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헤아리는 존재제1303호책을 고를 때, 책에 관한 글을 쓸 때 ‘뇌에 힘을 주고’ 유념하는 세 가지가 있다. 어떤 책인가(어떤 시도가 어떠한 형식에 담겼는가). 이 책은 무슨 가치를 주는가. 그래서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다소 곤란한 감정>(프시케의숲 펴냄)은 나만의 세 물음에 최근 흔쾌한 응답이 ...
인터넷과 성착취의 연결고리제1303호“중학생이 되고 나서 친구들이 SNS를 많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저만 안 하면 친구들하고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아서 트위터를 시작했는데, (자신의) 몸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친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걸 #일탈계, #살색계라고 부르는 것도 알게 되었죠. 저도 친구들처럼 속옷만 입고 찍은 ...
내가 ‘생리충’이 아니듯 그녀도 ‘내시’가 아니다제1303호월경에 대해 쓰기 싫었다. 거부감이 올라왔다. 그래서 쓰기로 했다. 30년간 인생의 20%는 피 흘리며 보냈다. 없는 일인 척했다. 안 새면 그만이지 내 몸에 맞는 생리용품 따위는 찾아보지도 않았다. 사소한 일일까? 월경을 향한 혐오는 내 몸을 향한 혐오와 맞닿아 있다는 걸 절감한다. 내 몸에 있는 ...
연루제1303호소설가 윤이형이 절필을 선언했다. 그는 “이상문학상 논란 이후로 어디를 믿고 일을 해야 할지, 나에게 내려진 평가가 정당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고 회의가 느껴진다”고 했다. 마음에 와닿는 고백이지만 내가 붙들린 문장은 따로 있다. “열심히 일해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자꾸만 부당함과 부조리에 일조해 이득을 얻게…
행복이란 장군이와 나란히 풍경을 보는 것제1303호고3 소녀가 있었다.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밤이 깊어서야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게 일상이었다. 평범한 하루였던 어느 날 밤, 소녀는 어두운 마당에 홀로 서 있는 반려견 장군이를 본 순간, 갑자기 현관에 가방을 내던지고 장군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교복 치마를 입은 채 장군이와 집 앞 골목을 질주하며 뛰어…
안철수의 자리제1303호기술과 기능을 갖고 이름 있는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친구는 이런저런 인생의 부침을 겪다가 소도시의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쭈뼛거리며 일을 시작한 그곳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언니들’ 아무도 친구의 삶의 배경을 묻지 않았다. 물론 혼인, 자녀, 배우자 밥벌이 여부, 거주지 위치 등은 근무표 조정하느…
<결: 거침에 대하여>외 신간소개제1303호결: 거침에 대하여 홍세화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5천원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힘들다. 자본주의는 소유물과 구매력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물질의 결핍 상태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가능하다. 그 두려움은 참여와 연대로 극복할 수 있다. 증언혐오 조정...
오! 나의 순정만화제1303호<내 남자친구 이야기> <다정다감> <해피 매니아> <헬무트> <그리고 또 그리고> <우리들이 있었다>…. 그가 ‘아끼는’ 책장에 ‘각별한’ 자리를 차지한 책은 순정만화다. 그 만화책만 30...
인조 형광 동물들제1302호인간은 동물을 지배했다. 지배의 극단은 동물 유전자를 바꿔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것이다. 늑대에게서 개를 만들었고, 마당에서 알을 낳는 닭을 만들었고, 밭을 가는 소를 만들었다. 18~19세기 인위적인 교배로 다양한 품종의 개를 만드는 열풍이 불었다. 현재 400여 품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그때...
슬픈데 왜 이리 웃길까요?제1302호인생 참 웃프다. 영화밖에 몰랐던 영화 프로듀서 찬실(강말금)은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다. “와 그리 일만 하고 살았을꼬.” 뒤늦은 후회를 해도 소용없다. 모아놓은 돈도 없다. 산동네 월세방으로 집을 옮겼다. 40살, 연애도 못하고 나이만 먹었다. 먹고살기 위해 친한 배우 소피(윤승아)의 집에서 가사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