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처럼 찾아오는 ‘발 없는 새’ 제1307호거짓말이길 바랐다. 2003년 4월1일 만우절에 중국 배우 장국영(장궈룽)이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났다. 1994년 밴드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1996년 가수 김광석이 숨졌다는 비보만큼이나 커다란 충격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했다. 나의 10대 시절 추억과 오롯이 겹치는 아이콘이 사라졌기 ...
돈 없이 마음을 주는 법제1307호첫 신혼집은 물론 직장까지 모두 정리하고서 남해로 이주했지만, 여전히 도시에 남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가족을 비롯해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관계다. 새로 알게 된 사람 몇몇을 제외하면 여전히 남해는 별다른 연고가 없는 낯선 지역일 뿐이다. 가족과 친구 등 실제 더 많이 교류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해보다는 서울 등…
그래도 멈추지 않을 옥이네 이야기제1307호“매호 만드는 게 도전이에요.” 3월30일 오후 충북 옥천군 옥천읍에 있는 <월간 옥이네>(이하 <옥이네>). 박누리(35) 편집장은 4월호 마감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제작인력이 취재기자 한 명과 자신뿐이라 기사 작성과 편집, 회의까지 1인 다역을 해야...
피해자 돕는 목격자가 되려면제1307호거칠게 말해서, 사회는 남성 시민을 길러내는 데 참패했다. 2019년도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성폭력 범죄 피의자의 96.6%가 남성이다. 여성은 2.9%,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0.5%다. 남성이 압도적이다. 새롭지도 않은 이 통계를 굳이 꺼내는 이유는, 대다수가 너무 ...
붉은 담장 너머엔 자오씨네제1307호‘담장 전쟁’이 벌어졌다. 2018년 7월, 중국 베이징 펑타이구의 고급 신축 아파트촌 앞에서 한 무리의 성난 군중이 망치와 해머 등을 들고 담장을 허물기 시작했다. 담장 허물기에 나선 사람들은 고급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지은, ‘바오장팡’이라고 부르는 중국식 임대아파트 입주민이다. 베이징시 정부는 ...
밀당하고 기다리기제1307호한때 페이스북 열혈 이용자였다. 일 때문에 시작한 ‘페북질’이었지만 나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기획한답시고 얼마나 연재물을 뒤지고 잡지를 뒤지고 블로그를 뒤지고 책을 뒤졌던가. 페이스북은 신세계였다. 작가의 관심사, 일, 취향, 글투 등이 한눈에 쏙쏙 들어와 기획안쯤은 별일 아닌 듯 쓱쓱 쓰게 했으니 말…
끊긴 이야기가 흐르는 평화를제1307호전쟁은 많은 것을 파괴한다. 또한 새로운 것을 만들기도 한다. 전쟁통에 여러 ‘길’이 차단되고 파괴된다.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고 열리기도 한다. 강을 건너는 길인 다리는 이것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전쟁 때 다리는 군이 공격과 방어를 위해 통제 관리하는 핵심 시설이다. 군은 적의 공격과 침투를 방어...
‘고기’ 오골계의 ‘꼬끼오’제1306호1990년대 서울 천호동 주택가에 살 때의 일입니다. 친정아버지 생신이 여름이어서 친정에 식구들이 모이면 늘 삼계탕을 해서 먹었습니다. 한 해는 건강에 더 좋다는 오골계를 키웠답니다. 여러 약재를 넣고 한 가마솥 끓여 동네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고기도 까맣고 뼈도 새까만 고기를 엄청 좋아들 합니다. 누구...
진실의 해상도를 올리는 법제1306호새로운 코스모스가 왔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맨 첫 장에 적힌 이름, 앤 드루얀이 다시 우리를 ‘그 모든 것’들로 데려간다. 이번 코스모스의 이름은 ‘가능한 세계들’이다. 가능하다니. 인간에 의해 돌이킬 수 없게 망가진 이곳이? 역사상 가장 심오한 지구 사진으로 꼽히는 ‘창백한 ...
내 식대로 살자, 그런데 ‘내 식’이란제1306호우리의 내면 가부장은 누구에게 기초교육을 받았을까? 바로 어머니다. 가부장제 문화의 가치를 반복하는 어머니들은 자신의 지식과 신념을 내면 가부장에게 전파한다. - 시드라 레비 스톤, <내 안의 가부장>(백윤영미 옮김, 사우, 2019), p. 82 한동안 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