 역사를 바꾼 단 한 명의 아시아인을 뽑는다면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다. 그는 플라이급에서 시작해 웰터급까지 세계 복싱 역사상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한,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전설이다(프로복싱은 총 17체급). 언젠가 필리핀으로 출장을 갔을 때, “파키아오의 팬이다”라고 건넨 인삿말은...
이 숨막힌 느낌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제1042호지난 11월1일 곽승찬(고려대 생활도서관 운영위원)씨는 경기도 안산으로 향했다. 그가 찾아간 곳은 거대한 합동분향소였다. “그것은 가장 비현실적인 현실이었다. 검은 띠를 두른 액자가 너무 많았다. 거대한 제단 위에서 죽은 아이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476명 탑승-295...
공부와 삶을 이어 학생과 시민을 이어제1042호그곳에서 <한겨레21>을 읽었던 학생은 <한겨레21> 기자가 되어 그곳을 찾았다. ‘학문사상의 자유쟁취, 진보적 학문의 대중화’. 입구에 걸린 간판은 유구한 세월을 견디고 그곳에 있었다. 마치 잠깐 어딘가 여행을 하고 돌아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변하지 않았다. 입구를 열고...
‘착한 달력’이 말을 겁니다제1042호한 해는 달력과 함께 저문다. 달력이 한 장 남으면 그해도 막바지다. 새해 역시 달력과 함께 온다. 새해 달력에서 공휴일과 휴일을 챙겨보기도 하고 지인의 생일과 기념일을 기록하기도 한다. 1년 365일은 누구에게나 같으되, 각자의 하루는 모두에게 다르다. 364명의 하루, 365일의...
동물원과 눈 맞은 인간 수컷제1042호충북 청주 세광고등학교 3학년 최혁준군의 집에는 인간 암컷과 수컷 외에 이구아나와 거북이, 앵무새가 산다. 녹색이구아나의 이름은 정치(암컷), 아프리카민며느리발톱거북의 이름은 사하라(수컷), 왕관앵무의 이름은 띵똥(수컷)이다. 이구아나는 1m를 넘고, 처음 데려올 때 책 크기만 하던 거북이는 2배로 ...
호킹도 모르는 사랑의 시간제1042호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제목이 주는 미혹과 달리, 로맨틱코미디로 유명한 영화사 ‘워킹타이틀’의 달콤한 크림 같은 크리스마스용 신제품은 전.혀. 아니다. 제목에 속아서 골랐다가 실존 인물인 천재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러브 스토리인 걸 알고는 영화 시작 직전 잠시 후회했지만, 덕분에 ...
사랑이 여기에 살아 있다오제1042호이상하다. 우리에게 아직 사랑이 남아 있었다니. 무려 76년간 알콩달콩 살다가 죽음으로 완성된 사랑이라니. 이것은 거의 멸종된 줄로만 알았던 고생물체를 보는 듯한 감격이다. 아니다. 전설로만 들어온 상상의 동물을 보는 듯한 충격이다. 이를테면 영화는 진귀한 사례에 대한 생태보고서이거나 사랑의 가장 ...
무슨 책 보고 싶으신가요?제1041호이번 주에도 <한겨레21> 기자들은 수북하게 쌓인 새책들 앞에서 고민을 했습니다. 과연 어떤 책을 소개하는 게 독자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말이죠. <한겨레21>이 매주 제공하는 해드리는 '책골라21'은 기자들이 고심 끝에 선정한 이주의 새책 10권입니다. ...
친구가 찾아오니 즐겁지 아니한가제1041호소싯적 공자 왈 맹자 왈 한문 교육을 받으신 아버님은 <주역>(周易)까지 읽으신 분이니 당신 보시기에 남들이 교수니 박사니 하여도 큰아들의 한문 실력이란 그야말로 소학교 수준보다 나을 것이 전혀 없다. 그런 아들도 가끔씩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의 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