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스커넥트>
로버트 맥체스니, 삼천리 펴냄, 2만8천원
“‘디지털 시장’에서 기업은 개인정보를 상품으로 취급하고 이윤 축적을 위해 무단으로 유통시킨다. 대중들의 중요한 사생활이 이른바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거래되는 것이다. 시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권력조차 사회적 통제와 정치적 검열을 위해 이런 데이터에 대한 은밀한 접속과 비밀스러운 독해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미국의 언론학자이자 일리노이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로버트 맥체스니는 책 <디지털 디스커넥트>(전규찬 옮김, 삼천리 펴냄)를 통해 지난 20여 년간 미국에서 벌어진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보여준다. “독점의 논리가 지배하는 공간이 되었으며, 더 이상 미국에서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대중 소통의 공간이 아닌” 인터넷의 현실을 말하고, ‘자본주의가 어떻게 인터넷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만들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광고의 경제학이 지배하는 공간
맥체스니 교수는 인터넷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예찬론과 디지털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부정론 모두와 거리를 두면서,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인터넷에 접근한다. 그는 인터넷이 초래하는 가장 어두운 미래상을 보여주는 분야로 저널리즘을 꼽는다. 상업화된 인터넷 미디어와 광고 의존적이며 독점 지향적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공익적이고 비판적이어야 할 저널리즘의 죽음을 가속화한다고 우려한다. “미디어는 자본의 사유화 욕망이 관철되고, 소비자의 정보가 상품화되며, 광고의 경제학이 지배하는 철저한 이윤과 경쟁의 공간이다.”
그렇지만 디지털의 미래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 우리가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따라 민주주의와 자유, 공공성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는 디지털과의 단절이나 절연 선언 대신 인터넷 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을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정치적 개입 활동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독점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통해 인터넷과 미디어를 사회의 공공재로 되돌려놓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딘 베이커와 동생 랜디 베이커가 처음 구상해낸 ‘시민 뉴스 바우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모든 미국 성인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비영리 뉴스 미디어를 지정해 기부할 수 있는 200달러짜리 쿠폰을 지급하는 방안으로, 이같은 자금 제공 시스템을 이용해 미디어 콘텐츠만 배타적으로 생산하는 비영리 매체에 적용할 수 있다.
독점화와 사유화를 막기 위해
더불어 지역과 공동체 미디어에 대한 지원, 공공 자원으로서 주파수를 관리하고 브로드밴드 이용을 시민의 기본권으로 찾아오는 일, 인터넷 활동 검열을 금지하고 망 중립성 보장 등을 위해 시민들이 결집해야 한다고 말한다.
맥체스니 교수가 전하는 비판과 제안은 미디어 공공성과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 사회도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공영방송을 자본과 국가의 통제에서 되찾고 인터넷을 포함한 미디어 부문의 독점화와 사유화를 저지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 우리에게도 시급한 일이기에.
편견과 예단이 만들어낸 죄
<허위 자백과 오판>
리처드 A. 레오, 후마니타스 펴냄, 2만9천원
“내가 그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도 돌이킬 수 없는 말이다. 과학수사대(CSI)의 나라인 줄 알았던 미국조차 자백은 DNA 수사 같은 방법을 압도한다. 2000년부터 2007년 5월까지 미국에서 잘못된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나중에 DNA 증거로 혐의를 벗어난 사람은 200명. 그중 31명이 허위 자백 때문에 유죄판결을 받았다.
허위 자백은 형사사건에서 가장 쉽고 또 설득력이 높은 증거다. 책 <허위 자백과 오판>(조용환 옮김·후마니타스 펴냄)은 수사 과정에서 일단 허위 자백을 하면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확률이 78~85%라고 한다. 미국 판례에서 오판으로 밝혀진 사례 중 허위 자백 때문에 유죄를 선고한 비율은 60%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짓지도 않은 죄를 왜 지었다고 할까. 책은 피의자 신문 과정에 그 비밀이 감춰져 있다고 본다. 수사관들에게 일단 의심을 사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탈출구가 없다고 느낀다. 고문과 폭력이 용인되던 시절은 말할 것 없고, 지금도 피의자는 구금 상태에서 심리적 압박과 협박을 받으며 처벌당하는 듯한 경험을 견뎌야 한다. 1993년 미국 일리노이주에 사는 게리 고저라는 마흔 살 남성은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고저는 피의자 신문 10시간을 넘기자 기진맥진해졌고 급기야 자신이 기억상실 상태에서 부모를 죽인 것이 틀림없다고 믿게 되었다. 자신의 어리숙한 변명보다는 수사관들의 빈틈없는 상황 논리가 훨씬 그럴듯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유도하고 경찰이 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허위 자백이 시작되는 과정도 알고 보면 엉성하기 짝이 없다. 한 연구에선 수사관을 비롯해 거짓말을 탐지하는 직업 종사자들은 45~60%의 정확도를 보인다고 하는데, 훈련받은 수사관들 대부분은 피의자의 몸짓이나 인상, 일관되지 못한 답변만으로도 범인을 가려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자신이 ‘인간 거짓말탐지기’라고 믿는 사람들 앞에서 시선을 피하거나 코를 만지거나 자꾸 뒤통수를 긁다가는 피의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거짓말과 참말을 알려주는 신호 따윈 존재하지 않고, 흔한 편견과 예단만이 있을 뿐이다. 책은 “자백은 인간의 증언과 지각, 오류 가능성에 근거해 유죄를 추정한 상태에서 압력, 조종, 기만 그리고 때때로 강제력까지도 행사해서 나오는 산물이기 때문에 가장 믿을 수 없는 형태의 증거”라는 형사법의 원칙을 다시 일깨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지은이는 “한국 경찰은 10일 동안 피의자를 구금·신문할 수 있으며 여기에 검사가 그를 다시 20일 동안 구금·신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최근 미국에선 모든 신문 과정을 의무적으로 전자 녹화하는 법을 제정한 주가 크게 늘었다.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박영희 지음, 삶창 펴냄, 1만4천원
시인이자 르포작가인 저자가 지난 수년간 취재한 조선족 13명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일제강점기 장백에서 항일 소년으로 활동한 최경환씨, 조선족 신분으로 중국 경찰관이 된 정만석씨, 도산 안창호를 떠올리게 한 교육자 황해수씨 등 한국사와 중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고 중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곧 조선족의 역사다.
<내 무의식의 방>
김서영 지음, 책세상 펴냄, 1만5천원
검게 타들어간 마음과 그 생채기들은 어떻게 보듬어야 할까요? 융과 프로이트는 “자신과 대화하라”고 조언한다. 이들이 제안하는 가장 좋은 대화의 장소는 꿈속이다. 책은 한 정신분석학자가 써내려간 꿈 일기와 프로이트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분석을 통해 꿈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예수는 왜 죽었는가
빌 오라일리·마틴 두가드 지음, 이광일 옮김, 문학동네 펴냄, 1만5천원
이 책은 이미 고정관념처럼 굳어진 종교화된 예수를 그리지 않는다. 저자들은 성서의 기록에 충실하면서도, 예수 당대의 역사를 섬세하게 복원해낸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 고대 유대의 현장을 다큐멘터리처럼 생동감 있게 전해준다. 유대 사회의 갈등과 모순뿐만 아니라 로마제국의 역사도 함께 그린다. 원제는 ‘킬링 지저스’(Killing Jesus).
위험사회를 진단한다
홍성태 지음, 아로파 펴냄, 1만5천원
위험은 현대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어다. 현대사회는 핵발전소의 폭발, 생태위기 등과 같은 위험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러한 위험을 체계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책은 위험에 대한 정의에서 시작해 위험사회에 대한 서구 학계의 논의를 제시하고, 위험사회 한국의 모습이 서구와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한다. 더불어 위험사회 상황에서 벗어나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안으로 생태복지국가를 제시한다.
한일 피시로드, 흥남에서 교토까지
다케쿠니 도모야스 지음, 오근영 옮김, 따비 펴냄, 1만8천원
장어덮밥은 일본의 유명한 음식이지만 교토의 수산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을 치는 것은 여수산 갯장어다. 교토 중앙시장 연간 거래량의 4분의 1 이상이 한국산이다. 대신 먹장어는 일본에서 잡히면 대부분 한국으로 들어온다. 일본인은 먹장어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생선을 매개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풀어냈다.
도시에서 행복한 마을은 가능한가
유창복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만6천원
성미산마을에서 20년 가까이 마을살이를 했고, 현재는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 마을살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한 보고서다. 저자가 성미산마을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마을살이의 원리라고 할 만한 것들을 정리하고, 마을살이를 하며 마주하는 어려움과 매력을 들려준다.
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1만5천원
왜 두꺼비가 아첨꾼이 됐을까? 햄버거와 몽골인은 무슨 관계인가? 왜 베이컨이 생활비와 성공의 상징이 됐나? 언어의 기원을 살펴보면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책이다. 언어가 생긴 유래와 그에 얽힌 사연 등을 이야기한다. 그 속에 얽히고설킨 시사적 가치, 역사적 사건, 인문사회과학적 개념도 읽을 수 있다.
맛으로 본 일본
박용민 지음, 헤이북스 펴냄, 1만8천원
‘스시’는 물고기젓 지와 생선젓 자를 사용한다. 두 글자 모두 젓갈이다. 생선 젓갈의 발상지는 타이 북부 또는 미얀마 평야다. 생선의 부패를 막기 위해 곡물을 추가한 발상에서 탄생해서다. 한국의 가자미식해처럼. 일본에서 유독 젓갈이 스시로 변화한 계기는 12세기 동안 육식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일본 음식을 해박한 지식으로 들여다보았다.
글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남은주 <한겨레> 문화부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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