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방현일
우리 옆집은 마당이 넓었습니다. 진돗개와 셰퍼드, 이름을 알 수 없는 멋진 개를 여러 마리 키웠습니다. 행숙이는 멋진 개를 여러 마리 키우는 옆집으로 쫄랑거리며 자주 놀러 다녔습니다. 우리 집에서 잔반을 가져가 돼지를 키우는 집이 있었는데, 행숙이를 키우고부터 가져갈 게 없자, 시내에서 뭔 개를 키워 돼지 뜨물도 못 가져간다고 엄청 중얼거렸습니다.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화내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행숙이는 다음해 봄이 되자 흰둥이 검둥이 누렁이 잿빛… 각기 다른 빛깔의 여섯 마리 새끼를 낳았습니다. 행자 엄마는 행숙이가 새끼를 낳자 사골을 고아서 한 양동이 이고 오셨습니다. 행숙이는 잘 먹고 젖도 잘 나옵니다. 덩치도 크지 않고 경험도 없는데 새끼를 지극정성으로 잘 돌봅니다. 둘만 낳자 하는 세월에 셋을 낳아서 행숙이는 똥개인데 새끼가 어린데도 진돗개나 셰퍼드 비슷하고, 실하고 특별해 보입니다. 한 두어 달 충분히 키워서 실한 놈으로 행자네부터 한 마리 줘야지, 생각했습니다. 한 달이 좀 넘자 행자네는 행숙이를 가장 많이 닮은 강아지를 굳이 돈을 내고 가져갔습니다. 행자네 이웃에서 너도나도 와서 강아지를 가져갔습니다. 강아지 판 돈으로 한 아름 하고도 한 뼘이나 남는 무쇠솥을 샀습니다. 먹을 진하게 갈아 무쇠솥에 여러 번 칠했습니다. 들기름을 한 달을 두고 바르고 또 발라, 파리가 미끄러질 정도로 반들반들 윤기 내어 걸었습니다. 순하고 착한 행숙이는 봄가을로 새끼를 낳았습니다. 처음에만 여섯 마리를 낳고 다음부터는 여덟, 아홉 마리를 낳았습니다. 옆집에서 여러 종의 개들을 키우는 덕분에 언제나 알록달록한 예쁜 강아지를 낳았습니다. 행숙이가 새끼를 낳으면 무쇠솥에다 사골을 고아 사람도 먹고 행숙이도 먹입니다. 강아지도 한 달쯤 되면 사골 국물에다 여러 가지 넣고 이유식을 끓여 먹입니다. 행숙이는 젖이 좋아서 강아지가 아주 복스럽게 커서 분양하기 쉬웠습니다. 강아지가 엉크런(성긴) 이빨로 젖을 줄줄 빨며 따라다닙니다. 행숙이도 귀찮아하며 이 구석 저 구석으로 피합니다. 서둘러 강아지를 다 분양하고 나서, 행숙이가 살이 오르고 좀 예뻐진다 싶으면 또 새끼를 뱁니다. 가게에서 번 돈으로 논도 사고 밭도 샀습니다. 집세도 안 나가고 쌀도 안 사먹으니 돈이 모였습니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는 세월에 아이 셋을 낳아서 흉거리가 되었습니다. 돼지를 키우는 집은 그 집 개는 주인댁을 닮아서 새끼를 잘 낳는다고 빈정거렸습니다. 아이를 업고 일했습니다. 가게 돈을 쓰지 않고 강아지를 키워서 흑백텔레비전을 샀습니다. 동네에 우미양행이라고 자매가 하는 양품점이 있었는데, 그 집에선 발 빠르게 새로운 물건을 평창에 보급했습니다. 양은솥만 쓰던 시절 우미양행에서 큰 스텐솥을 맞추면 사다주었습니다. 강아지 판 돈으로 물이 한 동이나 드는 큰 스텐솥을 샀습니다. 짚수세미를 쓰다가 우미양행에서 3M이라는 화학 수세미를 사서 그릇을 힘 안 들이고 속 시원하게 번쩍번쩍 빛나게 닦게 된 것은 이변이었습니다. 치레를 몰라 1년에 파마 한 번 하며 머리를 묶고 살았습니다. 옷도 적당히 걸치고 아이를 업고 일을 많이 하다보니 몸도 아팠습니다. 내 모습을 남들이 어떻게 볼까 생각한 적 없이 열심히 살았습니다. 어느 날 아침 조기 대가리를 토하며… 하루는 친구가 놀러 왔습니다. 야, 너 누구네 사모님이 그러는데 그렇게 고르더니 별난 데도 시집 못 가고 사는 꼴이 말이 아니라고 흉보더라 합니다. 자기가 중매하는 데 시집갔으면 가려운 데도 안 긁고 살 것이라고 하더랍니다. 고르긴 누가 골라. 중매란 어른들끼리 오가던 말이었습니다. 혹시 들어서 괜찮다 싶을 때도 어른들이 아니라 하면 내가 아는 사람도 아니고 굳이 좋다 할 일 없이 지나간 일이었을 뿐입니다. 우리 집은 학생을 상대로 하는 업이어서 새학기에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빴습니다. 그때 막내딸은 난 지 3개월이었는데 행숙이도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렇게 많이 낳던 행숙이는 이번에는 웬일로 세 마리만 낳았습니다. 행숙이가 새끼를 난 지 사흘 만에 돼지를 키우는 집의 제사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행숙이가 조기 대가리를 토해놓고 숨을 벌떡벌떡합니다. 행숙이를 끌어안고 행숙아 행숙아 소리쳤습니다. 행숙이는 몇 번 버둥버둥하더니 숨을 거두었습니다. 강아지도 죽어 있었습니다. 가슴에 쿵 소리가 났습니다. (다음회에 계속) 전순예 1945년생 <강원도의 맛> 저자









