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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에선 3년 전 상주에서 있었던 전란을 토대로 역병의 발생 원인을 좇는다. 당시 조학주와 안현대감(허준호)이 병든 자들을 죽여 좀비로 만들어 전란에서 승리하게 된 어두운 과거가 드러난다. 권력 쟁탈 게임은 교묘하고 치밀해진다. 조학주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좀비가 된 왕과 세자를 ‘죽음의 링’ 위에 올린다. 유산한 중전은 왕위를 이어받을 아들을 얻기 위해 임신부들을 모으며 음모를 짠다. “그 하찮았던 계집아이가 이제 모든 것을 가질 것”이라고 욕망을 불태운다. 자신의 음모가 탄로 날 경우 모두 좀비로 만들기 위해 궁 안에 좀비를 가둔다. 그는 권력욕만 좇는 좀비가 된 것이다. 시즌1이 굶주림을 소재로 배고픔에 내몰린 백성과 역병의 실체, 채워지지 않는 권력의 허기 끝에 탐욕스러워진 권력자들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면, 시즌2에선 한발 더 나아가 피를 둘러싼 이들의 걷잡을 수 없는 욕망, 그 때문에 벌어지는 피의 사투를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시즌1이 좀비물을 표방한 호러 사극이었다면, 시즌2는 정치 스릴러에 가깝다. 3월5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킹덤>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김은희 작가는 “시즌2는 ‘피’에 대한 이야기다. 붉은 피 외에 핏줄, 혈통 같은 이야기도 포함된다. 피를 탐하는 생사역(좀비)과 핏줄과 혈통을 탐하는 인간들의 두 가지 상반된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역병의 정치학 <킹덤> 시리즈는 좀비 바이러스 역병보다 더 두려운 인간의 탐욕을 말한다. 자신의 권세를 유지하기 위해 죽은 왕을 살려 좀비로 만든 조학주, 권좌를 차지하기 위해 좀비를 양성하고 자신을 위협하는 아버지 조학주까지 죽이는 중전 계비 조씨. 그들의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한 나라가 재난 상황에 처한다. 인재(人災)다. 수많은 무고한 백성이 서로를 물고 뜯는 좀비가 된다. 그들과 대비되는 인물이 왕세자 이창이다. 그가 진정한 왕, 백성을 위한 왕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백성들의 고달픈 삶을 모르던 그는 이제 백성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좀비떼가 몰려오는 최전선에서 “이곳이 뚫리면 모두 죽는다”라고 외치며 용감하게 싸운다. 항상 그의 옷은 피칠갑이 된다. 역병이라는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진정 나라와 백성을 위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그를 통해 말하는 듯하다. 이렇듯 ‘백성을 위한 정치’를 묻는 좀비물을 봤나. 김은희 작가는 <씨네21>(제1245호 3월10일치) 인터뷰에서 “<킹덤>을 쓰면서 정치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그렇기에 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세자 창의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창의 입을 빌려 말한다. “용상에 앉은 자가 당연히 해야 했던 일들.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고, 왕은 그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 마땅히 지켜야 할 권력자의 자세, 정치의 올바름에 대해 말하는 듯하다. 결국 왕위와 부귀영화를 포기하고 백성을 괴롭히는 역병의 뿌리를 뽑기 위해 나서는 이창은 위기에 맞서는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이리라. 한편으로 코로나19 비상사태에서도 제 밥그릇 챙기고자 정치적 표만 계산하는 현실 정치인들의 모습이 스친다.

<킹덤> 시즌2를 이끄는 중심인물들. 왼쪽부터 왕세자 이창(주지훈), 영의정 조학주(류승룡), 의녀 서비(배두나), 어영대장 민치록(박병은), 중전 계비 조씨(김혜준).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