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목마을에 남은 ‘분단 생채기’제1310호날이 밝았다. 열차 왼쪽 창밖으로 논이 이어졌다. 오른쪽 논의 끝자락에 서부 산악지대가 보였다. 열대 나무들이 계속 뒤로 물러났다. 마을 앞 논에는 아침 일찍부터 나왔을 부지런한 농부들의 모습도 보였다.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먹으며 창밖 풍경을 감상했다. 조식 레스토랑의 전망으로서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전태일, 너고 나다제1310호1970년 11월13일 낮. 서울 청계천시장 앞길에서 한 청년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제 몸을 불살랐다. 온몸에 불이 붙은 그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고 외치다가 쓰러졌다. 한낱 종이 쪼가리에 지나지 않았던 ‘근로기준법’ 법전도 함께 불태워졌다. 그날 밤, 속이 ...
이원하 시인 ‘제주에서 혼자살고 술은 약해요’ 제1310호신형철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이원하 시인은 ‘웃는 사람’이다. 시를 보고 쓴 평론일 텐데, 실제로 많이 웃는다. 최근 펴낸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가 일주일 만에 3쇄, 4500부를 찍었다.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 표제작이다. 한국일보 당선 뒤 ...
[페미니즘 읽는 시간] 올해의 입법 전장 ‘낙태죄’제1310호‘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후 1년, 모든 상황 역전시킬 때’ 낙태죄 결정 1주년을 앞두고 한 종교언론에서 낸 기사 제목이다. 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의 위헌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헌재가 ‘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에, 새로 법을 만들더라도 임신중지(낙태)가 ...
살림을 장만해준 개 행숙이제1310호결혼하고 시부모님이 계시는 충북 제천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공무원이던 남편은 월급을 받아서는 돈을 벌 수 없다고 강원도 평창으로 가서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어디 갈 데가 없어서 친정 코밑으로 가냐고 많이 싸웠습니다. 남편은 포기하지 않고 여러 날을 나를 설득했습니다. 친정 덕 보러 가는 ...
[칼럼] 김지은, 이토록 성실한 민주주의자제1309호지금 내 삶은 선인장의 삶이다. …나를 보호해주던 가시조차 뽑혀 피가 뚝뚝 흘러내린다. 선인장을 그대로 놔두어주었으면 좋겠다. 왜 사막에 사는지도 모른 채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 삶마저 위협하는 행위들을 이제는 멈춰주었으면 좋겠다. 어느 날 폭행을 당했고, 살기 위해 도망쳤고, 살아내려 노력할 뿐이다. 그게 다다...
공자와 레닌을 사랑한 조선청년 김규열제1309호외국 유학을 마친 김규열(金圭烈)은 국내로 돌아왔다. 1926년 가을 무렵이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동방노력자공산대학에서 3년간의 정규 교육과정을 졸업한 뒤였다. 고국을 떠난 지 3년6개월 만이었다. 1890년생이므로 귀국할 때 조선 나이로 37살이었다. 어느덧 청년기가 저물고 있었다. 전조...
롱비엔철교에서 한강철교를 떠올리다제1309호중국~베트남 국경 열차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을 출발해 도착한 곳은 중국 충칭이었다.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 전략사무국(OSS)은 충칭의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광복군, 호찌민의 베트남 독립 부대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일본군의 동아시아 전력을 무력화하려 노력했다. 호찌민은 베트남과 같은 처지인 조선의 혁명가…
[큐레이터] 속보…박막례, ‘쀼의 세계’ 보고 두통호소제1309호 SKY 캐슬 이후 다시금 전 국민을 안방으로 끌어들인 마성의 드라마가 탄생했다. ‘사랑 같은 소릴 염병하네, 소리 안 나는 총 없냐? 확 쏴버리게.’(박막례, 【속보】‘드라마 전문가 박막례, 이 드라마 보고 두통 호소’ 중)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만 쫄깃한 전개에 눈을 뗄 수 없는 막장 드라마,...
[출판] 지독한 마음의 병에 맞선 사람들제1309호누구나 살면서 기쁨과 슬픔을 맛본다. 솟아오르는 충만함에 부풀기도, 나락 같은 심신의 고통에 가라앉기도 한다. 대부분은 일시적이다. 그런 정서나 증상이 한없이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질병을 의심해야 한다. ‘마음의 병’이라는 정신질환도 신체의 병과 다를 게 없다. 타인은 짐작하기조차 힘든 내면의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