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다는 말제1306호그날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었다. 창문을 열어두었더니 사무실 안에 있는 서류가 날릴 만큼 제법 찬 바람이 들었다. 얇은 셔츠 차림의 남자는 어린아이 둘을 앞세우고 여자와 함께 들어왔다. 누가 봐도 가족이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구겨진 종이 한가운데는 계류유산이, 하단...
국회는 들어라제1306호스웨덴 정치학자 드루드 달레룹은 “정치계를 남성이 장악했다는 사실”을 여섯 측면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여성 의원의 수적 열세(대한민국 20대 국회의 경우 17%로 ‘역대 최대’ 기록)는 물론, 남성 중심적인 정치제도의 비공식적 규범과 관례들, 정책 입안 과정 등을 포함한다. 그의 ...
일제 경찰이 발견한 ‘암호 일기’제1306호강달영(40)은 수요일이 되어서야 느지막이 신문사에 출근했다. 1926년 3월17일이었다. 오전 10시, 출근 시간으로는 좀 지난 때였다. 수표정 43번지, 오늘날 서울 청계2가 교차로에서 3가 방향으로 남쪽 천변에 있는 조선일보사 건물에 들어섰다. 그는 조선일보사 영업국 촉탁으로 일했다....
면역학적 관용, 사회학적 관용 제1306호1943년 한 여성이 아이를 낳았습니다. 불행하게도 아기는 극소저체중아였고 청각과 시각, 인지발달 장애까지 있었습니다. 이 아이를 받아안은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비극적인 사건은 이 아기의 엄마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사람이었다는 데서 사람들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아기 엄마의 이름은 진 티…
민주노총은 왜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을까제1305호민주노총에 백만 조합원 시대가 열렸다는 소식을 전하는 기사는 “강성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제1노조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중앙일보> 2019년 12월25일치)고 썼다. 제1노조의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이란 대체 무엇일까. 보수언론이 질색하는...
믿는 대로 자란다… 아이가 아니라 내가제1305호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개학 연기로 유례없이 기나긴 방학을 보내는 내 아이는 겨울잠을 자듯 달고 긴 늦잠을 잔다. 한동안 (‘팔등신’이라는)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는 중이라더니 이제는 (전날 모호하게 꾸다 만) 꿈을 이루는 중이란다. 날씨는 수상하지만, 그래도 대지에 봄기운은 올라오고 태양은 일찍 ...
버스 기다리다 신세 한탄제1305호우리 마을에서 읍내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단 네 번, 아침 8시15분, 오전 11시40분, 오후 3시, 저녁 7시20분 ‘즈음’ 마을 앞 정류장에 선다. 읍내에서 돌아오는 버스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버스 시간조차 알 수 없었다. 남해의 버스 시간표에는 기점 출발 시각만 나와 있고, 도시처럼...
보통 센 여자가 아니다제1305호트레이닝복 vs 슈트, 지하철 vs 외제 차, 소주 vs 와인, 잡초 vs 난초, 길바닥 vs 상류층, 무엇보다 돈 vs 명예. SBS <하이에나>(극본 김루리·연출 장태유)의 정금자(김혜수)와 윤희재(주지훈)는 극과 극이다. 그들의 수많은 차이 앞에 성별...
‘백성 위한 정치’ 묻는, 이런 좀비를 봤나제1305호*넷플릭스 <킹덤> 시즌2의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킹덤’이 돌아왔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2(김은희 작가, 김성훈·박인제 감독)가 3월13일 금요일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2019년 1월25일 시즌...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외 신간소개제1305호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박상영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3500원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소설가 박상영의 첫 에세이. 직장생활의 애환, 일상생활의 고단함 속에서도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며 폭식하던 수많은 밤들의 이야기다. 허한 마음을 달래주는 고칼로리의 응원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